[신간] 기독교, 로마를 뒤흔든 낯선 종교

도서 「기독교, 로마를 뒤흔든 낯선 종교」

오늘날 기독교는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널리 퍼진 종교 가운데 하나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종교가 더 이상 자명한 진리로 여겨지지 않고, 개인의 취향과 선택에 따라 ‘쇼핑’하듯 선택되는 시대, 우리는 본래 기독교가 지니고 있던 낯섦과 독특함을 잊어버린 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니제이 굽타의 신간 <기독교, 로마를 뒤흔든 낯선 종교>는 이 잊힌 본성을 역사 속에서 불러내어 오늘날의 신앙에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그의 전작 <신약 단어 수업>이 왜곡된 기독교 언어의 의미를 회복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번 책은 1세기 로마 한복판에서 탄생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과 삶의 방식을 역사·신학적으로 재구성하여, 그 ‘이상함’의 힘이 무엇이었는지를 생생히 드러낸다.

신들의 제국 로마에서 ‘신자’로 불린 사람들

굽타는 먼저 ‘그리스도인’이라는 용어가 태동한 배경을 로마 사회의 종교적 구조 속에서 살펴본다. 고대 로마는 ‘팍스 데오룸’(Pax Deorum, 신들과의 평화)을 유지하는 것을 국가와 개인의 가장 중요한 의무로 여겼다. 신상(神像)과 제사, 연기와 피로 가득한 의식은 로마인의 일상 그 자체였으며, 종교는 선택이 아니라 공동체를 지탱하는 필수 조건이었다.

그러나 1세기 그리스도인들은 달랐다. 그들은 신상을 거부했고, 제사를 드리지 않았으며, 감히 하나님과 직접 교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로마 종교가 ‘신들의 평화’를 위해 형식을 중시했다면, 그리스도인들은 ‘카리타스 데이’(Caritas Dei, 하나님의 사랑)라는 내적이고 관계적인 가치를 중심에 두었다. 이 파격적인 전환은 로마 사회에 충격과 매력을 동시에 안겼다.

이상하고, 위험하고, 그러나 매력적인 공동체

책은 그리스도인들이 무엇을 믿었는지(2부), 어떻게 예배했는지(3부), 어떻게 살았는지(4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의 예배에는 연기와 피가 없었고, 신전이나 신상도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가정에서 모였으며, 제사장 없는 공동체로서 모두가 제사장의 역할을 나눴다. 기도와 말씀, 성령의 임재가 중심이었다. 또한 그들은 주인과 종, 남성과 여성, 유대인과 이방인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 찬양하고 식탁을 나눴다. 로마서 16장에서 보이듯, 사회적 지위와 성별, 인종의 경계가 무너진 공동체는 당시 문화에선 이해하기 힘든 파격이었다.

굽타는 이들의 모습이 단순히 ‘반(反)문화적’인 것이 아니라, 복음 그 자체의 역동성이 사람들을 변화시킨 결과임을 강조한다. 그들은 ‘좋은 시민’이 되고자 했지만,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이 결국 세상의 규범과 부딪히게 만들었다.

오늘날 교회에 던지는 질문

저자는 1세기 교회를 이상화하지 않는다. 당시에도 그리스도인들은 다투고 경쟁하며, 사랑 대신 비판을 택하곤 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보일지를 걱정하기보다, 무엇을 믿고 누구를 따르는지에 집중했다. 그 결과, 그들의 삶은 이상하고, 위험하며, 동시에 매혹적인 복음의 증거가 되었다.

오늘날,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교회와 성도들에게 이 책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는 복음의 본질적 낯섦을 잃어버린 채, 세상에 무난히 맞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역사적 통찰과 신학적 깊이를 겸비한 저작

<기독교, 로마를 뒤흔든 낯선 종교>는 고대 문헌과 로마 종교사의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되어 학문적 신뢰도를 갖췄다. 그러나 지나치게 학술적인 문체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 교회와 성도가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 책은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되짚고자 하는 성도, 역사와 신학을 아우르는 소그룹 학습을 준비하는 리더, 교회의 미래를 고민하는 목회자와 신학생에게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1세기 그리스도인의 낯섦과 용기는, 오늘날 무뎌진 우리의 신앙에 신선한 충격과 회복의 기회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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