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통일학회(회장 최현범)가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소재 영복교회(담임 여현구 목사)에서 ‘새 정부에 바라는 통일정책’이라는 주제로 제27회 학술포럼 멘사토크를 개최했다. 이날 박종수 박사(전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가 ‘트럼프2.0시대 우리의 대미·대러 외교전략’이라는 주제로 기조발제를 했다.
◆ 트럼프 2.0 시대, 대미·대러 외교 전략에 대해
박종수 박사는 “트럼프2.0시대에서는 한반도 주변국 지도자들과의 친분 관계를 순기능적으로 활용해 외교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박 박사는 트럼프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트럼프는 1기 집권 당시뿐 아니라 이후에도 푸틴과 변함없는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며 “미중 패권 경쟁, 희토류 개발, 북극·우주 협력,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등을 위해 트럼프는 푸틴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푸틴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관계에 대해서는 “양국은 미국의 단일 패권에 맞서 탈달러 기조를 함께 추진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브릭스를 중심으로 더욱 밀착했다”며 “중러는 경제적으로 상호보완 관계로, 트럼프가 이간책을 쓰더라도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또한 푸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관계에 대해 “2000년 푸틴 집권 이후 양국 정상은 밀착해왔으며, 2019년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결렬, 코로나19 사태, 러우 전쟁 등을 계기로 사실상 동맹 수준으로 회귀했다”며 “러시아의 남북한 등거리 외교는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지로 사실상 무너졌으며, 푸틴-김정은 간 협력은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박사는 신정부가 직면한 외교 과제로 ▲트럼프의 저돌적인 외교 방식에 대한 유연한 대응 ▲미중 패권 경쟁의 파편 회피 및 북미 협상에서의 배제 방지 ▲한러 관계 정상화 및 남북관계 복원 ▲김정은의 ‘남한 패싱’ 전략에 대한 대응 등을 제시했다.
끝으로 그는 “평화 없이는 경제 발전도 없다. 푸틴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주선한 전례가 있다”며 “복잡하게 얽힌 한반도 외교 매듭을 풀기 위해선 다양한 외교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진 주제발표에는 ▲최재덕 교수(서울과학종합대학원)가 ‘신정부에 바라는 통일외교 정책 - 대중관계’ ▲정대진 교수(한라대)가 ‘2025 남북관계 원칙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 “지정학적 현실 고려한 외교 전략 필요”
최재덕 교수는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과 외교 전략에 대해 “한국은 한미동맹에 중심을 두되, 중국과 러시아와의 우호적 관계도 유지해야 한다”며 “한국이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교차하는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해 있으며, 북한·중국·러시아 등 핵보유국과 인접해 있다는 점에서 외교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안보에 대해 “북한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압도적 군사력 확보와 동시에, 외교를 통한 긴장 완화라는 두 축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군사협력이 북한에 대한 억지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나, 그 수위는 조절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북한과 단절된 채 군사협력만 강화한 결과, 한중 관계는 경색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어지면서 안보 긴장이 심화됐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집권 1기 시절, 북미 간 3차례 대화 시도로 인해 한반도에 일시적 해빙기가 조성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고 북미대화를 재개할 경우, 경제적 압박은 있을지라도 안보적 긴장은 완화될 수 있다. 이 역시 외교를 통한 안보 전략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군사력 강화뿐만 아니라 우호적 안보 환경을 조성하는 외교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한국 외교의 근간은 지정학적 현실 인식 위에 세워져야 한다”며 “핵보유국인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단절은 북한을 견제할 레버리지를 잃는 것이다. 한국은 흑백 논리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점진적인 좌표 이동을 통해 국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호적 한중·한러 관계는 한국 외교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북한 견제 수단이자 동북아 안보 긴장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한국은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어느 한 편에 서기보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 긴장을 완화하고 신냉전 구도를 피하는 방향으로 외교적 입장을 정립해야 한다”며 “지금은 어렵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국익을 위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했다.
◆ “한국, 평화를 향한 쇄빙선 역할 해야”
정대진 교수는 “현재의 세계질서는 한국 단독으로 해빙이나 데탕트를 선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차가운 한파 속에 빙하가 떠다니는 듯한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 외교는 쇄빙선처럼 돌파하며 평화 상태로 전진하는 외교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외교적 강점을 ‘비제국주의 선진국’이라는 정체성과 함께 ‘세계 10위권의 경제·군사력’에서 찾았다. 정 교수는 “한국은 제국주의 경험이 없는 선진국으로, 동북아에서의 협력 구상을 추진하더라도 제국주의적 야심으로 비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위치에 있다”고 했다.
이어 “남북한과 중국 동북 3성, 산둥반도, 일본열도, 러시아 연해주를 아우르는 ‘동북아 일일생활권’을 주장한다면, 이는 주변국들에 한국의 평화적 의지를 설득하는 데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누구를 공격하거나 약탈하는 방식이 아니라, 경제적 성장을 이뤄낸 경험과 평화 애호적 정체성은 지금의 위태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빙하를 깨뜨리며 항로를 개척하는 데 적합하다”며 “이제는 한국이 전 세계에 공통의 비전과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며, 평화 애호 국가로 자리매김할 기회를 창출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아울러 “남북관계 전환을 그 시금석으로 삼아야 한다”며 “이러한 외교적 전환이야말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했다.
이밖에도 자유 주제발표로 박봉일 박사(총신대)가 ‘칼빈의 다니엘서 성경해석을 통해서 본 추방과 박해의 의미’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 칼빈의 다니엘서 해석, 고난 속 신앙에 길 제시
박 박사는 “16세기 유럽의 역동적인 정치적, 종교적 역학 관계 속에서 신앙의 자유와 삶의 안정을 찾아 유목민처럼 살아가던 그리스도인들에게 칼빈이 제시했던 다니엘서 강의들은 북한이탈주민 성도들뿐만 아니라 그들을 한 몸으로 받아들여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이루어 가기를 소망하는 한국 교회에도 유익한 통찰력을 제공해 준다.
이어 “칼빈이 다니엘서 해석에서 ‘추방’과 ‘박해’를 구별하면서도 이를 분리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접근했다”며 “칼빈은 성도와 목회자, 난민을 따로 나누지 않고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동일하게 말씀을 적용하며, 고난의 문제에 대한 신앙적 태도를 제시했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칼빈의 해석은 분단과 아픔의 현실 속에 있는 한국 교회 성도들이 각기 다른 배경에도 불구하고 공동의 교훈을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나아가 시대를 초월해 박해와 갈등으로 신음하는 북한 기독교인들과 통일을 고민하며 탈북민과 더불어 살아가는 한국 교회가 예수그리스도의 증인 된 삶을 말씀과 행위로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그 방법에 관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했다.
한편, 포럼은 최현범 박사(총신대) 진행의 종합토론 순서로 모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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