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언어로 쌓아 올린 51편의 메시지

[신간] 희망을 짓는다는 것
도서 「희망을 짓는다는 것」

성도들은 영혼을 울리는 좋은 설교를 찾아 헤매고, 설교자들은 감동적인 예화와 명확한 요점(3대지)을 짜내기 위해 매주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감동적인 이야기와 매끄러운 기술로 조립된 설교가 과연 참된 생명력을 지닌 ‘좋은 설교’일까?

저명한 구약학자이자 탁월한 설교자인 엘렌 데이비스(Ellen Davis)는 신간 『희망을 짓는다는 것』을 통해 이 오래된 질문에 단호한 해답을 제시한다. 동료 오스틴 매키버 데니스와 함께 엄선한 51편의 설교와 5편의 에세이를 엮은 이 책은, 얕은 예화를 과감히 걷어내고 ‘주해(Exegesis)’를 중심에 두어 성경 본문 본연의 빛을 눈부시게 드러내는 설교의 진수를 보여준다.

설교의 중심은 예화가 아닌 ‘주해’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명망 높은 신약학자 크리스터 스텐달과 나누었던 대화를 소개한다. 스텐달은 “설교의 목적은 본문이 좀 더 빛날 수 있도록 여백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데이비스는 이 깨달음을 바탕으로 설교에서 인위적인 예화나 잡다한 수사를 과감히 덜어내고 ‘여백’을 만들어냈다.

역설적이게도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그 여백을 허전함으로 느끼지 못한다. 주해를 통해 성경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통찰이 동심원처럼 퍼져나가며, 오히려 인위적인 예화보다 훨씬 더 촘촘하고 묵직하게 삶을 향해 말을 건네기 때문이다.

말씀을 향한 깊은 신뢰가 낳은 대담성

엘렌 데이비스의 설교는 관성적인 성경 읽기에 안주하지 않고 시적이며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창세기 22장에서 이삭을 결박한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그저 ‘위대한 순종의 사례’로만 소비하는 관행에 의문을 제기하고, 요나서를 설교하면서는 악인에게 자비를 베푸시는 하나님을 향해 “과연 하나님께 기준이라는 것이 있기는 합니까?”라고 날카롭게 묻는다.

이러한 대담함은 본문과 하나님을 향한 깊은 신뢰에서 기인한다. “본문으로 깊이 들어가는 설교를 했을 때, 사람들이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덕이 세워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그녀는 주저 없이 성경의 난제들을 파고들어 마르지 않는 영적 생수를 뿜어낸다.

생태학부터 아파르트헤이트까지… 삶을 관통하는 통찰

책에 수록된 설교들은 사순절, 부활절 등 기독교의 주요 절기는 물론 세례, 결혼, 장례와 같은 인간의 생애 주기를 폭넓게 아우른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말씀이 일상의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창세기 1장을 다루며 ‘먹거리’와 피조물의 생태적 책임을 논하고, 잠언을 통해 거룩한 우정과 대안 경제를 이야기한다. 나아가 요한계시록 설교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 차별 정책(아파르트헤이트) 종식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소환하여 악을 이기는 하나님의 능력을 대담하게 선포한다.

마침내, 경이롭게 지어져 가는 희망

"진정한 희망은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든지 하나님을 향해 우리의 마음을 완전히 돌리는 데서 옵니다. (...) 우리가 하나님을 향해 돌아서면 희망은 지어집니다."

세계적인 신학자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추천사를 통해 엘렌 데이비스의 설교를 “돌쌓기 명장이 빚어낸 작품”에 비유했다. 울퉁불퉁한 돌들을 인내심 있게 들여다보고 조화롭게 쌓아 올리듯, 저자는 성경 본문을 명장의 시선으로 응시하며 우리 삶에 '희망'이라는 건축물을 정교하게 지어 올린다.

『희망을 짓는다는 것』은 얄팍한 위로에 지쳐 깊고 심원한 말씀의 울림을 갈망하는 성도들, 그리고 성경 주해를 기초로 새롭고 힘 있는 설교를 모색하는 모든 목회자에게 훌륭한 교본이자 영적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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