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수 박사. ⓒ베리타스 DB

방한 중인 LA 갈릴리신학대학원 홍정수 박사(조직신학, LA한아름교회)가 교회라는 틀 안에 갇혀 그 안에서만 통용되는 ‘종교 언어’에 대해 "오늘날 예수의 복음을 전하는 ‘언어’가 죽었다"고 표현, 우리의 실천적 삶과 관련이 없는 종교 언어를 ‘죽은 언어’라는 급진적 주장을 전개했다.

지난 24일 연세대 루스채플 원일한 홀. 갈릴리신학대학원의 온라인 과정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홍성현 박사팀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그는 ‘내가 예수 안에서 얻은 것: 복음의 비종교적 해석’이란 제목으로 방한 강연을 했다.

홍 박사는 최근 순수 복음을 외치며 초대교회 전통을 회복해야 한다는 개신교회의 움직임에 대해 "우리는 부인할 수 없는 퓨전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전제하고는 "초대교회 역시 순수하지 못했고, 지금과 똑같이 권력 투쟁의 장이었다"면서 초대교회 당시나 오늘의 한국교회 상황이나 별반 다를 게 없었음을 강조했다.

“초대교회는 이상적인 교회가 절대 아닙니다. 지금하고 똑같아요. 권력투쟁을 하고. 바울이 갈라디아서 등등에서 예루살렘에서 잘난 놈들 욕을 하거든요. 권력투쟁 그때부터 있었고, 예수 제자들 사이에서도 있었고, 초대교회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얘기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이 초대교회를 특별히 사랑했고, 우리를 버려두었다고 하면 그런 하나님은 저는 안 믿죠. 자존심 상하잖아요. 역사적으로 보면 세대 경륜주의자들이 말하는 엉터리 신학이고요. 만약 그런 이야기를 하면 성서에 구체적으로 초대교회의 어떤 부분을 본받고 싶으냐. 초대교회란 말을 빼고 성서의 가르침에 충실하자는 말로 바꿔야지. 지금의 교회를 도매급으로 비판하면서 초대교회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은, 그렇게 시간적으로 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봅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본질을 회복할 수 있는 더 적합한 방법을 예수를 믿는 것과 예수의 삶을 사는 것의 갭(gap)을 줄이려는 노력에서 찾았다. 홍 박사는 "예수를 믿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데 그것은 언어의 문제라고 본다"며 "사영리 틀 안에 있는 예수를 우리는 죽었다 깨어나도 실천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를 이해하기 위햇 사영리에 관한한 보수 신학의 정통 권위자 박형룡 박사의 책을 다독했다는 홍 박사는 "저술들 가운데 예수의 이야기가 설교 두편에서 나오는데 예수의 행동에 대해서는 한편도 나오지 않는다"며 "예수의 이름만 있고, 예수가 십자가를 졌다고만 했지, 왜 졌는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며 기독교의 핵심 가치로 여겨져 온 예수의 십자가 사건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했다. “마가복음은 1, 2장만 있어도 충분하죠. 그 뒤에는 반복이에요. 십자가까지 필요도 없다고요. 예수의 성격은 1장만으로 충분합니다. 십자가 사건이 핵심이 아니에요. 말하자면 예수가 생명, 평화적으로 사는 것이 1장에서 다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것이 끝까지 가면 당연히 맞아 죽죠. 예수가 우리에게 누군가? 이를 말해주는 것이 죽은 언어로 되어 있어요. 우리가 실천할 수 없는 언어로 되어 있다는 것이죠. 이게 문제입니다. 행동할 수 없는 언어로 그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홍 박사는 우리가 예수의 이야기를 실천할 수 있는 ‘살아있는 언어’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보고 십자가를 지고 죽은 예수를 따르라고 하면 처자식을 버리고 죽으라는 얘기밖에 더 되겠느냐"며 "바울은 날마다 지는 십자가를 얘기한다. 그런 십자가라면 왜 못 지겠느냐. (바울이)전혀 다른 언어를 구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을 안 하고 (예수를)대충 믿는 게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홍 박사는 ‘구원’의 의미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에 따르면, 서구화된 한국인들의 일반적 사유로는 경쟁 승리자, 소원(목표) 달성자가 곧 ‘구원받은 자’요 ‘삶의 의미’를 찾은 자라는 ‘귀신’에 사로잡혀 있고 종교인들도 예외가 아니라고 했다. 예수를 믿기만 하면 소원 성취, 목표를 달성한다고 외쳐대며 기복 신앙을 조장하는 일부 대형교회에 대한 비판도 보탰다. 홍 박사는 방한 일정을 마치고 28일 귀국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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