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인도 동부 오디샤주에서 2008년 발생한 대규모 기독교인 학살 사건의 진상 조사 보고서가 정부 청사 내에서 돌연 자취를 감춰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6월 2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해당 문건은 인도 역사상 최악의 기독교 박해로 기록된 ‘칸다말 폭력 사태’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한 공식 기록으로, 정부의 정권 교체 시기와 맞물려 증발하면서 고의적인 은폐 및 파기 의혹이 일고 있다.
오디샤주 내무부 소속 사랏 찬드라 마란디 공동 비서관은 지난 6월 10일 주도 부바네스와르의 수도 경찰서에 A.S. 나이두 위원회의 폭력 사태 진상 보고서와 2016년 병원 화재 참사 보고서가 주총리실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2015년 12월 주정부에 제출되었으나 대중에게는 단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에 접수된 고발장에 따르면 나이두 위원회 보고서는 2016년 9월 19일 내무부에서 주 수석비서관실을 거쳐 주총리실로 적법하게 전달됐다. 내무부 측이 문건 분실을 의심하는 시점은 2024년 6월 4일이다. 이날은 힌두 민족주의 정당인 인도국민당(BJP)이 선거에서 승리하며 세속주의 정당 비주자나타달(BJD)의 24년 장기 집권을 끝낸 날이다. 당일 내무부가 주총리실로 보냈던 다른 서류들은 모두 반환됐지만 유독 이 두 위원회의 진상 보고서만 돌아오지 않았다.
정권 교체기 속 문건 증발과 특별수사팀 가동
경찰은 고발장 접수 당일 사건을 정식으로 입건했다. 당국은 인도 형법에 근거해 공문서 절도, 공무원의 형사상 배임, 증거 인멸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현재 트윈시티 경찰청 산하에 경찰서장과 수사관들로 구성된 특별수사팀(SIT)이 편성되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수사팀은 고발인 조사를 마치고 폐쇄회로화면(CCTV)과 정부 전자 데이터를 압수해 분석 중이다.
사건의 배경이 된 칸다말은 부족민과 최하층 계급인 달릿이 주로 거주하는 오디샤주의 외곽 지역이다. 2011년 인구 조사 기준으로 힌두교인이 79퍼센트, 기독교인이 20퍼센트를 차지한다. 힌두 민족주의 단체들은 기독교인의 높은 비율이 강제 개종의 증거라고 주장해 왔으나, 기독교계와 인구통계학자들은 1994년 행정 구역 개편 과정에서 기독교 인구가 특정 지역으로 편중되면서 발생한 통계적 착시일 뿐이라고 반박해 왔다.
보고서에 담긴 칸다말 폭력 사태는 2008년 8월 23일 힌두교 지도자 스와미 락슈마나난다 사라스와티가 피살되면서 촉발됐다. 마오주의 반군이 범행을 자처했음에도 불구하고 힌두 민족주의 단체들은 기독교인들을 배후로 지목하며 대대적인 보복 공격을 가했다.
힌두 민족주의 세력의 인도 기독교 박해와 남겨진 상흔
보고서는 약 7주 동안 이어진 폭력 사태로 칸다말 전역은 큰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현지 교회와 인권 단체 통계에 따르면 당시 약 100명의 기독교인이 살해당하고 수백 곳의 교회가 파괴됐으며 5600여 채의 가옥이 잿더미로 변해 5만 6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폭도들은 무력을 동원해 기독교인들에게 힌두교로 개종할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인도 기독교 박해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유혈 사태로 꼽힌다.
퇴임 법관을 거쳐 나이두 위원회가 조사를 넘겨받은 뒤 2015년에 20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완성했지만 역대 주정부는 이를 철저히 비공개에 부쳤다. 칸다말 지역을 관할하는 존 바르와 대주교는 기독교계가 지난 17년간 지속적으로 보고서의 공개를 요구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문서의 실종은 단순한 행정적 오류가 아니라 정의와 진실 규명의 지연이라며, 투명하고 독립적인 경찰 수사를 통해 사태의 전말과 책임 소재가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실 은폐 우려 속 기독교계의 책임 규명 요구
CDI는 현지 인권 운동가들과 기독교 지도자들은 보고서 분실 과정에 정치적 개입이 있었을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칸다말 생존자들을 지원해 온 아자이 쿠마르 싱 신부는 보고서가 단 한 부의 양장본으로만 제작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전자 문서가 정치적 선전 목적으로 변조되거나 훼손되었을 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과거 폭력 사태 당시 주정부를 이끌었던 BJD와 연정 파트너였던 BJP 등 오디샤주의 주요 정당들은 현재 문건 분실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 새로 출범한 주정부는 전면적인 조사를 약속하며 보고서를 회수하는 대로 대중에게 공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기독교 사회 내부에서는 지난 수년간 사법부의 재조사 지시마저 묵살해 온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이다.
인도복음연맹(EFI)의 비자예시 랄 사무총장은 이번 인도 기독교 박해 진상 보고서 실종 사건이 생존자들의 상처를 다시 헤집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17년이 지나도록 진실을 기다리는 피해자들을 위해 국가 기관이 정직한 기록을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수사 당국의 신속한 진상 파악을 요구했다. 특별수사팀의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인 가운데, 경찰이 문건의 행방과 유출 경위를 밝혀낼 수 있을지 인도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