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자리에 선 인간과 ‘뇌 고정설’의 장벽
인간의 마음이 극심한 우울과 불안, 혹은 장기간의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될 때, 영혼은 마치 가뭄이 든 황폐한 사막처럼 변해버린다. 과거의 전통적인 심리학과 초기 의학계는 성인의 뇌세포는 유아기와 청소년기의 발달이 끝나면 더 이상 재생되지 않으며, 한 번 파괴된 뉴런은 결코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는 이른바 ‘뇌 고정설’을 완고한 정설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생물학적 결정론은 상처 입은 인간에게 “당신의 과거와 상처가 뇌를 망가뜨렸으므로, 당신은 평생 그 한계 안에서 고통스럽게 살 수밖에 없다”는 치명적인 절망감을 안겨주었다. 이는 영적으로 볼 때 인간의 타락과 부패 이후 스스로의 힘으로는 결코 구원에 이를 수 없다는 전적인 무능력의 상태를 대변하는 듯하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한 현대 뇌과학은 인간의 뇌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심지어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평생에 걸쳐 새로운 신경세포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는 경이로운 발견, 즉 ‘신경발생(Neurogenesis)’의 문을 열어젖혔다. 이는 생물학적 법칙을 뛰어넘어 우리 내면에 언제나 새로운 시작과 재창조의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보여주는 보편 은총적 선언이자, 영적 거듭남의 원리를 육체적 수준에서 증명하는 창조의 복음이다.
해마에서 일어나는 매일의 재창조 역사
우리 뇌의 변연계 깊숙한 곳에는 인간의 기억 형성과 감정 조절, 그리고 공간 인지를 관장하는 해마(Hippocampus)라는 기관이 존재한다. 놀랍게도 이 해마의 치상회(Dentate Gyrus) 영역에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매일 수천 개의 새로운 전구세포(Progenitor cells)가 분열하여 미성숙한 뉴런(신경세포)으로 태어나는 ‘신경학적 요람’이 존재한다.
이렇게 새로 태어난 아기 뉴런들은 기존의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신경망 사이로 스스로 이동하여 자리를 잡고, 축삭과 수지상돌기를 뻗어내며 새로운 학습과 건강한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고도의 일꾼으로 성장해 나간다.
하나님께서는 과거의 상처로 인해 기능이 죽어버리고 메말라 버린 우리의 마음에 단순히 추상적인 위로만을 건네시는 분이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지으신 토기장이로서, 우리의 뇌 속 해마 영역에 매일 생명의 씨앗을 뿌리시며 물리적으로 ‘새로운 세포’를 끊임없이 창조해 내시는 분이다. 즉, 과학이 밝혀낸 성인 신경발생은 하나님께서 인간의 육체와 영혼의 시스템 속에 심어놓으신 끊임없는 치유와 회복의 전도유망한 장치인 것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의 독성과 신경영양인자의 은혜
그러나 해마에서 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이 연약한 신경세포들이 모두 무사히 살아남아 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통합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한 인간이 과거의 상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여전히 분노, 두려움, 억압된 슬픔에 사로잡혀 있다면, 그의 뇌 속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이 과도하게 분비된다. 만성적으로 높은 코르티솔 수치는 신생 뉴런의 생존을 강력하게 억제하며, 심지어 새로 태어난 세포들을 독성 환경 속에 밀어 넣어 조기에 사멸하게 만든다.
반면, 뇌가 안정감을 느끼고 새로운 긍정적 자극을 받을 때는 ‘뇌 유래 신경영양인자’인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가 폭발적으로 분비된다. BDNF는 새로 태어난 연약한 뉴런들이 무사히 살아남아 기존의 신경망과 튼튼한 시냅스 연결을 맺을 수 있도록 영양을 공급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이른바 ‘뇌의 촉진제이자 영양 은혜’이다.
기독교 뇌치유상담은 바로 이 새 세포들이 코르티솔의 독성을 이겨내고 BDNF의 은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영적·심리적 ‘최적의 옥토’를 제공하는 과정이다. 예레미야 17장 8절은 “그는 물가에 심어진 나무가 그 뿌리를 강변에 뻗치고 더위가 올지라도 두려워하지 아니하며 그 잎이 청청하며 가뭄의 해에도 걱정이 없고 결실이 그치지 아니함 같으리라”고 선포한다.
우리가 상담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과 십자가의 완전한 사랑이라는 생명수 강가에 영혼의 뿌리를 뻗기 시작할 때,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코르티솔의 불길은 꺼지고, 내면의 깊은 평안과 함께 BDNF의 분비가 정상화된다.
은혜의 토양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숲
결국 신경발생이 우리에게 주는 영적 교훈은 명확하다. 깊은 기도와 말씀의 묵상, 그리고 은혜 충만한 뇌치유상담의 체험은 단순히 마음의 위안을 얻는 주관적 감정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새로 발생한 신경세포들을 보호하고 키워내는 강력한 영적 비료가 된다.
손매남 박사
한국상담개발원 원장
경기대 뇌심리상담전문연구원 원장
美 코헨대학교 국제총장
국제뇌치유상담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