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와 우울감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사람이 늘면서 정신질환과 정신장애를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보지 말고, 치료와 사회적 지지를 통해 회복을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1년간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비율은 73.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이 특정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보편적인 과제가 됐다는 의미다.
정신질환으로 오랜 위기를 겪었던 김태훈 씨와 박은경 작가는 각각 사진과 그림을 통해 일상을 회복하고, 다른 사람들과 경험을 나누며 새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신장애인도 충분한 치료와 주변의 이해가 있다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다며, 당사자를 고립시키는 편견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복된 위기 속 사진으로 다시 시작한 삶
김태훈 씨는 20대 중반에 겪은 큰 사고로 건강과 재산, 인간관계를 한꺼번에 잃었다. 사고의 충격과 고립감 속에서 정신질환을 앓기 시작했고, 여러 차례 극단적인 위기를 겪었다.
그는 일곱 차례의 위기를 넘긴 뒤 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준비하던 중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김 씨는 당시 강제입원 생활을 사실상 수감과 같은 경험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약물치료 과정에서는 몸과 감각이 자신의 것이 아닌 듯한 느낌과 무기력함을 겪었다. 치료 중단을 원하던 그에게 의료진은 자조모임 성격의 라운드테이블 참여를 제안했다.
사진을 다룰 줄 알았던 김 씨는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모임을 갖고 사진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퇴원을 목표로 참여했지만, 사람들과 만나고 사진 작업을 이어가면서 점차 삶의 방향을 되찾았다.
이후 그는 병원을 나온 뒤 개인전을 열고 국제 사진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하는 등 전문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자신의 경험 나누며 그림 다시 시작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2025년 발간한 동화책 ‘보라, 초록’에 참여한 박은경 작가도 정신건강 문제를 겪은 뒤 예술 활동을 통해 회복한 사례다.
미술대학에 진학한 박 작가는 그림을 배우던 중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깊은 좌절에 빠졌다. 이후 자신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약물치료를 받는 동안 무기력감이 커졌고 체중도 40㎏에서 80㎏까지 증가했다. 그는 생계를 위해 마트와 식당 등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자신의 어려움을 감춘 채 생활하면서 집에 돌아오면 더 깊은 무력감에 빠졌다고 했다.
이 같은 생활은 약 8년간 이어졌다. 박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마주하고 변화하기 시작한 계기는 정신장애 동료지원가 활동이었다.
그는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과 교류를 이어갔다. 활동가와 치료사들의 권유로 오랫동안 놓았던 그림도 다시 시작했다.
현재 박 작가는 작품 활동과 함께 다른 사람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일에도 참여하고 있다. 자신의 회복 경험을 또 다른 당사자들과 나누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신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은 적절한 의학적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하거나 회복할 수 있다. 조현병이나 재발성 우울장애 등으로 충분한 치료를 받았음에도 1년 이상 일상생활에 제한이 이어지는 경우에는 정신장애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정신질환이나 정신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충분한 치료와 주변의 지지, 지역사회 안에서의 연결이 뒷받침되면 당사자도 사회 구성원으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인환 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책위원장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정신장애인 가운데 변호사와 박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은 일상과 사회생활에 큰 문제가 없음에도 정신장애라는 이유만으로 부정적인 시선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정하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도 “정신질환이나 정신장애를 경험한 사람 중 상당수가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신장애인은 고립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회와 주변 사람들이 이해하고 지지해 준다면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