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읽다 보면 여러 가지 기적의 사건들을 만나게 된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마음에 깊이 남는 장면 중 하나는 홍해가 갈라진 사건이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놀라운 사건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어떤 분이신지를 보여 주는 중요한 장면이다.
1. 막다른 길 앞에 선 사람들
이스라엘 백성은 오랜 세월 애굽에서 종으로 살다가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그곳을 떠나게 되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펼쳐졌다. 앞에는 바다가 막고 있고, 뒤에서는 애굽의 군대가 쫓아오고 있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완전히 막다른 길이었다.
그때 백성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모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이 모습은 낯설지 않다. 삶 속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만나면 마음이 쉽게 흔들리기 때문이다. 계획했던 일이 막히고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사람은 금세 두려움과 불안 속으로 기울어진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이렇게 말씀하신다: “두려워하지 말고 가만히 서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보라.”
이 말씀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믿음을 요구하는 말씀이다. 사람은 무엇인가를 해야 안심이 되지만, 하나님은 때로 멈추게 하신다. 손을 내려놓을 때 하나님이 일하시기 시작하시기 때문이다. 모세가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지팡이를 들고 바다 위로 손을 내밀었을 때,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바다가 갈라지고 그 사이로 길이 열린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마른 땅을 밟으며 그 길을 건너갔다.
하나님은 길이 없는 곳에서도 길을 만드시는 분이시다. 더 이상 방법이 없는 자리처럼 보일지라도, 하나님께는 새로운 시작의 자리가 된다.
2. 내 인생의 홍해를 건너던 시간
이 이야기를 묵상하다 보면, 필자의 인생에 있었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마흔다섯 살에 잘 다니던 대기업을 스스로 그만두고 미국 텍사스 남부에서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그때는 그 길이 가야 할 길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 많이 달랐다. 처음 3년은 참으로 어려운 시간이었다. 경험도 부족했고,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계속해서 생겨났다.
특히 한때는 앞도 뒤도 막힌 것 같은 상황을 맞이한 적이 있다.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휴대폰을 많이 팔수록 오히려 적자가 나는 구조였다. 앞으로 나아가자니 손해가 쌓이고, 그렇다고 멈추자니 이미 가지고 있던 자금을 대부분 사업에 쏟아부은 상태였다. 그때의 답답함은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길이 보이지 않았다. 홍해 앞에 선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이 이러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간에 할 수 있었던 것은 많지 않았다. 다만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이었다: “하나님, 길을 열어 주십시오.” 그 기도 하나를 붙잡고 하루하루를 버티며 사업을 이어 갔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조금씩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을 통해 도움을 받아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는 기회가 열렸다. 은행을 통한 융자도 이루어졌다. 그리고 마침 그 시기에 휴대폰 사업 구조가 재편되면서 프리페이드 방식의 새로운 상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적자였던 흐름이 점차 바뀌었고, 결국에는 흑자로 전환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그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 시간을 지나면서 사업을 계속 이어 갈 수 있는 기초와 기반이 마련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간은 단순히 힘든 시기가 아니었다. 하나님을 더 깊이 의지하게 된 시간이었다. 스스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고, 하나님이 길을 여셔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그래서 홍해의 이야기는 더 이상 성경 속의 사건으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삶 속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하나님이 일하셨기 때문이다.
3. 오늘도 길을 여시는 하나님
이스라엘 백성이 바다를 다 건넌 후, 뒤따라 들어온 애굽의 군대는 바닷물에 잠기게 되었다. 하나님은 길을 열어 주시는 것에서 끝나지 않으시고, 그들을 위협하던 문제까지 완전히 해결하셨다. 이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한 가지가 분명해진다. 하나님은 문제를 대충 넘기시는 분이 아니라, 끝까지 책임지시는 분이라는 사실이다.
삶 속에는 ‘홍해의 순간’이 찾아온다. 아무리 생각해도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더 이상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때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길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하나님은 지금도 살아 계시며, 삶의 자리에서 일하고 계신다. 다만 그 과정을 다 이해하지 못할 뿐이다. 홍해 앞에서 두려워하던 백성들은 바다를 건넌 후 하나님을 찬양하게 된다. 절망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결국 감사와 찬양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나고 나면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이해되지 않던 시간이 결국 하나님이 인도하신 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때가 온다.
그래서 오늘도 한 걸음을 내딛게 된다. 모든 것이 분명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 길은 막힌 길이 아니라, 하나님이 준비하신 길이었다고. 나는 고백할 수 있게 되었다.
[ 우리에게 주는 영적 교훈 ] 바다를 가르신 하나님, 길을 여시는 은혜
• 막다른 길은 끝이 아니라 하나님이 일하시는 시작이다
• 하나님은 우리의 행동보다 믿음을 먼저 요구하신다
•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붙잡아야 할 것은 기도이다
• 하나님의 일하심은 시간을 통한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다
• 하나님은 길을 여실 뿐 아니라 끝까지 책임지시는 분이시다
G2G선교회 대표 이훈구 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