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탈북민과 현역 군인의 신상정보 등을 수집한 가상자산 투자회사 운영자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순표)는 지난달 28일 국가보안법상 간첩 등 혐의로 기소된 40대 A씨에게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
가상자산 투자회사를 운영하던 A씨는 2016년부터 가상화폐 거래 커뮤니티를 통해 북한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과 접촉한 뒤 텔레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21년 2월께 해당 공작원으로부터 회사 운영자금 명목으로 약 60만달러, 당시 기준 약 6억600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탈북민 단체·유튜버 접근해 신상정보 수집
A씨는 같은 해 5월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반북단체 대표 B씨에게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대북전단 살포 행사를 진행한 뒤 관련 사진과 영상을 보내주면 매달 100만원을 후원하겠다는 취지로 제안하며 탈북민들의 연락처와 가상화폐 지갑, 주소 등 신상정보와 단체 활동 상황을 수집했다.
북한 보위부 출신 탈북민 유튜버에게도 접근해 연락처와 사진 등 개인정보와 활동 내용을 파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7월에는 현역 장교 7명의 이름과 소속 부대, 주민등록번호 등이 담긴 신원정보와 함께 추가 정보를 확인해 포섭하라는 취지의 지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이후 흥신소에 해당 장교들의 실거주지와 근무부대, 행적 등을 알아봐 달라고 의뢰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 “탈북민 정보, 추적·위해 등에 악용 가능”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접촉한 인물을 중국에 거주하는 조선족 프로그래머로 알고 있었으며 북한 구성원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반복적으로 반북 활동을 하는 탈북민의 사진과 연락처, 활동 상황 등이 북한에 알려질 경우 해당 탈북민에 대한 추적이나 위해, 북한에 있는 가족에 대한 보복 등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해당 정보는 국가보안법상 기밀로 보호할 실질적 가치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의 범행은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직접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생활해 왔음에도 개인적·금전적 이익을 위해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는 활동에 가담했다”고 지적했다.
“6억원 넘는 가상화폐 받고 장기간 지령 이행”
재판부는 범행 대상과 방법 등을 고려할 때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특히 A씨가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회사 운영자금 명목으로 6억원이 넘는 가상화폐를 지급받은 점과 상당 기간 여러 차례 지령을 수행한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
재판부는 “범행 기간도 짧지 않다”며 “그럼에도 범행을 부인하면서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어 진지한 반성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