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토니 퍼킨스의 기고글인 ‘신앙 때문에 은행 계좌를 이용하지 못해서는 안 된다’(Your faith shouldn’t cost you a bank account)를 10월 25일(현지시각) 게재했다.
토니 퍼킨스는 가족연구위원회(Family Research Council) 회장이며, 워싱턴 스탠드(The Washington Stand)의 총괄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잠언 20장 23절은 “한결같지 않은 저울추는 여호와께서 미워하시는 것이요 속이는 저울은 좋지 못한 것이니라”라고 말한다. 성경은 경제적 정직함과 공정한 기준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필자가 미국의 주요 금융 감독 기관인 통화감독청(OCC)이 발표한 보고서를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든 미국인을 위한 공정한 금융 서비스 보장」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9개 대형 은행은 고객의 종교적·정치적 신념을 이유로 금융 서비스를 제한할 수 있는 정책을 유지해 왔다. 미국인들이 자신의 신념 때문에 거래를 거절당하거나 계좌가 폐쇄되는 이른바 ‘디뱅킹(debanking)’을 겪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필자가 속한 가족연구위원회(Family Research Council) 역시 이러한 불이익을 경험했다. 은행들이 거래 제한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주로 ‘평판 위험(reputational risk)’이었다. 낙태에 반대하는 생명존중 단체나 결혼을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합으로 이해하는 종교 단체와 거래하는 일이 은행의 평판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념이 금융 서비스의 심사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관행이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 나타났다는 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정부와 소셜미디어 기업 사이에서도 비판적 견해를 담은 게시물과 계정의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금융권의 거래 제한이 기업들의 독자적인 판단이었는지, 정부의 직간접적인 영향이 있었는지는 별도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번 OCC 보고서에서 주목할 또 다른 대목은 남부빈곤법률센터(SPLC)의 역할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들은 고객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SPLC의 이른바 ‘혐오 단체’ 지정을 참고 자료로 활용했다.
필자는 앞서 미 하원 사법위원회에서 SPLC가 기독교·보수 단체의 금융 거래를 제한하도록 금융 기관에 압력을 가해 왔다고 증언했다. 이번 보고서는 은행들이 실제 고객 심사에서 이러한 외부 단체의 분류를 활용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특정 민간단체의 평가가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개인과 단체의 금융 접근성을 좌우해도 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은행은 법률과 객관적인 금융 위험을 기준으로 고객을 심사해야 한다. 논쟁적인 신념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고객을 배제한다면, 금융 기관이 사실상 사상의 심판자 역할을 맡게 된다.
은행이 먼저 살펴야 할 위험은 무엇인가
OCC 보고서와 별개로 발표된 금융 제재 사례도 은행의 우선순위를 돌아보게 한다.
제공된 재무부 발표 내용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자금세탁 방지와 의심 거래 감시·보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문제로 12억 달러의 제재금을 부과받았다. 당국은 50억 달러가 넘는 의심스러운 금융 활동과 관련해 은행의 감시 체계와 준법 관리가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고객의 종교적·정치적 신념을 엄격히 심사하는 은행이 정작 법적으로 감시해야 할 의심 거래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면, 그 판단 기준과 자원 배분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물론 금융 서비스 제한과 자금세탁 방지 의무 위반은 서로 다른 사안이다. 보수 성향 고객을 심사하느라 금융 범죄 감시를 소홀히 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또한 의심 거래가 모두 불법 거래로 확정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두 사안은 은행이 무엇을 핵심적인 위험으로 여기고 있는지 묻게 한다.
은행이 평판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신뢰할 만한 평판은 특정 이념에 동조하는 데서 생기지 않는다. 법을 준수하고, 고객을 공정하게 대하며, 맡겨진 자산을 책임 있게 관리하는 데서 형성된다.
은행은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고객의 신념을 문제 삼기보다 금융 범죄를 예방하고 법적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감독 기관 역시 고객의 종교나 정치적 견해와 관계없이 일관된 기준이 적용되도록 살펴야 한다.
공정한 금융에는 한결같은 기준이 필요하다
은행이 모든 거래를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자금세탁과 사기, 불법 자금 조달을 막기 위한 심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그러한 심사가 객관적인 위험 평가를 넘어, 합법적인 신념을 가진 사람과 단체를 배제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다.
종교적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예배당이나 토론장 안에서만 보장되는 권리가 아니다. 자신의 신념을 유지하면서 사회·경제적 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야 그 자유도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다. 신앙 때문에 일상적인 금융 서비스 이용이 막힌다면, 신념을 지키는 데 부당한 대가를 치르게 되는 셈이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속이는 저울을 미워하신다고 말한다. 고객에게 적용하는 기준과 은행 자신에게 적용하는 기준이 달라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것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일관되게 적용되는 원칙이다.
우리가 은행에 기대하는 것은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고 금융 서비스를 책임 있게 제공하는 일이다. 고객의 신앙과 정치적 견해를 편향된 저울에 올려놓고 거래 자격을 판정하는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