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6장 12–13절에서 바울은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살아난 사람이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가르친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의롭다 하심을 받고 새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구원받았다는 사실이 곧바로 모든 죄의 유혹과 육체의 연약함이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신분은 새롭게 되었지만, 삶의 상태는 날마다 말씀과 성령 안에서 변화되어야 한다.
바울은 먼저 “죄가 너희 죽을 몸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라”고 말한다. 죄는 단순한 실수나 잘못된 행동을 넘어 인간을 지배하려는 권세처럼 움직인다. 죄는 우리의 몸과 욕망을 통로로 삼아 다시 왕 노릇 하려 한다. 그리스도 안에서 죄의 지배권은 무너졌지만, 죄는 여전히 우리의 몸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그러므로 믿는 자에게는 깨어 있는 영적 싸움이 필요하다.
창세기 4장에서 하나님은 가인에게 “죄가 문에 엎드려 있느니라”고 경고하셨다. 죄는 가인의 마음속에 있던 시기와 미움을 붙잡고 그를 지배하려 했다. 하나님은 “죄가 너를 원하나 너는 죄를 다스릴지니라”고 말씀하셨다. 죄를 방치하면 죄가 우리를 다스리지만, 말씀을 붙들고 깨어 있으면 죄의 유혹을 거절할 수 있다.
죄는 특히 우리의 몸을 통해 들어온다. 눈으로 보는 것, 귀로 듣는 것, 입으로 말하는 것, 손과 발로 행하는 것이 죄의 통로가 될 수 있다. 몸은 하나님께서 지으신 선한 것이지만, 죄는 그 몸의 욕망을 왜곡하여 자기 목적을 이루려 한다. 자연스러운 욕구가 탐욕과 정욕, 게으름과 분노로 변할 때 몸은 죄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된다.
그러므로 바울은 “몸의 사욕에 순종하지 말라”고 권면한다. 욕망이 일어나는 것 자체와 그 욕망에 순종하는 것은 다르다. 유혹은 찾아올 수 있지만, 우리는 반드시 그것을 따라야 하는 종이 아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죄의 권세로부터 해방되었기에, 성령의 능력으로 잘못된 욕망을 거절하고 하나님의 뜻을 선택할 수 있다.
예수를 믿으면 아무런 훈련 없이도 모든 것이 자동으로 거룩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칭의는 하나님의 은혜로 단번에 주어지지만, 성화는 날마다 자신을 다스리며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과정이다. 기도와 말씀, 절제와 순종의 훈련을 통해 우리의 몸과 습관을 하나님의 뜻 아래 두어야 한다. 은혜는 훈련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거룩한 훈련을 가능하게 하는 능력이다.
우리를 거룩하게 하는 것은 하나님의 진리다. 예수님은 “아버지의 말씀은 진리니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진리는 우리의 생각을 바로잡고, 거짓된 욕망을 분별하게 하며, 죄의 유혹에서 자유롭게 한다. 사탄은 하와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왜곡하고 의심하게 했지만, 믿는 자는 말씀을 굳게 붙들어 마음과 몸을 지켜야 한다.
우리의 눈과 귀와 마음을 무엇에 내어주는지가 중요하다. 반복해서 바라보고 듣는 것은 생각을 만들고, 생각은 욕망과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바울은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으라고 권면했다. 영적 싸움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선택하는가의 문제다.
이어 바울은 “너희 지체를 불의의 무기로 죄에게 내주지 말라”고 말한다. 우리의 몸은 하나의 무기와 같다. 눈과 입, 손과 발은 죄를 위해 사용될 수도 있고 의를 위해 사용될 수도 있다. 입으로 사람을 상처 입히고 손으로 악을 행하면 불의의 무기가 되지만, 입으로 복음을 전하고 손으로 이웃을 섬기면 의의 무기가 된다.
하나님께서 세상에서 자신의 뜻을 이루실 때 사람의 몸과 삶을 사용하신다. 사탄도 악을 이루기 위해 사람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이용하려 한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우리의 몸과 삶을 누구에게 내어주는가이다. 죄에게 내어주면 죄의 도구가 되고, 하나님께 드리면 의의 도구가 된다.
바울은 우리 자신을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난 자같이” 하나님께 드리라고 말한다. 우리는 죄와 사망 아래 있던 옛사람이 아니라,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난 사람이다.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는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스스로를 죄의 종으로 생각하면 죄에 쉽게 끌려가지만, 부활의 생명을 받은 하나님의 자녀로 여길 때 새로운 삶을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을 하나님께 드린다는 것은 예배 시간에만 마음을 드리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몸과 시간, 재능과 물질, 관계와 일상을 하나님께 맡기는 것이다. 눈은 선한 것을 보고, 귀는 진리를 들으며, 입은 생명을 살리는 말을 하고, 손은 이웃을 섬기며, 발은 복음과 화평의 길을 걷도록 드려야 한다.
오늘의 말씀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의 몸과 지체는 지금 누구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가. 죄의 욕망에 끌려 불의의 무기가 되고 있는가, 아니면 하나님께 드려져 의와 사랑을 이루는 무기가 되고 있는가. 구원받은 사람에게도 선택과 훈련의 책임은 분명히 남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죄가 우리의 몸을 지배하도록 내버려두지 말아야 한다. 말씀과 기도로 마음을 지키고, 몸의 욕망을 절제하며, 날마다 자신을 하나님께 드려야 한다. 우리는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난 사람이다. 이제 우리의 모든 지체를 의의 무기로 하나님께 드려, 삶을 통해 그리스도의 생명과 거룩함을 나타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