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법원, 기독교인 신성모독·테러 혐의 무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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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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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에서 허위 신성모독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후 변호사들과 함께 있는 찬드 샤마운(Chand Shamaun, 가운데 첫 번째 왼쪽)씨의 모습. ©Christian Daily International-Morning Star News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의 한 지방법원이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각) 기독교인 찬드 샤마운(Chand Shamaun)에 대한 신성모독 및 테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3일 보도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피고에게 제기한 혐의를 입증하는 데 철저히 실패했다”고 판시했다.

피고 측 변호사 자베드 사호트라(Javed Sahotra)에 따르면, 두 자녀를 둔 아버지인 샤마운은 지난 2024년 6월 23일 이슬람 모독 혐의(파키스탄 형법 제295-A조) 및 1997년 제정된 반테러법 제9조에 따라 체포됐다. 당시 그는 펀자브주 오카라 지역에서 꾸란을 훼손하겠다고 협박하며 종교 갈등을 유발한 혐의를 받았다.

제295-A조는 특정 종교 또는 종교적 신념을 모욕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종교 감정을 해치는 행위를 금지하며, 최대 10년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반테러법 제9조는 종파 간 증오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행위에 대해 최대 7년의 징역형을 규정한다.

샤마운은 2024년 10월 10일, 라호르 고등법원 2인 판사 합의체로부터 보석을 허가받았다. 이후 사히왈 관할 반테러법원장을 겸임하는 지아 울라 칸(Zia Ullah Khan) 지방법원장이 지난 10일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호트라 변호사는 “판사는 ‘검찰 측 증인들의 진술에 중대한 모순과 불일치가 있다’는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며 “증인들은 범행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조차 법정에서 입증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경찰이 사건 발생 13시간 뒤에야 피의자에 대한 신고를 접수한 점을 들어, 수사에 악의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사호트라는 “판사는 판결문에서 ‘증인들의 모순된 진술은 검찰의 주장을 심각하게 의심스럽게 만들었다’며 ‘증인들이 현장에 없었거나 상상력으로 꾸며낸 이야기일 수 있다’고 적시했다”고 밝혔다.

한편, 파키스탄에서는 최근 몇 년간 신성모독 혐의를 둘러싼 폭력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무슬림 군중의 폭력과 폭동이 발생하는 경우가 잦으며, 피의자들이 살해당하는 사건도 빈번하다.

2024년 한 해 동안 파키스탄 내에서 신성모독 혐의로 새롭게 접수된 사건은 총 344건에 달한다. 이는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이 지속적으로 남용되고 있다는 인권단체들의 우려를 뒷받침한다. 사회정의센터(Center for Social Justice, CSJ)가 발간한 연례 인권 보고서에 따르면, 이 중 70%는 무슬림, 6%는 기독교인, 9%는 힌두교인, 14%는 아흐마디 교도였다.

가장 많이 적용된 조항은 이슬람 성인(예언자 무함마드의 가족 및 동료 등)에 대한 불경을 다루는 제298-A조로, 지난해 128건이 접수됐다. 이어 제295-A조(종교 감정 모독, 106건), 제298-C조(아흐마디 교도에 대한 차별, 69건), 제295-B조(꾸란 훼손, 62건), 제295-C조(예언자 무함마드 모독, 62건)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펀자브주가 전체 사건의 62%로 가장 많았고, 신드주(30%), 카이베르파크툰크와주(5%), 아자드자무카슈미르(2%), 길기트발티스탄(1%) 순이었다. 펀자브주의 셰이크우푸라(32건), 라호르(28건), 코트아두(13건), 라왈핀디(13건), 오카라(11건), 사르고다(11건), 구즈란왈라(10건) 등이 주요 발생 지역으로 집계됐다.

2024년 한 해 동안 신성모독 혐의로 10명이 법적 절차 없이 살해됐으며, 이 중 6명은 펀자브주(라호르 2명, 라왈핀디 2명, 사르고다 1명, 구자라트 1명), 신드주 2명(카라치·우메르코트 각 1명), 카이베르파크툰크와주 1명(스와트), 발루치스탄 1명(콰타)에서 발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87년부터 2024년까지 최소 2,793명이 신성모독 혐의로 정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기소되었으며, 이 중 104명이 자경단이나 군중에 의해 살해당했다. 희생자 중 64%인 67명은 무슬림이었으며, 기독교인 26명(25%), 아흐마디 7명, 힌두교인과 불교인 각각 1명, 종교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도 2명 있었다.

현재 파키스탄 인구의 약 96% 이상이 무슬림이며, 국제 오픈도어선교회(Open Doors)가 발표한 ‘2025년 기독교 박해 감시 국가 리스트(World Watch List)’에서 파키스탄은 기독교인이 살기 가장 어려운 나라 8위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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