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법사위, 쿠팡 개인정보 유출 보고서 공개…국정원 기기 회수 개입 주장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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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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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쿠팡 차별 의혹 제기…국정원 입장과 정면 배치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연석 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대응을 문제 삼는 조사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미국 소유 기업인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우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으며, 사태 수습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이 깊숙이 관여했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하원 법사위는 1일(현지시간) 34쪽 분량의 중간보고서 ‘경쟁 차단: 미국 소유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공격’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법사위가 공식 채택한 최종 보고서가 아니라 보좌진이 작성한 중간보고서 성격이다. 다만 미 의회 차원에서 쿠팡 문제를 다룬 보고서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한국 정부가 쿠팡에 대해 과도한 조사와 압박을 가했으며, 그 과정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공격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사안이 쿠팡 주가 하락과 미국 투자자, 쿠팡 플랫폼을 이용하는 미국 기업의 피해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보고서 “국정원이 회수 작전 관여”

보고서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 수습 과정에서 국정원이 쿠팡의 전직 직원 접촉과 기기 회수 과정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국정원의 지시에 따라 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에게 연락했고, 국정원은 정부 차원의 조율이 진행 중이며 청와대에도 상황이 보고되고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는 쿠팡이 중국 상하이에 있는 로펌을 통해 하드드라이브 4개, 데스크톱 컴퓨터 1대, 그래픽카드 1개를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쿠팡이 이 사실을 국정원에 알리자, 국정원은 정보기관이 중국에서 활동할 수 없기 때문에 쿠팡이 직원을 보내 직접 기기를 회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저스 대표가 진술한 것으로 전했다.

또 보고서는 국정원이 쿠팡 측에 전직 직원에게 다시 연락해 진술서를 받도록 했고, 그가 상하이 강에 버린 노트북을 회수하기 위해 잠수부를 고용하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국정원이 회수 작전을 주도하거나 실질적으로 관여했다고 적시했다.

보고서는 특히 국정원이 2025년 12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쿠팡에 어떠한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고 밝힌 점을 문제 삼았다. 이 같은 입장이 소위원회가 확보한 문서와 증언에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입장과 정면 배치

보고서 내용은 쿠팡 자체 조사를 지시한 적이 없다는 국정원의 기존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정원은 지난해 말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가 국정원 지시를 받아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고 발언하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바 있다.

국정원은 당시 “자료 요청 외에는 쿠팡에 어떠한 지시·명령·허가를 한 사실이 없으며, 그럴 위치에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또 해당 발언과 관련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고발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로저스 대표를 포함한 쿠팡 전·현직 임원 7명은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번 미 하원 법사위 보고서는 국정원의 부인과 상반된 내용을 담고 있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둘러싼 양측 주장이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

보고서는 쿠팡 측이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도 소통했다고 주장했다. 쿠팡이 기기 회수 사실을 알리자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를 근거로 한국 정부 최고위층이 국정원의 회수 작전 관여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 쿠팡에 정부 차원 총공세”

하원 법사위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과도한 대응을 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불만을 품은 전직 직원이 쿠팡의 데이터 시스템에 무단 접근한 사건 이후, 한국은 쿠팡에 대한 공격을 정부 차원의 총공세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한국 관리들이 이 사건과 관련해 허위 정보를 반복적으로 유포하고, 쿠팡의 영업 정지를 요구했으며, 쿠팡을 범죄조직으로 지칭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10개가 넘는 한국 정부 기관이 수십 건의 별도 조사를 개시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 기관들은 4000건이 넘는 자료 제출 요구와 최소 652건의 쿠팡 직원 면담을 진행했다. 하원 법사위는 이를 한국 정부의 과도한 압박 사례로 제시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지난달 11일 쿠팡에 총 6246억8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대해서도 보고서는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과징금이 더 심각한 데이터 유출 사건에서 한국 기업에 부과된 벌금을 크게 상회한다고 주장했다.

美기업 피해 주장…한미 간 긴장 재점화 가능성

보고서는 한국 정부의 대응이 쿠팡의 기업 가치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하원 법사위는 한국의 대응 이후 쿠팡의 시가총액이 40% 이상 하락했으며, 이로 인해 미국 투자자들과 쿠팡 플랫폼을 이용하는 미국 기업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또 보고서는 한국 정부의 차별적 조치가 미국 개별 가구에 3800달러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도 제시했다. 이는 쿠팡 사안을 단순한 한국 내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아니라 미국 기업과 국민의 피해 문제로 연결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미 하원 법사위가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차별적 대우가 있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쿠팡 문제를 둘러싼 한미 간 긴장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CNBC와 뉴욕포스트 등 일부 미국 언론도 법사위 보고서 내용을 보도했다.

이번 보고서는 의회 차원의 조사 결과 형식을 갖춘 만큼, 향후 미국 내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차별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미 하원 법사위는 지난 2월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를 불러 7시간 동안 조사하는 등 관련 대응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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