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계 선교사, 수단서 '첩자'로 몰려 종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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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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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순교자의 소리' "수단 교회들을 향한 적대감을 입증하는 것"
피터 야섹(Petr Jašek) 선교사(맨 오른쪽)와 함께 기소 당한 두 명의 수단인들. ©한국 순교자의 소리

[기독일보 홍은혜 기자] 수단 하르툼(Khartoum)에서 그리스도의 자비와 긍휼을 증거하다 '첩자 활동'을 했다고 몰려 종신형에 처한 체코계 기독교인을 위한 구명 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CEO 에릭 폴리 목사)는 31일 "수단에게 첩자 활동으로 기소당한 기독교인 선교사를 석방하도록 요청한다"고 밝히고, "기소는 ‘수단에 있는 교회를 향해 커져가고 있는 적대감을 입증’한다"고 전했다.

수단 법에 따르면, 첩자 활동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는 것은 최소 20년 투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체코계 기독교인 선교사이자 50대 중반의 피터 야섹(Petr Jašek)의 진짜 ‘죄목’은 데모를 벌이다 크게 부상당한 한 학생을 도와준 것이었다고 한다. 더불어 두 명의 공동 피고인들도 피터 야섹을 도왔다는 이유로 각각 12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들은 수단 인인 하산 압둘라힘(Hassan Abduraheem) 목사와 압둘모님 압둘마우라(Abdulmonem Abdulmawla)이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회장인 폴리 현숙 박사는 "어제 판결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선교사들이 첩자활동을 했다고 몰아 형을 선고한 것은 교회와 기독교인들을 향한 수단의 커져가는 적대감을 강조한 것이고, 선고의 가혹함이 이를 입증 한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미 교회들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순교자의 소리는 기독교인들과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존중해 달라고 수단에게 요청하며, 범죄라고는 오직 긍휼을 베푼 것밖에는 없는 사람들의 석방을 요청합니다."

또 폴리 현숙 박사는 "피터 야섹과 다른 사람들은 남부 코르도판 (South Kordofan)과 다르푸르(Darfur)에서 재정적으로 반군 운동을 지원했다고 기소 당했다"고 밝히고, "그 발단은 다르푸르에서 2013년 시위 중 심각하게 화상을 입은 한 학생에게 긍휼을 베푼 일이었다"고 전했다.

학생의 어려운 상황은 2015년 국제 컨퍼런스에서 강조되었다고 한다. 그 해 12월 피터는 학생에게 의료비 5,000달러를 건네주기 위해 하르툼(Khartoum)으로 향했고, 보안요원들은 하르툼 공항에서 피터의 가방을 수색하다 그의 기부 영수증을 발견해 현장에서 반군을 지원했다는 혐의로 그를 고발·구금했다.

피터 야섹(Petr Jašek) 선교사(오른쪽)와 수단 현지인의 모습. ©한국 순교자의 소리

피터 야섹은 10년간 병원 관리자로 일한 경력을 포함하여 20년 동안 의료 분야에 종사했다. 그는 보코하람에게 공격당한 기독교인들을 돌보았고 수단과 나이지리아의 핍박 받는 기독교인들을 치료해 주는 일을 해왔다. 때문에 그의 의료 경험은 수단과 같은 지역의 고통 받는 사람들을 섬길 수 있는 특별한 자격을 갖추게 됐었다.

하르툼의 법원은 피터의 노트북에서 한 비디오를 보여주었는데, 그 비디오에는 한 외국인이 누바(Nuba) 산맥에서 온 민간인들과 대화하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었다. 재판 중에 등장하는 이들 중 두 명은 남부 코르도판 주 누바 산지 출신이었다. 때문에 검찰은 이 비디오가 피터와 두 명의 목사들이 기독교인들에 대한 핍박과 ‘수단에 적대적인 무리들’에 대한 집단 학살 정보를 얻고 수단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반역죄를 범한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르툼 법원은 피터 야섹이 군사 시설을 사진 찍었고, 수단에 무비자로 들어갔다고 기소했다. 더불어 허가 없이 선교활동을 한 죄로 100,000 수단 파운드(1700만원 이상/2017.03.31기준)의 벌금을 물게 했다.

세 명의 피고인들 또한 ‘정부의 권위를 약화시키는 소문을 퍼뜨리고’ 증오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 죄의 법정 최고형은 6개월인데, 하르툼 판사는 형량을 두 배로 늘렸다고 한다. 세 명은 수단의 수도 하르툼의 북쪽, 옴두르만(Omdurman)에서 투옥되어 있다.

폴리 현숙 박사는 "세 사람은 모두 즉각적으로 항소하려 계획 중"이라 밝히고, "유럽 연합 의회는 먼저 이들의 무조건적인 석방을 요구했고, 체코 외무부는 판결을 반박하며 개입할 예정"이라 전했다.

피터 야섹(Petr Jašek) 선교사. ©한국 순교자의 소리

한편 하르툼에 있는 대부분의 교회들은 현재 철거될 위협에 처해 있다고 한다. 하르툼의 다른 소송에서 판사는 4개의 교회에 대한 철거 명령은 교회가 선정한 변호사가 아닌 수단 당국에 의해 대변되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게다가 21개의 교회도 똑같이 철거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폴리 현숙 박사는 "피터와 다른 사람들이 마음을 잃지 않도록 하나님께서 위로와 힘을 주시도록 기도를 요청한다"고 밝히고, " 이 세 명의 남자들을 변호하고 있는 법률 팀에게 하나님의 지혜가 임하도록, 그리고 그들의 항소가 신속히 표명되어 성공적으로 진행되도록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더불어 "수단의 25개 교회가 철거 명령을 받았는데 그들이 계속 사역을 해나갈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 했다.

수단의 대통령 오마르 알 바시르(Omar al-Bashir)는 국제형사재판소에 의해 집단학살, 전쟁 범죄와 인류에 대한 죄로 기소된 바 있다.

또 순교자의 소리는 1967년 루마니아의 리처드 웜브란트 목사가 설립했으며, 그는 자신의 믿음으로 인하여 공산주의 정권에 의해 13년 이상 구타당하고 수감 생활을 했던 바 있다. 오늘날 20여 개 국가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순교자의 소리 단체들이 70개 이상의 국가에서 핍박 받는 기독교인들과 협력하며 웜브란트 목사의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문의: 02-206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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