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이스라엘을 향한 기독교인의 성경적 자세

에디 아서 박사. ©fiec.org.uk/people/eddie-arthur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에디 아서 박사의 기고글인 ‘그리스도인들은 이스라엘에 무조건적인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된다’(Christians shouldn't give Israel a free pass)를 29일(현지시각) 게재했다.

에디 아서 박사는 와이클리프 성경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영국에 거주하며 글로벌 선교의 미래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쓰고, 이야기하며, 사회 변화에 대한 맥락적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나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논하지 않겠다. 그런 문제들은 이미 다른 매체에서 충분히 다루어졌으며, 그것을 반복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필자가 여기서 하려는 일은 한 걸음 물러서서, 현대 이스라엘 국가를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간략하게 고찰해보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신자들 가운데에는 현재의 이스라엘 국가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정부가 무엇을 하든 무조건 지지해야 한다는 관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관점은 종종 하나님의 구속사에서 유대 민족이 여전히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는 ‘전천년적 신학(premillennial theology)’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이런 무조건적인 지지가 극우 정치나 반(反)아랍 정서, 또는 이슬람 혐오적 세계관에서 기인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어떤 신자들은 이스라엘 국가를 지지하는 것을 교회의 거룩한 사명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필자는 전천년주의자가 아니며, 정치적 성향도 우파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이러한 신학적·정치적 논쟁을 본격적으로 논할 생각은 없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성경 속 이스라엘/유다 왕국, 전 세계 유대인 공동체, 그리고 현대 이스라엘 국가라는 세 범주는 일정 부분 중첩되지만, 동일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 세 주체는 벤 다이어그램 상에서 겹칠 수는 있지만, 서로 대체 가능한 존재는 아니다. 이 점을 전제로, 필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싶다. 신학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성향이 있더라도, 그리스도인은 이스라엘이 비도덕적으로 행동할 때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옹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현대 이스라엘 국가가 단순히 여느 국가와 다를 바 없는 존재라면, 당연히 그 정책이나 행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국가는 홀로코스트라는 비극적인 역사에서 일정 부분 기원한 복잡한 현실을 안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배경이 그들에게 타인을 불의하게 대할 권리를 주지는 않는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현대 이스라엘을 무조건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대의 이스라엘 국가에 특별한 성경적 지위를 부여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러나 그렇게 보더라도, 성경이 과연 그들에게 도덕적 백지수표를 제공하는지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구약 성경 속 이스라엘의 수립을 상징하는 중요한 순간, 즉 시내산에서의 언약(출애굽기 19장)을 살펴보면, 그들은 하나님의 율법을 따라야 했고, 마음대로 이웃이나 타국인을 대할 자유를 가지지 않았다.

“이제 너희가 참으로 내 말을 듣고 내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 중에서 내 소유가 되리니… 너희는 내게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 (출 19:5–6)

이스라엘은 처음부터 선택된 민족이라는 이유로 면책 특권을 받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높은 도덕적 책임을 부여받았다.

구약 성경에 익숙한 독자라면 잘 알듯이, 이스라엘과 유다는 반복해서 하나님의 율법을 어겼으며, 하나님은 예언자들을 보내 회개를 촉구하셨으나 그들은 종종 거절했고, 결국에는 포로로 끌려가기에 이른다.

가장 인상 깊은 심판 선언 중 하나는 아모스서에 나타난다. 하나님은 다메섹, 가사, 두로, 에돔, 암몬, 모압 등 이웃 국가들의 죄악을 비판하시며 시작하시고, 그 이후 유다와 이스라엘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질책하신다.

“유다의 세 가지 죄, 네 가지 죄로 말미암아 내가 그 벌을 돌이키지 아니하리니…”, “이스라엘의 세 가지 죄, 네 가지 죄로 말미암아 내가 그 벌을 돌이키지 아니하리니…” 하나님은 그들이 ‘자기 백성’이라는 이유로 면죄하지 않으셨고, 오히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셨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첫째, 이스라엘을 하나의 일반 국가로 간주하고, 국제법과 윤리 기준에 따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 둘째, 그들을 성경이 말하는 ‘특별한 민족’으로 본다면, 오히려 더욱 높은 성경적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어느 경우든, 이스라엘이 국제 규범이나 성경적 도덕을 넘는 행동을 했을 때 이를 침묵하거나 눈감아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이러한 주장은 이스라엘이 자국을 방어할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며, 결코 반유대주의나 유대인을 향한 폭력을 정당화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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