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아프리카 가나의 기독교계가 공공 재정을 지원받는 미션스쿨의 고유한 종교적 정체성을 보호하기 위해 헌법 개정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했다고 10월 1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가나 기독교협의회는 지난 5일 수도 아크라에서 경제문제연구소가 주최한 포럼에 참석해 가나 헌법개정위원회의 권고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기독교계 지도자들은 종립학교의 설립 이념 유지와 학생 기본권 보호가 상충하지 않는 선에서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 콰베나 보아포 가나 기독교대한감리회 전 감독회장은 제안된 헌법 개정안이 미션스쿨의 정당한 종교적 특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나의 1992년 헌법 제25조인 교육받을 권리와 제21조인 사상 및 종교의 자유를 근거로 들며, 두 가지 권리가 교육 현장에서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재정 지원과 미션스쿨 자율성 보장 논쟁
협의회 측은 입학이나 기숙사 배정, 학생회 활동 등에서 종교적 차별을 금지하는 헌법개정위원회의 권고안 취지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헌법적 권리를 노골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교가 고유의 종교적 전통을 보존할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종교 기반 교육기관의 운영 주체와 그 권한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된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종교계의 입장에 힘을 싣는 발언이 나왔다. 집권 여당인 국민민주회의(NDC)의 존슨 아시에두 은케티아 전국 의장은 지난 3일 열린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100주년 행사에 참석해 종교 단체의 학교 운영 주도권 보장을 적극 지지했다. 그는 종교 단체가 학교 설립에 투자하는 핵심 이유는 다음 세대를 신앙 교리와 규율 속에서 양육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은케티아 의장은 정부의 재정 지원이 미션스쿨의 정체성을 희석시키는 명분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가나의 최상위권 명문 학교 대다수가 미션스쿨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학생과 학부모 역시 학교의 규율과 종교적 요구 사항을 인지하고 자발적으로 입학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법개정위 권고안 및 타 종교 학생 권리 충돌
가나 헌법개정위원회는 앞서 학교의 종교적 정체성과 개인의 양심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미션스쿨의 교목실 운영과 종교적 상징물 유지는 허용하되, 예배 참석이나 교리 교육은 학생의 자발적 의사에 맡겨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예배에 참석하지 않는 학생을 위한 대체 프로그램 마련과 종교적 강압을 방지하기 위한 감독 기구의 도입을 제안했다.
그러나 기독교계는 이러한 제한 조치가 미션스쿨 교육의 근간이 되는 도덕적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가나 기독교협의회와 가톨릭 주교회의는 지난 2025년 11월 공동 성명을 내고, 교회의 역사적 교육 기여도가 학생의 권리와 동등하게 인정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정부 지원이 곧 학교의 소유권이나 종교적 정체성을 국가로 이전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러한 종교적 정체성 논란은 미션스쿨에 재학 중인 무슬림 학생들의 불만과 맞물려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일부 무슬림 학생과 학부모들은 기독교 종립학교 내에서 이슬람식 금식이나 기도가 부당하게 제한받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대표적으로 웨슬리 여자고등학교에서 발생한 무슬림 학생 관련 법적 분쟁은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사학의 종교적 다양성 수용 여부를 두고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당국 중재 노력 속 헌법적 가이드라인 마련 과제
종교 간 갈등이 심화되자 가나 국가평화위원회는 지난 2025년 9월 사립 미션스쿨 내 종교적 관용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중재에 나섰다. 이어 2026년 2월 열린 관련 워크숍에서는 교육부 관계자가 직접 학교 현장의 엄격한 종교적 관용을 촉구하기도 했다. 여러 배경을 가진 학생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기독교계의 이번 헌법 개정 촉구는 기존의 양해각서나 지침만으로는 현장의 갈등을 해소하기에 불충분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종교의 자유, 공적 자금 지원, 그리고 미션스쿨의 자율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의 관계를 명확히 규정할 법적인 안전장치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헌법개정위원회의 해당 권고안은 1992년 제정된 가나 헌법에 대한 포괄적 검토 작업의 일부로 논의되고 있다. 가나 정부는 지난 2026년 7월 권고안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발표했으며,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헌법개정실행위원회를 출범시켜 세부 프레임워크를 속도감 있게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