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을 실제 전력 공급에 활용하려면 안전 검증과 인허가, 재정 지원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배 부총리는 27일 오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원자력 장관회의 개회사에서 “AI와 데이터센터, 첨단산업의 성장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새로운 전력수요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충분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간 갈등과 공급망의 불확실성 속에서 에너지 안보를 지키는 일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한국에서 처음 열린 이번 IAEA 원자력 장관회의는 배 부총리가 의장을 맡았다. 60개국 정부와 8개 국제기구, 국내외 85개 기업 등에서 800여 명이 참석했다.
◈“대규모 저탄소 전력 공급”… 원전 확대 전망 제시
배 부총리는 각국이 더 많은 에너지를 깨끗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공통 과제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원자력은 대규모의 저탄소 전력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핵심 에너지원”이라며 대형 원전과 SMR에 대한 투자 확대 배경을 설명했다.
세계 원전 설비용량이 2060년에는 2025년의 약 3.4배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소개했다. IAEA는 2025년 말 약 377기가와트(GW)였던 설비용량이 2060년 696~1284GW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대치는 각국의 원전 확대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를 가정한 수치다.
배 부총리는 이러한 가능성을 안전하고 책임 있게 실현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전 도입과 증설에 앞서 제도와 전문 인력, 장기 사업을 뒷받침할 재원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SMR과 첨단원자로의 개발 성과가 실제 에너지 공급으로 이어지도록 실증과 인허가, 재정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실제 환경에서 안전하게 작동하는지 확인하며 운영 허가와 자금 확보를 병행해야 한다는 취지다.
◈“혁신과 신뢰 함께”… 안전 원칙·국제협력 강조
배 부총리는 “새로운 원자로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수록 안전과 핵안보, 비확산의 원칙은 더욱 확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고를 예방하고 핵물질과 시설을 보호하는 한편, 원자력 기술이 핵무기 개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혁신의 속도와 신뢰의 속도가 함께 갈 수 있도록 규제기관과 산업계, 정부와 국민 사이의 투명한 소통과 협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상 운송과 해양 에너지, 원격 지역 등 새로운 활용 분야에서도 초기부터 안전 기준과 법·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융합 연구와 실증을 위한 국제협력, 차세대 과학자·기술자 양성, 숙련된 현장 인력과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도 과제로 꼽았다. 그는 “어느 한 국가도 이 모든 질문에 혼자 답할 수는 없다”며 IAEA를 중심으로 각국이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 부총리는 한국이 원자력 도입국에서 축적된 경험과 역량을 국제사회에 나누는 국가로 성장했다며 “각국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29일까지 진행되며 원전 도입·확대, 안전 규제, 차세대 기술, 인력 및 산업 기반 구축 방안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