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나이지리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에 의한 기독교 여성 납치와 성폭력 범죄가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다며 국제사회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고 6월 1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2018년 납치돼 8년째 억류 중인 레아 샤리부 사건을 계기로 나이지리아 당국의 적극적인 치안 확보와 개입을 요구하는 캠페인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 파트너십(RLP) 소속 단체들은 오는 6월 19일 유엔이 정한 '세계 분쟁 중 성폭력 추방의 날'을 앞두고 '보이스포저스티스(Voices for Justice)'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들은 나이지리아 당국이 기독교 여성 피랍 및 성폭력 사태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국 워싱턴 D.C. 주재 나이지리아 대사관 앞에서는 18일 쥬빌리 캠페인 등 인권 단체들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스웨덴 스톡홀름, 스위스 베른,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등에서도 나이지리아 기독교 핍박과 성폭력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와 행진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졌다.
이들의 주요 구출 대상인 레아 샤리부는 2018년 2월 요베주의 여학교에서 이슬람국가 서아프리카지부(ISWAP)에 의해 납치된 110명의 학생 중 유일하게 억류돼 있는 인물이다. 올해 22세인 그는 이슬람으로의 강제 개종과 기독교 신앙 포기를 거부해 여전히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
기독교 여성 표적 납치 급증... 유엔 "당국 보호 실패"
CDI는 레아 샤리부의 부모인 네이선과 레베카 샤리부는 성명을 통해 딸이 신앙을 지키기 위해 강제 결혼과 성폭력 등 끔찍한 고통을 겪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생존자들의 증언을 인용해 억류자들이 전쟁 무기로 전락한 성폭력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고발하며 딸의 무사 귀환을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아프리카 종교 자유 관측소(ORFA)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0월부터 2025년 9월까지 1년간 나이지리아에서 납치된 기독교 여성은 771명, 소녀는 68명에 이른다. 보고되지 않은 사례를 포함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들은 주로 성폭력과 강제 개종, 강제 결혼의 표적이 되고 있다.
유엔 인권 전문가들 역시 이달 초 나이지리아 정부에 자국 내 기독교 여성들이 직면한 위험을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나이지리아 북부 및 중부 지역의 치안 불안 속에서 무장 단체들의 공격이 지속됨에도 당국의 대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부 12개 주에서 이슬람 율법(샤리아)이 적용되면서 기독교 신자와 소수 종교인에 대한 조직적인 핍박과 인권 유린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생존자 잇단 증언... 나이지리아 정부군 "구출했다" 발표 논란
유엔 전문가들은 바우치주에서 발생한 13세 소녀 강제 개종 및 조혼 사건과 무장 단체의 강제 결혼 요구를 거절했다가 신체가 훼손된 16세 기독교 소녀 사건 등을 구체적인 인권 유린 사례로 언급하며 나이지리아 당국의 무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근 억류에서 벗어난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도 현지의 심각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지 인권 감시 단체인 트루스 나이지리아는 지난해 11월 보르노주에서 ISWAP에 납치됐다가 지난 5월 탈출한 침례교인 컴포트 선데이(25)와 로즈 아다무(20)의 사례를 보도했다. 납치 당시 임신 3개월이었던 선데이는 신앙을 버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한 고문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들의 탈출 과정을 둘러싸고 나이지리아 당국과의 진실 공방도 일고 있다. 앞서 나이지리아 육군은 지난 5월 15일 특수 기갑 여단의 군사 작전을 통해 이 여성들을 성공적으로 구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생존자들은 정부군의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선데이는 현지 언론을 통해 세 번의 생사를 건 시도 끝에 스스로 무장 단체의 감시를 피해 탈출한 뒤 자력으로 군 초소를 찾아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생존자들의 폭로는 나이지리아 치안 당국이 납치 피해 실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구출 성과를 부풀리고 있다는 오랜 비판에 힘을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