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의 길을 모색하던 20대 후반의 전도사가 선교지에서 경험을 쌓으라는 원로 목사의 권유로 낯선 스리랑카행 비행기에 올랐다. 당초 계획했던 기간은 단 2~3년. 그러나 그 걸음은 무려 26년이라는 기나긴 헌신의 시간으로 이어졌다.
신간 『세렌딥에서의 소풍』은 인도양의 아름다운 섬나라 스리랑카에서 청춘을 바치고, 이제 현지인들에게 사역을 이양하며 떠날 채비를 하는 하웅원 선교사의 가슴 벅찬 회고록이자 진솔한 신앙 고백이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가 된 26년의 소풍
‘세렌딥(Serendib)’은 아름다운 보석 같은 곳이라는 뜻을 지닌 스리랑카의 옛 아랍어 이름으로, 훗날 ‘뜻밖의 여정 속에서 발견한 귀한 선물’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세렌디피티(Serendipity)’의 어원이 되었다.
저자에게 스리랑카에서의 26년은 그 단어의 뜻 그대로였다. 성공적인 목회를 위한 짧은 경험을 쌓으러 떠났지만, 그곳에서 처음으로 복음의 절박한 필요를 마주하며 엎드려 기도하게 되었다. 계획하지 못했던 길이었으나, 결국 그 긴 시간은 하나님이 숨겨두신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소풍 같은 선물’이 되었다.
요나처럼 도망치고 싶던 날들의 기록
이 책은 사역의 화려한 성공이나 업적을 나열하는 영웅담이 아니다. 26년간 낯선 땅에서 켜켜이 쌓아온 선교 일기와 편지, 그리고 현장의 눈으로 읽어 내려간 치열한 성경 묵상의 흔적이다.
“어떤 날은 요나처럼 도망치고 싶었고, 어떤 날은 베드로처럼 내 한계를 셈하고 싶었다. 또 어떤 날은 바울처럼 마음의 소란스러움을 주님께 항변하며 외치고 싶었다.”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며 파도에 흔들리는 어부처럼 ‘싸이몬 하(Simon Ha)’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았던 날들. 책 곳곳에는 흔들리고 절망했던 고뇌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순간 말씀 앞에서 다시 자신을 세워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솔직하고 절절하게 담겨 있다.
“지루하고 소박한 일상이 쌓여 기적이 된다”
우리는 선교지에서 매일 놀라운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 환상을 품곤 한다. 그러나 저자는 선교사역의 실상이 길고 지루한 과정의 연속이며, 때로는 너무나 보잘것없어 보인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보잘것없어 보이는 작은 일들이 삼십 대와 사십 대를 지나며 하나둘 쌓여 간다. 그리고 이제 오십 줄에 들어서서 켜켜이 쌓인 수많은 인내의 시간을 문득 돌아보니, 어느새 그것들이 기적이 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세렌딥에서의 소풍』은 함께 걸어온 현지인들이 스스로 자립하여 선교할 수 있도록 권한을 이양하고, 묵묵히 무대 뒤로 물러나는 한 ‘영적 아버지’의 따뜻하고도 결연한 뒷모습을 보여준다.
지금 예기치 못한 인생의 질문 앞에 서 있거나, 두려운 여정의 문턱에 발을 내디딘 독자라면 이 책을 펼쳐보자. 치밀하게 세운 우리의 계획보다, 하나님이 예비하신 뜻밖의 발견(Serendipity)이 얼마나 찬란하고 위대한지를 깨닫는 훌륭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