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소망신학포럼에서 김은혜 교수(왼쪽 두번째)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국에서 빈곤층은 공식 통계로 15%에 이른다. 65살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50%에 가깝다. 우리나라 중산층 소득의 50%를 빈곤 기준선으로 설정할 경우, 전체 인구 가운데 16.5%가 기준선 아래에 있다. 무려 약 800만 명이 가난하고 빈곤한 상태에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빈곤의 문제는 사회개혁이나 변화의 차원을 넘어 생사를 선택해야 하는 생존의 문제다”

12일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열린 제14회 소망신학포럼을 통해 장신대 김은혜 교수(기독교와문화)가 발표한 내용이다. 그는 ‘해방 이후 개신교 도시빈민선교의 역사적 고찰을 통해 본 21세기 빈민선교의 방향과 한국교회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김 교수는 “1990년대 중반까지 잊혀져가던 빈곤이라는 단어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우리의 새로운 사회문제로 등장했다”며 “가난한 사람들은 소위 달동네라 불리는 고산지대 산동네나 하천변 뚝방 등에서 살아왔다. 이들을 두고 도시의 가난한 사람들, 즉 도시민빈이라 불렀다. 이들은 이 사회를 발전시키고 지탱해 온 원동력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채 불평등 구조의 바닥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개신교의 도시빈민의 역사를 고찰한 김 교수는 “지난 반세기가 지나면서 한국 개신교 도시빈민선교는 21세기 한국교회의 미래를 열어줄 소중한 정신을 지켜왔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개신교 도시빈민선교의 정신을 설명하며 “도시빈민선교는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나님의 통치를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세상의 영역으로 확대시키는 것을 중요한 사명으로 실천해왔다”며 “부정의한 사회의 기존 질서와 체제에 타협하지 않고 새로운 기독교 생명문화를 형성함으로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시켜 나갔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개신교 빈민선교의 중요한 전통은 교회가 빈민들과 함께 살아가며 복음을 실천해온 것”이라며 “가난한 자들에 대한 시혜적이고 동정적 봉사가 아닌 그들을 복음으로 하나님 나라 실현과 사회변화의 주체로 세워나가는 운동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하나님과 맘몬 사이의 화해할 수 없는 적대적 관계에 대한 가르침은 기독교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종교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하나님과 가난한 자들 사이의 관계를 가르치는 것은 오직 성서 뿐”이라며 “가난한 자들을 향한 우호적, 우선적 선택에 대한 성서적 관점은 진보적 신학자들만의 주장이 아니라 성서의 중심적 메시지다. 따라서 도시빈민선교는 가난한 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통전적 선교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지금은 상당수 사회구성원을 손쉽게 패자로 만들어버리는 신자유주의적 질서와 빈곤문제에 대한 성찰이 새롭게 요구되는 시대”라며 “개신교 빈민선교는 오늘날 ‘사회적 배재’나 ‘빈민에 대한 거리 두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가난한 자들과 부요한 자들, 그리고 대형교회와 작은 교회의 공존과 동행을 모색하는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이러한 작업은 남들이 가지 않은 척박한 빈민 현장에서 오랜 세월을 일해 온 목회자들과 활동가들, 그리고 현장교회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에 귀를 기울일 때 가능할 것”이라며 “더욱이 한국교회가 끝없이 추락하는 이 시대에서, 차별과 배제의 문화를 극복하고 개신교 빈민선교의 정신이 진정한 공명으로 울려 퍼질 때 한국교회의 미래는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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