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사역. 1980년대만 해도 낯설기만 했던 이 단어가 지금은 대부분의 교회에서 외칠만큼 중요한 사역이 되었다. 미주 한인교회에서 가정사역을 최초로 시작하고 또 지금까지 이끌어 온 “가정사역의 산 역사”라면 누구라도 CMF(Christian Marriage and Family Ministries)를 꼽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단체의 대표인 김철민 장로는 “산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리학 박사를 꿈꾸며 미국에 유학왔던 그가 하나님이 주신 소명에 붙잡혀 가정사역자가 된 이야기를 들어 본다. 그는 미국 정부의 협력단체인 한 우주항공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평신도이지만 왠만한 풀타임 사역자 못지 않게 미주와 전세계를 누비는 가정사역의 대표 주자다.

모태신앙이던 그는 더 뜨겁게 하나님을 믿고 싶어 7명의 친구들과 함께 선교사로 나가겠다고 서원하고 선교단체까지 조직해 활동했다. 그 7명 중 5명이 목사와 선교사가 됐지만 정작 하나님은 그에게만 아무런 답도 주지 않으셨다.

평신도로 교회를 열심히 섬기던 그는 1989년 KCCC 활동을 시작하며 삶의 현장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선교 운동을 체험했다. 지금 CMF에서 함께 활동하는 강순영 목사도 그때 만났다. 이후 그는 KCCC에서 주최한 가정사역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아무 문제 없는 우리 가정”이 “더 행복해 질 수 있는 우리 가정”이란 새로운 관점에서 보이면서 “모든 사람에게 가정 사역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1991년부터 자체적으로 결혼교실을 열며 청년들에게 기독교적 결혼을 지도해 오던 그는 1999년 CMF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이 사역에 뛰어 들었다. 지금까지 22년을 오면서 95기가 졸업했고 수천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CMF는 독특한 조직이다. 첫째는 사역자들이 각자의 일을 한다. 강순영 목사는 자마에서 활동하고 있고 김철민 장로는 오렌지카운티제일장로교회를 섬기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CMF가 주최하는 결혼교실, 선교사부부축제, 결혼상담 등 주요한 일정 때가 되면 어김없이 모여 CMF의 활동을 이끈다.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각자의 사역지에서 언제나 CMF의 활동을 하고 있다가 중요한 행사가 되면 그 공력(功力)을 시전(始展)한다고 말할 수 있다. 김철민 장로도 CMF의 공식 일정 외에 평일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을 쪼개서 상담 사역을 하고 있고 휴가를 아껴 전세계에서 집회를 인도한다.

두번째는 사역자와 그 대상의 구분이 없다. 사역자 자신이 가정사역의 대상이며 가정사역의 대상이 곧 가정사역을 하고 있는 평신도 선교사들이다. 그래서 결혼교실을 거쳐간 이들이 만나서 결혼에 골인하기도 하고 이들이 전세계에 가정사역을 전하는 선교사로 나가기도 한다.

세번째는 그 활동이 가정사역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선교사 파송 및 후원 사역, MK 사역, 장애우 사역, 집시 사역, 음악 사역 등 여러 활동을 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이 모든 활동의 중심에 이들의 전문분야인 “가정”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김 장로는 “가정사역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가정사역으로 복음을 전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정이 없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우리의 전도 대상”이라고 했다.

-가정 사역이 무엇인가?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안 싸우고 잘 사는 건가?

가정 사역은 우리가 하나님이 창조하신 소중한 피조물임을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나는 전세계 70억명 중에 오로지 1명밖에 없으니 얼마나 소중한가? 우리가 가정에서 겪는 많은 갈등과 어려움은 내가 이렇게 귀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좀더 철이 들어서 내 아내도 70억분의 1이니 소중한 존재라는 점, 그리고 70억분의 1과 70억분의 1이 만나서 형성된 우리 가정도 그렇게 하나님 앞에 귀하다는 것을 깨달으면 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목적을 깨달으면 행복해진다. 사랑의 원리를 깨달음으로서 얻게 되는 행복은 행복해지려고 노력해서 행복해지는 능동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로서 피동적인 것이다.

-주관적인 행복의 원리를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나?
 

하나님이 우리를 창조하실 때 사랑의 대상으로 창조하셨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사랑할 대상을 주셨다. 하나님이 모든 생물을 쌍으로 지으셨는데 인간만 아담을 먼저 흙으로 지으셨다. 그리고 아담이 스스로 “혼자 있는 것이 안 좋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신 후 흙이 아닌 그의 갈비뼈로 하와를 지으셨다. 이 말은 아담과 하와는 별개가 아니라 하나라는 뜻이다.

좋으신 하나님은 아담이 짐승의 이름을 짓는 행위를 통해 “나는 돕는 베필이 없구나”를 깨닫게 하신 후, 배우자를 주신 것이다. 즉, 하나님의 완전한 피조물인 두명의 인간이 만나서 또 다른 완전을 이루는 것이 사랑이다.

물 위를 걷는 방법이 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려서 물에 발이 빠지기 전에 다음 발을 내딛으면 된다. 입자가 붙어 있는 상황에서 그 입자 간에 무수한 교류가 발생하면 굉장히 탄탄한 구성이 이뤄진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간이 남편의 희생적 사랑, 아내의 순종적 사랑을 무수히 교환하며 하나되도록 하셨고 그리 될 때 우리가 행복해 질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담을 해야 그런 사랑을 깨닫게 할 수 있나?


남편은 그리스도가 교회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심처럼 아내를 희생적으로 사랑하고 아내는 그리스도가 교회의 머리됨같이 남편을 순종적으로 사랑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죄의 문제를 해결해 주셨고 우리는 우리의 죄성을 깨달아야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다. 즉, 남편과 아내가 성령이 충만하여 이 사랑의 원리대로 하나됨을 이루면 된다. 그 과정을 가도록 돕는 도우미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의 상담이다. 그리고 부부간의 사랑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우리를 향한 사랑을 깨닫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점이다. 나는 가정사역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가정 안에서 하나님의 사랑의 원리를 깨닫길 바란다.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닌데.
 

가정은 영적 전쟁터다. 우리는 가정이 불화하는 원인이 성격차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라. 하나님은 남편과 아내가 하나되도록 명령하셨다. 그렇다면 사탄은 이 둘이 하나되는 것을 죽도록 싫어할 것이다. 즉 가정이야말로 가장 치열한 영적 전투장이다. 성격차이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에게 있는 죄성 때문이다.
우리는 가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그런 문제가 존재하는 것을 아는 것이야말로 그 문제를 고칠 수 있는 시작이란 점에서 큰 축복이라고 말해 준다.
 

-가정사역을 죄의 문제와 연결시키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우리가 우리 능력으로 하려고 하면 어렵다.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그들에게 성경적 관점에서 설명해 준다. 그리고 함께 기도한다. 그러면 해결은 하나님께서 해 주신다. 우리가 하지 않고 하나님이 하시기에 이혼 직전까지 간 가정이 회복되고 많은 청년들이 성령의 능력으로 자신의 짝을 만나는 등 역사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그 과정을 도와 줄 뿐이다.

지금은 이민교회에 깨진 가정이 많아 교회에서 이와 관련된 설교나 사역을 하는 것이 참 어렵다고 한다. 게다가 기독교 가치관에 어긋나는 동성애 등 다양한 가정 구성이 나타나면서 가정사역도 복잡성을 띠게 됐다.

-가정사역자만이 가정사역을 해야 하나?
 

꼭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사람마다 은사가 다르고 목회자들도 은사가 다르다. 은사있는 사람에게 그 일을 맡기는 것은 무능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CMF는 교회와 별개의 단체가 아니다. 교회의 사역을 돕는 단체이다. 그리고 가정사역은 은사있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

심리상담도 필요하다. 행복할 때는 심리상담을 통해 더욱 행복해 질 수 있다. 그러나 갈 데까지 간 사람들에겐 성령의 은혜 외엔 답이 없다는 것을 현장에서 많이 보아 왔다. 가정 사역은 지식 전달을 넘어 있다. 그것은 단순히 약물이나 대화로 Change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 성령의 능력으로 Transform을 추구하는 것이다. 죄라는 근본의 문제로 돌아가야 하고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해결책을 만나야 한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김철민 #이민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