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니카라과 당국이 개신교 목사와 그 가족, 지인을 포함한 8명을 체포하면서 종교 자유를 침해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인권단체들은 이번 사건이 다년간 이어진 정부 탄압의 일환이라며 이들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CP는 해당 사건으로 체포된 인물은 루디 팔라시오스 바르가스(Rudy Palacios Vargas) 목사이며 '라 로카 데 니카라과 교회 연합'의 창립자라고 밝혔다. 그는 여동생 아렐리와 그녀의 남편 페드로, 또 다른 여동생 제시카와 그녀의 남편 아르만도, 정치활동가 마우리시오 프리에토 부자, 그리고 가족 친구 올가 라라 등 7명과 함께 지노테페(카라소 주) 지역에서 체포됐다.
체포 당시, 무장한 경찰과 검은 복면을 쓴 요원들이 여러 주택을 급습했고, 체포영장 없이 이들을 연행하고 휴대전화 및 전자기기를 압수했다. 일부는 그라나다 주의 최고 보안 교도소인 '라 그란하'로 이송됐으며, 이후 신속한 화상 재판을 통해 반역 및 음모 혐의가 적용됐다. 현재까지도 이들의 구체적 수감 장소나 상태는 가족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팔라시오스 목사는 2018년, 학생 시위에 대한 정부의 폭력적 진압을 비판한 이후 신변의 위협을 느껴 니카라과를 떠났다. 그 직후 소속 교회 신자 세 명이 보안군과 준군사조직에 의해 살해됐다는 보고도 있다. 2019년, 니카라과 정부는 그의 교회 연합의 법적 지위를 박탈했고, 암 진단 후 2020년 귀국한 그는 2021년부터 사실상 가택 연금 상태로 감시를 받아왔다.
영국 인권단체 크리스천 솔리대리티 월드와이드(CSW)는 이번 체포를 정부 비판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해석했다. CSW 애나 리 스탱글 국장은 "이번 구금은 오랜 기간 지속된 박해의 정점"이라며 국제사회가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고, 구금자에 대한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교 자유 위기 고조
CP는 이번 체포가 니카라과 정부의 종교 및 시민사회 탄압이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유엔 인권 전문가들은 지난 3월, 니카라과 정부가 조직적으로 반대 의견과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니카라과는 이에 반발해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탈퇴했다. 보고서에 참여한 아리엘라 페랄타는 "오르테가 정권은 자국민과 전쟁 중"이라고 비판했고, 로사리오 무리요 부통령은 이를 "허위와 중상모략"이라고 일축했다.
니카라과 정부는 2018년 NGO 자금 규제법 시행 이후 수천 개 시민단체의 법적 지위를 박탈했으며, 특히 가톨릭 기관들은 성직자 체포, 예배소 폐쇄, 재산 몰수 등 심각한 탄압을 받아왔다.
미국 국무부는 2022년 니카라과를 '종교 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했고,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도 예배 방해, 성직자 탄압, 자의적 체포 사례를 지속적으로 보고하고 있다.
니카라과 정부는 이러한 비판을 "국제기구의 허위 선전"이라며 부인하고 있으며,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은 사법부와 입법부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며 권력 집중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