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뱅주의를 둘러싼 오해와 분노,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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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슈마허(Robin Schumacher) ©기독일보 DB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기독교 변증가이자 작가인 로빈 슈마허의 기고글인 ‘칼뱅 혐오 증후군이 있는가?’(Do you have Calvin Derangement Syndrome?를 지난 30일(현지시각) 게재했다.

기독교 변증가로 활동하고 있는 슈마허는 작가로도 활동하면서 많은 책을 냈고 미국 내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필자는 오랫동안 기독교 웹사이트와 출판물을 위해 글을 써왔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무신론자들과 비신자들이 필자의 글을 공격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고, 그들의 비아냥을 어떻게든 그대로 되갚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곤 했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윌리엄 레인 크레이그에게 이렇게 묻는 것을 들었다. “토론이나 온라인상에서 그렇게 악의적인 비신자들에게 어떻게 항상 부드럽고 친절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까?” 그는 단순히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비신자들이 마치 신자들처럼 행동하리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 말이 필자에게는 게임 체인저가 되었다. 이제는 솔직히 말해, 비신자들이 어떤 신랄한 댓글을 남기든 괜찮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비신자라면, 비록 부정적인 댓글을 남기더라도 이 자리에 와 준 것이 반갑다.

하지만 필자가 정말 문제 삼는 것은, 신자라고 고백하는 사람들이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못되게 구는 경우다. 좋은 예가 최근 CP에 실린, 수십 년간 클리블랜드의 파크사이드 교회를 담임해 온 알리스테어 베그 목사의 은퇴 기사이다.

댓글 중 일부는 삭제되었지만, 남아 있는 댓글들 가운데는 베그를 ‘거짓 선지자’라고 부르는 글도 있었다. 그들이 그에게 가진 주된 불만은 무엇일까? 그는 칼뱅주의자라는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자유 의지가 없다고 말하는 끔찍한 사람들, 하나님이 어떤 사람은 천국으로 보내고 어떤 사람은 지옥으로 보낸다고 믿는 사람들, 하나님이 사람들을 억지로 끌고 가서 구원하신다고 믿는 사람들, 그리고 마음껏 죄 지어도 구원받는다고 하는 사람들이다”

칼뱅주의(개혁주의 신학)에 대한 이런 오해들은 종종 심한 독설로 이어진다. 필자는 이런 반응을 ‘칼뱅 혐오 증후군(Calvin Derangement Syndrome, CDS)’이라 부른다. 혹시 당신도 이 증후군을 갖고 있는지 한 번 점검해보자.

위에서 언급한 개혁주의 신학에 대한 오해들을 믿고, ‘칼빈주의’라는 단어만 들어도 화가 치미는가? ‘주권적 은혜’라는 말을 들으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가? 드라마 <더 초즌(The Chosen)> 광고를 보면 혈압이 오르는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있는가? 장 칼뱅의 사진만 봐도 이성을 잃을 것 같은가? 튤립(TULIP) 꽃밭을 보면 죄 없는 꽃들을 다 뽑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이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CDS를 앓고 있을지도 모른다.

CDS의 치료법

필자 역시 그리스도인이 된 후 오랫동안 CDS를 앓았다. 개혁주의 신학에 대해 반대자들에게서만 배웠기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칼뱅주의를 반박하며 가르쳤다.

필자가 신학교에 다닐 때, 조직신학 교수였던 노먼 가이슬러 박사는 자신을 ‘중도 칼뱅주의자’라고 불렀다. 그는 TULIP 교리 가운데 ‘전적 타락(Total Depravity)’만 빼고 대부분을 수용했는데, 인간이 복음을 받아들일 자유 의지를 여전히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입장을 담아 <택정되었지만 자유로운 자(Chosen But Free)>라는 책을 썼고, 이는 R.C. 스프롤의 <하나님에 의해 선택된 자(Chosen By God)>에 대한 응답이었다.

박사 과정에서 필자는 바울 사도의 변증학을 논문 주제로 선택했고, 그 연구를 위해 처음으로 개혁주의 신학의 ‘은혜 교리’를 그 자체로 진지하게 탐구하게 되었다. 그 결과, 성경적 검토 끝에 필자는 개혁주의 신학의 타당성을 확신하게 되었고, CDS를 치료받았다.

필자는 처음부터 개혁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비개혁주의 신자들이 칼뱅주의에 대해 느끼는 반감을 이해한다. 그들의 주장을 잘 알고 있으며, 동시에 내 입장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언제든 반대 논증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필자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비개혁주의 신자들이 개혁주의 신자들을 ‘거짓 선지자’ 혹은 ‘구원받지 못한 자들’로 정죄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그런 입장을 갖고 있다면, 몇 가지를 꼭 들어보길 바란다.

개혁주의 신자들은 하나님, 그리스도, 창조, 동정녀 탄생, 인간의 타락, 죄,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 부활, 오직 믿음으로 받는 구원, 예수의 재림, 영원한 상태 등 모든 핵심 교리를 신봉한다. 정말이다.

개혁주의와 비개혁주의의 주요 차이는 구원론(하나님의 구원 계획 실현 방식) 분야에 있을 뿐이다. C.S. 루이스가 <순전한 기독교>에서 말했듯, 이런 주제들은 “기독교 그 자체가 아니라, 기독교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개혁주의 신학에 동의하지 않을 자유가 있지만, 상대 진영을 향해 분노하고 모욕을 퍼부을 필요는 없다. 윌리엄 레인 크레이그가 말했듯, “저는 비신자들이 신자처럼 행동하리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신자들 간의 대화에서는, 우리는 그리스도인답게 행동해야 할 의무가 있다.

성경은 이렇게 명한다. “모든 일에 정직하게 행하기를 원하노라”(히브리서 13:18).

마지막으로, 하나님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완벽하다고 확신이 들 때마다, 다음 말씀을 잠시 묵상하라: “네가 나를 너와 같은 줄로 생각하였도다.” (시편 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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