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이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에게 북한 관련 동결자산 1713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워싱턴DC 연방법원의 베럴 하월 판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결정문을 통해 JP모건체이스은행에 동결된 ‘에이큐(A.Q.) 칸 네트워크’ 연계 자산을 오토 웜비어의 부모인 신디 웜비어와 프레드 웜비어 부부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해당 금액은 1713만 달러로, 한화 약 260억 원 규모다.
웜비어 부부는 지난달 법원에 해당 자금에 대한 최종 양도명령을 신청했다. 이번 결정은 이들이 북한 정권을 상대로 받아낸 배상 판결을 근거로 북한 관련 자산을 추적해 온 과정에서 내려졌다.
법원 “A.Q. 칸 네트워크는 북한 대리조직”
이번 결정의 핵심은 동결자산의 성격과 북한과의 연계성 여부다.
A.Q. 칸으로 알려진 압둘 카디르 칸 박사는 북한과 이란, 리비아 등에 핵 기술과 장비를 이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정부는 A.Q. 칸 네트워크를 현대 최대 규모의 불법 핵확산 조직으로 지목해 왔으며, 2000년대 초반부터 관련 개인과 기업에 대한 제재를 시행해 왔다.
하월 판사는 결정문에서 “증거의 우위에 비춰볼 때 A.Q. 칸 네트워크는 해당 자금의 원천이며 북한의 대리조직”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JP모건체이스은행에 동결돼 있던 관련 자산을 웜비어 부부에게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파키스탄·두바이 거친 자금 흐름 제시
웜비어 부부는 법원 신청서에서 해당 동결자산이 북한과 연결된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신청서에 따르면 문제의 자금은 칸 박사의 연구시설이 있는 파키스탄 국립은행 라왈핀디 지점에서 출발해 두바이를 거친 것으로 제시됐다.
또 최종 수취인 역시 북한의 무기 거래 통로로 지목된 인물 및 업체와 연계돼 있다는 주장이 담겼다.
법원은 이러한 자료와 정황을 토대로 해당 자산이 A.Q. 칸 네트워크와 북한의 대리조직 활동에 연계돼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북한 관련 동결자산을 피해자 배상에 활용하는 미국 법원의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웜비어 부부, 북한 자산 지속 추적
오토 웜비어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된 뒤 사망한 미국 대학생이다. 그의 부모는 2018년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같은 해 12월 약 5억 달러 규모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이후 웜비어 부부는 배상 판결을 집행하기 위해 미국 안팎에 있는 북한 관련 자산을 지속적으로 추적해 왔다.
2023년에는 뉴욕멜론은행에 있던 북한 관련 자산 220만 달러를 회수했으며, 2020년에는 조선광선은행 소유 자금 24만 달러를 회수한 바 있다.
2019년에는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호’ 매각 대금에 대해서도 권리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