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요양원 병실, 가난과 폐결핵으로 모든 꿈이 무너져 내린 스무 살 청년.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수석 합격이라는 기쁨도 잠시, 질병으로 인해 합격이 취소되며 그의 삶은 철저한 절망 속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그 끝이 보이지 않던 5년의 투병 생활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부르심의 시작이었다. 신간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는 가난과 질병으로 주저앉았던 청년이 미국 연합감리교 동남부지역 총회 역사상 최초의 아시안계 감독이 되기까지, 반세기에 걸친 ‘덤의 인생길’을 돌아보며 써 내려간 신앙 고백이자 희망의 증언이다.
“네 교회냐? 내 교회지.”
조영진 목사가 와싱톤한인교회에 부임했을 당시, 300명이 모이던 교회는 100명으로 쪼그라들고 깊은 분열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목회적 한계와 극심한 압박감에 짓눌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엎드린 그에게 들려온 하나님의 음성은 단순하고 명쾌했다.
“네 교회냐? 내 교회지.” 이 짧은 음성은 그의 목회를 근본적으로 뒤바꿔놓았다. 교회가 내 것이 아님을 온전히 인정하고 모든 짐을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성도들과 함께 그리스도의 비전을 분별하고 갱신과 부흥의 길을 걸어갈 수 있었다.
계획하지 않았던 길, 뜻밖의 부르심
오랜 목회를 마무리할 즈음, 그에게 뜻밖의 부르심이 연이어 찾아왔다. 7년간 알링톤 지방 감리사로 헌신한 데 이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연합감리교 동남부지역 최초의 아시안계 감독으로 선출된 것이다.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기쁨보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자리”라는 무거운 부담감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 역시 자신이 계획하지 않은 길을 열어오신 하나님의 섭리임을 받아들였다. “나의 나 된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라는 그의 고백은 단순한 겸손이 아니라, 질병과 가난에서 건져내어 58년간 덤의 인생을 살게 하신 하나님을 향한 뼈저린 감사의 외침이었다.
혼돈과 분열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하다
이 책은 단순히 개인의 성공담이나 목회 회고록에 머물지 않는다. 오늘날 교회가 겪고 있는 혼돈과 아픔, 특히 동성애 문제 등으로 교단이 분열되는 뼈아픈 현실 앞에서도 그는 하나님께서 이 혼돈 속에서 질서를 잡고 새 일을 행하실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을 놓지 않는다.
“주님께서는 여전히 끊어지지 않는 사랑의 줄로 우리를 붙들고 계십니다. 그러기에 우리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
인생의 바닥에서 길을 잃은 이들, 질병과 고난 한가운데서 웅크리고 있는 이들, 그리고 분열과 갈등 속에서 교회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조영진 목사의 이야기는 따뜻하고 강력한 위로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