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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청학련·오적필화 사건'으로 1970년대에 6년4개월의 옥살이를 한 시인 김지하(74)씨에 대해 법원이 항소심에서도 국가의 15억원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고법 민사2부(부장판사 김대웅)는 김씨와 그의 배우자 및 아들이 "옥살이로 인한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8일 1심과 같이 국가가 15억여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민청학련 사건 수사과정에서 최소한의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수반되는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국민 개개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해야 할 국가의 사법기관과 소속 공무원이 오히려 공권력을 악용해 의도적으로 인권침해행위를 자행한 특수한 불법행위"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향후 법치주의나 법의 지배를 전면으로 부정하는 비이성적인 폭거의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며 "1심에서 인정된 위자료 액수는 적정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1970년 재벌과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 등의 행태를 풍자하는 '오적'을 사상계 5월호에 발표했다가 반공법 위반으로 100일의 옥고를 치렀다. 김씨는 이후 1974년에는 민청학련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고 수감되는 등 1980년까지 총 6년4개월의 옥살이를 했다.

김씨는 지난해 1월 재심을 통해 민청학련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오적필화 사건에 대해서는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김씨는 이후 지난해 5월 "반민주적 불법행위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국가가 김씨와 그 가족들에게 15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김씨와 국가 측 모두가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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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