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적 비서구·경제적 서구”… 한국교회의 선교신학은?

KWMA·기감, 선교 140주년 기념 선교신학포럼 개최
KWMA·기감 선교 140주년 기념 선교신학포럼 참석자 단체 사진. ©장요한 기자

(사)한국세계선교협의회(이하 KWMA)·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기감)가 공동으로 11일 오전 경기도 성남 소재 만나교회(담임 김병삼 목사)에서 ‘세계 기독교 시대에서의 선교신학: 한국교회 패러다임의 변화와 도전’이라는 주제로 기독교복음전래 140주년 기념 선교신학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한국에 기독교가 전래된 지 140주년을 기념하며,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선교의 새로운 방향과 신학적 기초를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강대흥 목사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장요한 기자

인사말을 전한 강대흥 목사(KWMA 사무총장)는 “50여 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서구 선교의 쇠퇴, 동시에 비약적인 부흥을 하는 비서구 교회들은 젊은이들을 파송했다”며 “2023년 평창의 NCOWE에서 시작한 COALA(Christ Over Asia/Africa/Latin)는 지금까지 4차례(평창, 방콕, 부산, 파나마)의 비서구 선교운동 확장을 위한 포럼을 했으며, 오는 10월 28~30일 사랑의교회에서 COALA 3.5 포럼이 열릴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팬데믹을 지나며 더욱 뚜렷해진 현상은 서구 교회의 약화와 비서구 교회의 역동성이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비서구에 속하지만, 경제적으로 서구에 속하기에 이 둘 사이에 세계선교의 가교 역할을 감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특히 한국교회가 처음 선교를 시작 할 때부터 현지교회를 존중하고 그들과 같이 사역했던 동반자 선교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했다.

아울러 “이제 한국교회와 선교는 자신학의 틀 안에서 하나님의 선교를 한국적인 시각으로 우리 신앙에 맞게 해석할 시간이 도래했다”며 “학문적인 토론이 한국교회와 선교계 안에서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주승중 목사(KWMA 법인이사장)는 “이제는 식민주의적 시각이나 서구 중심의 신학을 넘어서, 맥락화와 다문화성, 실천지향성을 포괄하는 선교신학이 필요하다”며 “더 이상 ‘주는 자와 받는 자’의 이분법으로는 글로벌 시대의 선교를 설명할 수 없다. 고난과 희망 속에서 십자가 신학과 공동체 영성을 발전시켜 온 글로벌사우스 교회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오늘날 다종교사회에서 복음의 공공성과 평화의 실천은 더욱 중요한 선교의 과제가 되었다”며 이번 포럼이 한국교회의 새로운 선교지평을 여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했다.

김병삼 목사가 축사를 전하고 있다. ©장요한 기자

축사를 전한 김병삼 목사는 “KWMA의 선교가 단지 해외선교에 국한된다면 그 역할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는 한국교회의 전체 패러다임까지 포괄하는 보다 확장된 선교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한 “이 포럼이 전 세계에서 실현되고 있는 하나님의 선교를 깊이 있게 성찰하는 자리가 되고, 이 자리에서 나온 신학적 통찰이 실제 교회의 선교 실천으로 연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발표회는 황병배 교수(협성대, 기감 선교국 총무)를 좌장으로 ▲배춘섭 교수(총신대)가 ‘미시오 데이(Missio Dei)와 구속 역사:1885년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선교사 조선 입국 140주년의 선교학적 해석’ ▲박보경 교수(장신대)가 ‘세계 기독교 시대의 공명의 선교: Missio Trinitas적 응답’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고, 이에 안승오 교수(영남신대)·김한성 교수(아신대)가 각각 논찬했다.

◆“한국교회 선교 전략과 접근 방식 재검토 필요”

배춘섭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장요한 기자

배춘섭 교수는 “미시오 데이(Missio Dei, 하나님의 선교)의 개념은 선교가 인간의 주도적 활동이 아니라, 창조에서 종말에 이르는 하나님의 구속 사역의 일부임을 강조한다”며 “그러나 현대 한국교회는 세속화, 교세 감소, 전통적 선교 모델의 한계 등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선교전략과 신학적 접근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했다.

이어 “한국교회는 복음의 수용자로 시작하여 급격한 성장을 거치면서 이제는 세계선교의 주체로 자리 잡았다”며 “이러한 과정은 단순한 교세 확장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사적 섭리 속에서 한국교회가 수행해 온 선교적 사명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미시오 데이의 신학적 핵심은 선교가 인간의 노력이 아닌 창조에서 종말에 이르는 하나님의 구속 사역의 일부임을 강조한다”며 “한국교회의 선교는 교회의 확장과 사회적 영향력 확대가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 역사 속에서 이루어진 신학적 사역임이 확인되었다”고 했다.

또한 “신앙의 토착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속에서도 유지된 선교적 정체성은 미시오 데이가 교회의 활동을 넘어 역사 속에서 실현되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임을 보여준다”며 “그러나 현대 한국교회는 급속한 세속화, 교세 감소, 선교방식의 변화 등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단기선교나 서구중심의 선교 모델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이러한 변화는 한국교회의 선교 전략과 접근 방식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시시한다”며 “따라서 한국교회는 구속사적 미시오 데이의 본질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는 성경적 선교 신학을 회복하고, 선교의 토착화와 다문화적 접근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탈식민주의적 선교 신학과 디아스포라 선교를 발전시키고, 사회적 책임을 포함한 총체적인 선교 사역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며 “동시에 복음의 본질이 변질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개혁주의 신학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배 교수는 “한국 개신교 140년의 선교 역사는 하나님의 구속사 속에서 미시오 데이가 구체적으로 실현된 장이었다. 현대 한국교회는 단순한 교세 확장이 아니라, 선교적 공동체로서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복음의 본질을 지키며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실현하는 데 헌신해야 한다”며 “이러한 선교적 방향은 단순한 전략적 변화가 아닌, 교회의 존재 목적을 새롭게 정의하고 확립하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 “선교, 관계 안에서 공명이 일어나는 존재의 울림”

박보경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장요한 기자

이어서 발제한 박보경 교수는 “공명(resonance)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존재 간의 상호 감응과 관계적 울림을 의미한다”며 “이 개념은 특히 다양한 문화와 경험이 교차하는 세계기독교의 장에서, 선교를 메시지의 기계적 상호 나눔의 방식을 넘어서, 상호적 교감과 실존적 변화가 이루어지는 존재적 소통의 장으로 재구성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선교는 더 이상 선형적 파송과 확장의 논리가 아니라, 삼위일체 하나님의 존재 방식인 Missio Trinitas 안에서 새롭게 형성되어야 한다”며 “선교는 행위가 아니라 존재이며, 프로그램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자 공동의 여정”이라고 했다.

아울러 “엠미오 도상에서 부활하신 주님은 길 위에서 낯선 이들을 동행하시고, 묻고 듣고 기다리시며, 떡을 떼는 자리에서 비로소 자신을 드러낸다”며 “이 장면은 선교가 말로 설득하는 사건이 아니라, 관계 안에서 공명이 일어나는 존재의 울림임을 보여준다. 선교는 명령이 아니라 초청이며, 지시가 아니라 감응이고,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존재의 변화”라고 전했다.

질의응답 진행 사진. ©장요한 기자

이 외에도 ▲김은수 교수(전주대)가 ‘하나님의 선교 기원과 해석 그리고 성찰’ ▲배아론 교수(고신대)가 ‘하나님 나라와 선교의 예배적 차원 연구: 에덴동산 모델에 기초한 구속사적 관점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고, 이에 김칠성 교수(목원대)·이선이 교수(호남신대)각각 논찬했다.

KWMA·기감 선교 140주년 기념 선교신학포럼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장요한 기자

한편, 행사는 구성모 교수(성결대)를 좌장으로 한 패널토의, 김학유 교수(합신대 전 총장)의 총평, 강대흥 선교사의 감사와 기도 순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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