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에서 무슬림 노동자가 기독교인 동료를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6월 24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작업장 내 공용 정수기에서 물을 마셨다는 것이 살해의 이유였으며 이번 사건은 파키스탄 기독교 박해와 일상에 뿌리내린 종교 차별의 끔찍한 실태를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현지 인권 운동가 살림 가우리 목사에 따르면 지난 22일 펀자브주 카수르 지역 파토키 테실의 한 벽돌 공장에서 40세 가톨릭 신자 시디크 마시히가 무슬림 동료 아흐마드 바리암에게 무참히 살해당했다.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두 사람은 사건 당일 임금 문제로 가벼운 승강이를 벌였으나 다른 동료들의 만류로 곧 작업에 복귀했다.
비극은 몇 시간 뒤 시디크가 노동자들을 위해 설치된 공용 정수기에서 물을 마시려 하면서 불거졌다. 아흐마드는 시디크가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거론하며 무슬림과 같은 정수기를 사용하는 것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시디크가 아흐마드의 행동을 이슬람 역사 속 카르발라 참극 당시 후세인 일가에게 물을 주지 않았던 야지드에 비유하며 맞서자, 격분한 아흐마드가 흉기를 꺼내 들었다. 아흐마드는 시디크의 등 뒤로 접근해 그의 목을 잔인하게 그었고 시디크는 현장에서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아흐마드를 포함해 4명을 체포했다.
가장 잃은 유가족의 비통함 파키스탄 기독교 박해의 짙은 그늘
이번 사건으로 네 자녀의 아버지이자 가정의 유일한 생계 부양자였던 시디크의 가족은 극심한 충격과 경제적 위기에 빠졌다. 특히 자녀 중 한 명은 2주에서 3주 간격으로 꾸준히 수혈을 받아야 하는 중증 지중해빈혈을 앓고 있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가우리 목사는 빈민가 월세방에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던 가족이 하루아침에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며 철저한 사법 정의 실현을 촉구했다.
참극의 현장에 함께 있었던 친형 라피크 마시히는 끔찍한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갔을 때 동생은 이미 목에서 피를 쏟으며 쓰러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단순한 말다툼이 어떻게 이런 잔혹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아픈 아들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고된 노동을 견디던 동생의 억울함을 당국이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현지 인권 단체들은 이번 사건이 파키스탄 내 종교 소수자들이 겪는 일상적인 종교 차별과 구조적 폭력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법률 구조 기구 대표 수닐 칼림은 저임금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혐오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며, 사법 당국의 투명한 수사와 가해자 엄벌을 통해 삐뚤어진 종교적 편견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끊이지 않는 구조적 혐오 범죄 치안 부재 속 무너진 인권
CDI는 실제로 파키스탄에서 기독교인을 겨냥한 혐오 범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3월 펀자브주 사르고다 지역에서는 21세 기독교인 농부 딜샤드 마시히가 무슬림 고용주들에게 끔찍한 고문을 당해 사망한 뒤 자살로 위장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5월에는 기독교인 노동자 카시프 마시히가 근거 없는 절도 누명을 쓰고 전직 경찰관 등이 포함된 무슬림 무리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목숨을 잃었다.
신성모독이라는 종교적 잣대를 악용해 폭력을 정당화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지난 3월에는 기독교인 공장 노동자 와카스 마시히가 불결한 손으로 이슬람 교과서를 만졌다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동료에게 목을 베이는 테러를 당했다. 2월에는 기독교인 일용직 노동자가 나무를 훔쳤다는 억측 속에 당나귀에 태워져 조리돌림을 당하는 등 파키스탄 기독교 박해와 종교 차별은 사회 전반에 걷잡을 수 없이 퍼져 있다.
국제사회의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제 기독교 선교 단체 오픈도어가 발표한 2026년 세계 감시 목록에서 파키스탄은 전 세계에서 기독교인으로 살아가기 가장 위험한 국가 8위로 꼽혔다. 해당 보고서는 파키스탄 사회에 만연한 시스템적 차별과 집단 폭력, 강제 노동의 실태를 고발하며,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와 느슨한 법 집행이 가해자들의 폭력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