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오뒷세이아, 성경으로 읽다

도서 「오뒷세이아, 성경으로 읽다」

인류 문명을 굳건히 지탱해 온 두 개의 거대한 기둥,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이 두 세계가 마주할 때 인간 사유의 가장 깊은 원형이 드러난다.

신간 『오뒷세이아, 성경으로 읽다』는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그리스인들의 순례기인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와 하나님의 인도 속에서 역사적 사명을 발견해 가는 히브리인들의 서사인 구약성경을 나란히 올려놓고 서로를 비추게 하는 독창적인 비교문학적 고전 해설서다.

일방적인 우월성 대신 ‘차이의 생성’에 주목하다

이 책은 어설픈 기독교적 변증이나 성경의 우월성을 일방적으로 강변하지 않는다. 대신 두 전통이 세계를 구성하고 이해하는 방식의 차이를 정교하게 분석하며, 서로 다른 세계관이 충돌하고 융합할 때 솟구쳐 나오는 새로운 의미에 주목한다.

가장 눈에 띄는 실용적 미덕은 방대한 『오뒷세이아』 24권 전체의 중심 줄거리를 명료하게 요약해 준다는 점이다. 각 장은 독립적인 주제(환대, 기다림, 지혜, 운명, 유혹, 가정, 귀환 등)를 다루면서도 원전의 서사적 순서를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에, 독자가 긴 서사의 바다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든든한 이정표가 된다.

학문적 경계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크로스오버

이 책은 고대 텍스트에 머물지 않고 현대 사회와 유기적으로 연결하려는 과감한 시도가 돋보인다. 텔레마코스의 성장을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대비되는 ‘텔레마코스 콤플렉스’로 재해석하고 페넬로페의 기다림을 한용운의 시와 기독교의 기도가 지닌 역설적 미학으로 확장하며 본문 해설을 확장하는 ‘5분 인문학’ 코너와 다채로운 시각 자료를 배치해 읽는 즐거움을 더했다.

특히 2026년 8월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와 고대 텍스트를 교차 분석한 대목은 이 고전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텍스트임을 입증한다.

상아탑의 독백이 아닌 ‘공동체적 대화’의 산물

이 책은 외로운 학자의 홀로 쓴 연구서가 아니다. 숭실대학교 기독교대학원 세미나실에 모인 연구자들(목사 대학원생들)이 김응교 교수의 지도 아래 매주 발제하고 치열하게 토론하며 만들어낸 ‘공동체적 대화’의 기록이다. 덕분에 해설의 관점이 단조롭지 않고 학문적 깊이와 실천적 따뜻함을 고루 갖추었다.

과거의 낡은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현실을 성찰하고 다가올 내일을 준비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성경과 인문학이 나누는 가장 흥미롭고 지적인 대화의 장으로 독자들을 초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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