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오히려 ‘무관심’ 낳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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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화 목사, 과거 발언 재조명… “지금도 변함 없어”
경동교회 원로 박종화 목사 ©기독일보 DB

최근 정의당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되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혹은 ‘평등법’에 대한 교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거 이 법을 비판했던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의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기장 소속인 박 목사는 중도-진보 인사로 분류된다.

박 목사는 지난해 2월 15일 서울영동교회에서 열렸던 한국복음주의협의회(대표 최이우 목사) 월례발표회에서 ‘이웃 사랑-자신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며 “예수께서는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눅 10:25-37)를 통하여 답을 주셨다. 사마리아 사람이 자기 몸처럼 사랑할 이웃은 강도 만난 사람이었고, 제사장과 레위인은 자기 사랑에는 충실했으나 강도 만난 사람을 이웃으로 삼지도 사랑하지도 않았다”며 “율법은 자기 사랑과 이웃 사랑을 분리시킨다. (제사장과 레위인은) 강도 만난 사람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했고, 사랑을 베풀만한 연민의 정이 없었다. 아니 그 사람을 보고 ‘골치가 아팠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율법에서 소외당했으나 주님의 복음으로 선택받은 사마리아 사람은 강도 만난 사람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고, 그래서 더 사랑하고 싶었다.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라며 “율법은 심판하고 사랑도 갈라놓는다. (그러나) 복음은 용서하고 사랑으로 하나가 되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오늘날 소위 ‘포괄적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이 거꾸로 역차별의 희생을 만들어 내며 선의의 ‘구별’마저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함정에 염려와 분노를 표하고 있다”며 “하나님의 형상을 똑같이 타고난 인간이기에 인간사회의 각종 이념과 전통 때문에 차별받는 것은 어떤 경우에라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것을 율법주의의 틀로 규제해 놓기만 하면 역설적으로 ‘무관심, 무자비, 무사랑’의 수렁에 빠져서 결국에는 현대판 강도 만난 자들만 양산하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제사장과 레위사람처럼 율법적 규제 때문에 간여하다가 ‘골치 아픈’ 결과를 얻을지 몰라 도피의 길을 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복음의 정신으로 돌아가 생명을 향한 적극적인 사랑을 베풀도록 길을 열어 놓아야 한다”고 했다.

박 목사는 “진정으로 ‘가슴이 아프기’에 사랑으로 잘못을 지적하고 인간적으로 감싸주며 위로해 주고 결국에는 기쁘고 참된 생명 사랑의 길로 인도하는 ‘포괄적 사랑의 관심’을 북돋아 주는 입법이 되도록 하는 일이 더욱 중요할 것“이라며 “적과 동지로 갈라놓는 이념적 율법주의도 불식시켜야 하지만, 무관심과 불간섭으로 규격화시켜 살맛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봉쇄적 율법주의도 불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시 한국복음주의협의회에서 말한 내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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