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개헌은 대선 이후"… 정치권 개헌 시기 놓고 격돌

"내란 종식이 우선" 강조한 이 대표… 여야 및 당내 경쟁주자들 공개 반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개헌 논의와 관련해 "지금은 개헌보다 내란 종식이 우선"이라며, 개헌은 대선 이후 공약에 따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는 "개헌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파괴된 헌정질서를 회복하고 내란을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안한 조기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는 제안에 대해 사실상 선을 그은 것으로, 개헌은 대선 이후로 미루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 대표는 현재 대통령 5년 단임제를 "기형적인 제도"라고 비판하며 4년 중임제 도입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레임덕이 시작되고, 재신임 기회 없이 국정 안정성이 흔들린다"며, 지난 대선에서 공약했던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다만 그는 "권력구조 개편이나 감사원의 국회 이관, 국무총리 추천제, 자치분권 강화 등 주요 개헌 의제는 논쟁의 여지가 큰 만큼 대선 이후 각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하고 그에 따라 신속히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신 이 대표는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과 계엄 요건 강화는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다며, 국민투표법이 개정되면 조속한 추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광주 정신을 헌법에 담고, 계엄 요건을 강화해 친위 쿠데타를 방지하는 데 국민의힘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과 민주당 내 경쟁 주자들은 이 대표의 유보적 태도에 잇따라 반박 입장을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자체 개헌안을 마련해 대선일에 맞춰 국민투표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헌은 권력 분산을 넘어서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김두관 전 의원은 이날 "개헌 대통령이 되겠다"며 첫 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제7공화국을 위해 임기를 2년 단축하겠다"며 개헌 의지를 피력했고, 우원식 의장의 제안은 "합리적"이라며 이 대표의 주장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부겸 전 총리도 "개헌과 내란 종식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내란 수습을 명분으로 개헌을 회피하는 태도는 안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선거와 연계한 개헌 국민투표 실시를 제안하며, 정권 출범 후 권력구조 개편과 지방분권, 기본권 강화를 포함한 개헌 추진 로드맵을 강조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역시 "내란 종식이 최우선 과제라는 데 동의하지만, 우선 합의 가능한 사안부터 추진하자"며, 계엄 방지 개헌과 5·18 정신 수록, 행정수도 이전 등 사안을 우선 처리하고, 권력구조 개편은 내년 지방선거를 목표로 2단계 개헌 논의를 이어가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 측은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대선 후보로 확정될 경우 구체적인 개헌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개헌 추진에 적극 나설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해소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역대 대선 사례를 보면 개헌 이슈는 선두 주자를 견제하려는 전략으로 활용돼 왔다"며, "이 대표의 독주 체제가 굳어질수록 개헌 논의는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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