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법원, 13세 기독교 소녀 양육권을 납치범에게 부여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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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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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조작 및 강제 개종 의혹에도 가해자 측 손 들어줘… 시민사회 강력 규탄
파키스탄 소수자연대(Minorities Alliance Pakistan)의 아크말 바티(Akmal Bhatti)가 지난 8월 2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른 인권활동가들과 나디아 나딤(Nadia Nadeem)과 함께 발언하고 있다. ©Christian Daily International-Morning Star News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법원이 13세 기독교인 소녀를 납치해 이슬람교로 강제 개종시키고 혼인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 가해 무슬림 남성에게 오히려 소녀의 양육권을 부여하는 판결을 내려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고 8월 3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기독교 인권 단체들은 법원의 결정이 피해 아동을 추가적인 범죄 위험에 빠뜨렸다고 지적하며 당국의 즉각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기독교 인권 옹호 단체들과 피해 아동 앰버 나딤의 어머니는 지난 29일 파이살라바드 프레스 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키스탄 사법부의 결정을 강도 높게 규탄했다. 이날 회견에는 파키스탄 소수자 동맹(MAP)의 아크말 바티 의장, 정의의 목소리의 조셉 얀센 의장, 하룬 마이클 변호사 등 현지 주요 인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펀자브주 파이살라바드 지방법원이 지난 7월 25일 피해 아동의 나이와 강제 개종 및 결혼을 둘러싼 여러 의문점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해자의 양육권을 인정한 것은 심각한 사법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위조 서류와 강압 의혹 속 사법부의 석연치 않은 양육권 판결

조셉 얀센 의장의 설명에 따르면 앰버 나딤은 지난 6월 12일 무슬림 남성 모신 리아카트에게 납치됐다고 밝혔다. 경찰 신고를 통해 구조된 앰버는 성폭력 전담 부서 산하 보호 시설로 인계됐으며 가해자 리아카트는 체포됐다.

이후 6월 27일 치안 판사 앞에서 열린 초기 심리에서 앰버는 가해자 가족들로부터 자신이 성인이라고 허위 진술하도록 압박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가해자 측 변호인은 앰버가 2008년생의 18세 성인이라고 명시된 개종 및 혼인 증명서를 법정에 제출했다. 앰버의 부모는 자신들이 2012년에 결혼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해당 서류가 위조됐다고 반박했다. 이에 치안 판사는 정확한 연령 확인을 위해 의학적 감정을 지시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부 보호 시설에 머물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라나 소하일 판사는 연령 감정 결과가 법원에 제출되기도 전에 가해자 리아카트에게 앰버의 양육권을 넘기고 보석 석방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앰버가 자발적으로 이슬람교로 개종하고 자신의 의지로 결혼했으며 납치된 적이 없다는 내용이 담긴 새로운 진술서를 채택했다. 정부 검사가 보석 신청을 반대했음에도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 단체 측은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 측 변호인들이 앰버에게 개종을 철회하면 배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협박한 정황이 있다며 강압에 의한 진술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기독교 박해 및 아동 인권 유린 실태에 대한 시민사회의 규탄

앰버의 어머니는 가해자들이 자녀들의 나이를 조작하기 위해 출생 증명서를 위조했다며 형사 고소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 가족은 앰버의 실제 나이를 증명할 수 있는 가족 등록 증명서를 법원에 제출했으며 혼인 증명서 무효화와 결혼 취소를 요구하는 민사 소송도 함께 제기한 상태다.

아크말 바티 의장은 펀자브주 아동 결혼 제한법이 아동 강제 결혼을 범죄로 규정하고 강력한 법적 보호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동 납치나 협박 등의 범죄 의혹이 있는 상황에서는 피해 아동의 강요된 진술만으로 양육권이나 보호 조치를 철회해서는 안 되며 아이의 안전과 복지가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룬 마이클 변호사는 펀자브주 정부와 경찰 그리고 사법부가 서류 위조 혐의를 철저히 수사해 법에 따른 공정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국제사회의 우려와 끊이지 않는 소수 종교 아동 납치 범죄

CDI는 이번 사건이 파키스탄 내 기독교 박해와 소수 종교 아동을 겨냥한 범죄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얀센 의장은 지난 7월 유럽 의회가 파키스탄에 미성년자 강제 개종 및 아동 결혼 사건에 대한 수사와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사실을 언급하며 국제사회의 기준에 부합하는 사법 절차 이행을 요구했다. 최근 미국 연방 하원의원들 역시 파키스탄 법무부 장관에게 18세 기독교 여성 납치 및 강제 개종 사건에 대한 공정한 사법 절차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파키스탄 사회 내 만연한 기독교 박해와 소수 종교 탄압은 각종 통계로도 확인된다. 인권 단체 주빌리 캠페인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5년 사이 파키스탄에서 납치와 이슬람 강제 개종 아동 혼인 성폭력 등의 피해를 입은 기독교 및 소수 종교 소녀들의 사례는 공식 문서로 확인된 것만 210건에 이른다.

전체 피해자의 83퍼센트 이상이 18세 미만의 미성년자였으며 피해자들의 평균 연령은 12.8세에 불과했다. 반면 가해자의 평균 연령은 35.8세로 나타나 그 심각성을 더했다. 국제 선교 단체 오픈도어즈는 2026년 세계 감시 목록을 통해 파키스탄을 전 세계에서 기독교 박해가 여덟 번째로 심한 국가로 지정하며 공권력의 방관 속에서 가해자들이 처벌을 교묘히 피하고 있는 현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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