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협상, 동결자산 30억 달러 해제와 호르무즈 해협 이견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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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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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간접 협상서 종전 MOU 이행 논의했으나 접점 못 찾아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 ©기독일보 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이란 정권이 카타르 도하에서 간접 협상을 열고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 문제를 논의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동결자산 일부 해제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통항 관리권을 두고 기존 입장 차를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측은 카타르 내 동결자산 일부를 자국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 측은 동결자산 해제 여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30억 달러 규모의 동결자산 우선 해제가 실제로 합의됐는지, 자금 사용 범위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는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이번 협상은 미국과 이란이 직접 대면하는 방식이 아니라 카타르와 파키스탄을 통한 간접 협상 형태로 진행됐다. 양국은 앞서 스위스에서 대면 실무협상을 추진했으나,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서 일정이 무산된 바 있다.

이란 “동결자산 일부 사용 합의”…미국은 확인 안 해

이란 국영 IRNA에 따르면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1일(현지시간) 도하에서 카타르·파키스탄 측과 회담을 마친 뒤 “MOU 위반 감시 그룹의 긴급 연락 채널을 내일까지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위반 사례를 공식적이고 문서화된 방식으로 통보한 뒤 이를 논의하고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가리바바디 차관은 동결자산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란 측 입장을 밝혔다. 그는 “카타르 중앙은행을 포함한 당국자들과 회담에서 60억 달러 중 일부를 지출하는 문제를 검토했다”며 “우리나라의 필요에 따라 물품을 구매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는 이란이 동결자산을 자국 판단에 따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국은 이 같은 이란 측 발표를 확인하지 않았다. 앞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달 22일 스위스 고위급 협상 이후 동결자산이 해제될 경우 미국과 카타르가 절차 승인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밴스 부통령은 당시 해당 자산이 미국산 대두, 옥수수, 밀 등 구매에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자금 사용처를 제한하겠다는 취지로, 이란이 주장하는 자유로운 사용과는 차이가 있다.

30억 달러 우선 해제 논의는 있었던 듯

트럼프 행정부는 카타르 내 이란 동결자산 60억 달러 가운데 30억 달러를 먼저 해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공식 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매체 알아라비야는 앞서 30억 달러 규모의 동결자산 조기 해제 가능성을 보도했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도 중동 국가 소식통을 인용해 30억 달러 동결 해제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액시오스는 해당 자금이 현금으로 이란에 이전되는 방식은 아니며, 이란 중앙은행이 인도주의적 물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일부 물품은 미국 시장에서 조달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 당국자들은 이 같은 합의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부인했고, 어떤 자금도 실제로 풀리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동결자산 30억 달러 우선 해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된 것은 사실로 보이나, 구체적인 집행 방식과 최종 합의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양측 입장을 종합하면 동결자산 일부 해제를 둘러싼 논의는 진전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란이 주장하는 자유로운 사용이 보장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자금 사용 범위와 승인 절차를 제한하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 관리권 놓고 해석 차 지속

미국과 이란은 이번 간접 협상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를 두고도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주요 해상 통로로, 이번 종전 MOU 이행 과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당초 미국과 이란은 스위스에서 대면 실무협상을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벌어지면서 대면 협상은 무산됐다. 이후 양국은 카타르와 파키스탄을 통한 간접 의견 교환으로 협상 방식을 바꿨다.

쟁점은 종전 MOU 제5항의 해석이다. 해당 조항은 이란이 서명 즉시 60일 동안 페르시아만에서 오만만으로 이동하는 상선과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상선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이란이 오만 및 다른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과 논의해 호르무즈 해협의 미래 관리 체계와 해상 서비스 운영 방안을 수립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란은 이 조항을 호르무즈 해협 통항 관리의 주체가 자국이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60일 이후에는 통항 요금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은 국제 수로에서 자유 항행이 보장돼야 하며 특정 국가가 허가권이나 요금 부과 권한을 가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본협상 재개 불투명…충돌 가능성도 제기

호르무즈 해협의 향후 관리 체계를 누가 결정할지를 두고도 양국의 입장 차는 이어지고 있다. 이란은 연안국인 이란과 오만이 주권적 권한을 가진다고 보고 있다. 반면 미국은 MOU 문구에 담긴 ‘오만 및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과 논의한다’는 표현을 근거로 걸프 국가들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양국은 도하 간접 협상에서도 이 같은 이견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핵 문제와 제재 해제를 논의하는 본협상은 아직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협상이 다시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동결자산 문제뿐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통항 관리권에 대한 최소한의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외무부는 다음 회담 일정과 관련해 “이란 전 지도자 장례 이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일과 이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 장례 절차가 마무리된 뒤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카타르 협상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면서 긴장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액시오스는 양국이 지난달 28일 ‘1주일 긴장 완화’에 합의했다며, 미국 독립기념일 이후 충돌이 재개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익명의 당국자는 “대통령은 그들이 발포할 때마다 우리는 더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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