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북미정상회담 승자·패자 없다…모두가 승자"

'정상회담과 평화체제의 길' 주제로 열린 대화문화아카데미 대화모임에서 발제
최근 열린 대화문화아카데미 대화모임에서 발제자로 나선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발언하고 있다. ©대화문화아카데미 제공

[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최근 북미정상회담 직후 일각에서는 '北김정은의 승리'라는 표현을 썼다. 줄기차게 언급되던 'CVID'는 선언문에 새겨지지 않았고, 美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는 폭탄(?)선언까지 했다. "모든 것은 북한 측에서 주장하던 것"이라며 보수층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이와는 다르게 문정인 특별보좌관(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남북과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 '모두의 승리'로 봤다. 그의 발언은 최근 열린 대화문화아카데미 대화모임에서 있었다.

문정인 특보는 발제를 통해 "지금 가장 놀라운 것은 작년 한해에 비해 엄청난 대전환이 일어났다는 사실"이라 말하고, "갑자기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광에서 피스메이커, 평화 비핵화의 챔피언이 됐는데 일반 사람들이 보기엔 엄청난 쇼크로 다가올 것이고 저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줬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승자이고 미국이 패자다라고 하는데, 동의하지 못한다. 승자와 패자는 전쟁에서는 있다. 그러나 외교에서 완전한 승자와 패자는 없다"며 "상대적 게임이기에 모두가 승자"라 했다.

문 특보는 먼저 미국의 입장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원했기 대문에 승자라 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체제 안정을 보장받았다는 데서 승자이고, 한국은 싱가포르 선언 자체가 판문점 선언의 연장선상에 있기에 승자라 했다.

그는 "싱가포르 선언 자체가 한국 정부가 종전선언-평화조약-평화체제로 가는 길목을 열어주는 데다, 판문점 선언에서 우리 대통령과 김정은 사이에서 논의한 것, 제가 아는 바로는, 우리 대통령은 분명히 CVID를 이야기했다"고 밝히고, "아마 북측도 그런 이해가 있어서 나온 게 ‘완전한 비핵화’ 일 것인데, 그 맥락에서 남북한과 미국 지도자들은 ‘완전한 비핵화’가 CVID라는 이해가 있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본다면 북한만 CVID를 안 썼으니 승리했다고 보기 힘든 것"이라 했다.

또 문 특보는 "중국 입장에서도, 싱가포르 선언 자체는 그런 형식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끝난 후 (트럼프의) 기자회견 과정을 보면 중국이 이야기한 것을 다 받아들였다"며 "중국 정부의 한반도 북 핵문제에 대한 공식 전략(3대 원칙과 2대 전략)이 이번에 전부 반영됐다"고 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일본이 그렇게 한반도 문제에 주요 행위자는 아니지만, 일본은 납치 일본인 문제를 제일 우선시하는데, 트럼프가 김정은에 그걸 전달했다고 하니 어떻게 보면 일본도 사실상 승자"라 했다. 이렇게 보면 승자·패자가 없고 다 승자라고 볼 수 있는 게 싱가포르 선언이란 것이다.

구체적인 각론에 들어가, 문 특보는 "CVID가 안 나왔다고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기본적으로 ‘완전한 비핵화’가 CVID라는 건 평균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했다. 비핵화 타임라인에 대해서는 "적대적인 관계의 두 국가가 70년 만에 처음 만나는데, 총론적인 것을 이야기하지 각론으로 들어갈 수 없는 것 아닌가"라 했다. 한미군사훈련 중단에 대해서는 "이에 대한 비판이 가장 큰데, 이번만이 아니라 한미간 연습을 잠정 중단 한 것이 과거에도 (92년과 94~96년 비슷한 이유로 중단된 사례가) 있었다"며 "그런다고 한미동맹 약화되는 것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평화체제'에 대해서도 문 특보는 "우리 정부의 생각은, 우선 금년 내 남북미 3자가 종전 선언을 한다는 것"이라 밝히고, "종전 선언이 이뤄지지 않고는 평화조약을 이야기하는 게 시기상조라 아직 말 안하고 있는 것"이라 했다. 그는 "평화는 신뢰에서 오는데, 신뢰는 상호교류, 상호이해에서 생긴다"면서 "그렇다면 남북 간에는 새로운 거 필요 없고 기존에 있는 7.4공동선언부터 남북기본합의서, 6.15, 10.4 판문점 선언 등을 다 합쳐만 놔도, 그리고 장성급 회담까지 다 정리만 해도 남북 간 전쟁은 안 일어나게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북미관계에 대해서 문 특보는 "수교조약만 맺으면 다 해결 된다"고 말하고, "주한미군 문제 포함해 한미동맹 문제는 북미수교 기본조약을 체결하고 그 안에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에 대한 항목을 하나 정도 집어넣으면 된다"면서 "예컨대 통일 후에 주한미군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하면 된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평화의 길 만드는 길은, 우리는 기존의 약속을 잘 이행해나가고, 미북 사이에는 기본조약 체결해서 수교하고 평화 관련 조항을 기본조약에 집어넣고, 그렇게 되면 한반도 평화가 오는 게 아니겠느냐"며 발제를 마무리 했다.

최근 대화문화아카데미 대화의집에서 열린 대화모임에는 각계 원로, 사회지도층, 학계, 시민사회 등 41명의 인사들이 모여 함께 "정상회담과 평화체제의 길"이란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대화문화아카데미 제공

질의응답 시간, 문정인 특보는 북한을 향해 "북한을 악마화, 불량국가화, 악의 축이라고 하는 게 ‘집단적 심성’으로 워싱턴에서 자리 잡았기 때문에, 그것을 고치지 않으면 힘들 것"이라 말하고, "그걸 고치려면 결국 북한이 지속적으로 파격적으로 좋은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그러면 미국에서도 북 입장을 지원하려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 했다. 특별히 논란에 섰던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 그는 본인이 뭐라고 이야기하기 곤란하다고는 했지만,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한반도 평화체제가 온다면, 우선 미국에서부터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나올 것"이라 내다봤다.

한편 대화모임은 종로구 평창동 대화문화아카데미 대화의 집에서 "정상회담과 평화체제의 길"이란 주제로 열렸다. 문정인 특보가 북미관계를 중심으로 먼저 발제했으며, 정성장 연구기획본부장(세종연구소)이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발제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명규 서울대 통일연구소장의 사회로 이홍구 전 국무총리,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이부영 동아시아평화회의 운영위원장,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 박찬모 평양 과기대 명예총장, 이현숙 민주평화통일회의 부의장 등 각계 원로, 사회지도층, 학계, 시민사회 등 41명의 인사들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행사를 주최한 이삼열 이사장(대화문화아카데미)은 인사말을 통해 "대화문화아카데미는 작년부터 북핵, 전쟁위기 속에서 이홍구 전 총리를 중심으로 기획위원을 구성해 평화포럼을 4번째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두 정상회담이 끝난 후 여러 가지 과제가 놓여있는 상황인데, 방향을 정립하고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임이라 생각하고 여러 분야의 분들을 모셨다"며 모임 개최 취지를 밝혔다. 이홍구 이사장(서울국제포럼)은 "30년 전 동서냉전의 막이 내렸다고는 했지만 지금 냉전 2.0시대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개인적 견해"라며 "이런 상황에서 분단 70년을 이어가는 한반도 평화의 문제를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가가 우리가 당면한 문제"라 이야기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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