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대출 규제를 시행한 첫 주,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급등하던 대출 수요가 규제 발표 이후 한풀 꺾였다는 것을 방증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월 3일 기준 755조1,331억 원으로, 6월 말보다 2,983억 원 증가했다.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994억 원 수준이다. 이는 6월 평균인 하루 3,554억5,000만 원 증가 대비 약 72% 줄어든 수치다.
6월 한 달간은 부동산 시장 과열과 규제 시행 예고에 따라 "영끌"과 "막차" 수요가 몰리며, 5대 은행 가계대출이 총 6조7,536억 원 늘어나며 올해 들어 최대폭 증가를 기록했다. 특히 규제 발표 직전에는 하루 4,000억 원에 가까운 대출이 실행되기도 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전격 발표한 6월 27일부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가 시행되기 전날인 30일까지, 단 4일간 대출 증가액은 1조8,400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7월 들어서는 이 같은 상승세가 주춤해졌다는 점에서 규제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출 유형별로는 주담대가 4,059억 원 증가한 반면, 신용대출은 634억 원 감소했다. 이는 주요 은행들이 전산 시스템을 정비하며 비대면 대출 창구를 일시 중단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비대면 수요가 큰 신용대출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6월 27일 수도권과 규제지역을 대상으로 주담대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고, 신용대출은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6·27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한 뒤 다음 날부터 바로 시행에 돌입했다. 이어 7월 1일부터는 수도권의 모든 가계대출에 1.50%의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도 발효됐다.
다만 이번 주부터 은행들의 비대면 대출 창구가 순차적으로 재개되며 대출 수요가 다시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달 27일 일제히 문을 닫았던 비대면 창구는 이달 들어 점차 열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은 7월 1일부터 신용대출 접수를 재개했고, 우리은행은 7일부터 비대면 주담대와 신용대출 창구를 다시 열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이미 비대면 신용대출을 운영 중이며 주담대 접수도 곧 시작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이달 중 비대면 주담대를, NH농협은행은 신용대출부터 순차적으로 비대면 상품 접수를 재개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번 이중 규제 효과는 8월 이후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담대는 신청부터 집행까지 통상 1~2개월의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가 도입됐을 당시에도, 9월에는 5조 원대의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10월 들어 1조 원대로 급감한 바 있다.
이 같은 선례를 고려하면, 향후 비대면 대출 재개 이후 수요 반등 여부가 가계대출 증가 흐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