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국민 70% "안락사 찬성"… 기독교계 우려 표명

유리스페스 여론조사 조력 자살 찬성도 54% 돌파, 이탈리아 복음주의 연맹 "완화 의료 등 대안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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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국민 10명 중 7명이 안락사를 지지한다는 전국 단위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기독교계는 생명 보호와 죽음 예방에 사회적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즉각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이탈리아 민간 연구기관 유리스페스가 지난 5월 26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한 '제38차 이탈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안락사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2024년 66.7%에서 올해 70.2%로 증가했다. 특히 조력 자살에 대한 찬성 여론은 2019년 39.4%에서 올해 54.3%로 크게 늘어 절반을 넘어섰다. 중증 치매 환자의 안락사 지지율은 67.1%, 사전의료지시서 지지율은 80.2%로 각각 집계됐다. 안락사 및 조력 자살에 대한 지지세는 45세 미만 청년층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고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6월 10일 보도했다.

해당 보고서는 생애 말기 결정을 비롯한 주요 윤리적 사안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를 조사했다. 아울러 이탈리아 인구 현황과 관련해, 전체 국민의 4분의 1(약 1450만 명)이 노년층으로 분류되어 유럽 평균인 5분의 1을 크게 웃도는 초고령 사회임도 함께 짚었다.

세속화 심화 및 가톨릭교회 사회적 영향력 변화가 여론 주도

이탈리아 복음주의 연맹(AEI)의 루치아 스텔루티 부회장은 이 같은 여론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이탈리아 사회의 세속화와 개인주의 심화를 지목했다. 그는 남유럽 국가 전반에 걸쳐 진행된 세속화가 개인의 자율성을 현대 문화의 최우선 가치로 만들었으며, 이것이 윤리적 문제를 대하는 대중의 전반적인 태도를 변화시켰다고 분석했다.

가톨릭교회의 실질적인 영향력 약화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됐다. 스텔루티 부회장은 대다수 이탈리아인이 여전히 자신을 가톨릭 신자라고 밝히지만, 도덕적 문제에 있어서는 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을 일관되게 따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교가 규범보다는 문화적 정체성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 재임 기간 동안 가톨릭교회가 생명 윤리 문제를 공공 토론의 중심에서 다소 배제해 온 점을 언급했다. 이러한 교회의 행보가 일반 신자들에게 가톨릭 신앙을 유지하면서도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는 자유주의적인 견해를 가져도 무방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고 덧붙였다.

기독교계 안락사 법제화 반대 및 완화 의료 시스템 확충 요구

이탈리아 복음주의 연맹은 생애 말기 결정 논의에 있어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단체 측은 생물학적 생명을 절대화하는 생명 숭배와 개인의 자아를 절대화하는 자아 숭배 모두 일종의 우상 숭배라고 규정하며, 생명은 신이 부여한 유한한 선물로서 철저히 책임감 있게 살아가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기독교계는 안락사와 조력 자살을 합법화하려는 모든 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스텔루티 부회장은 생명을 보존하고 죽음을 예방하는 것이 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덕적 임계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안으로는 환자가 임종 전 치료 결정권을 의료진에게만 맡기지 않고 스스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 사전의료지시서 제도의 활성화를 제안했다.

또한 이탈리아 내에서 여전히 인프라가 부족한 호스피스 완화 의료와 통증 관리 시스템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 확대를 강력히 촉구했다. 스텔루티 부회장은 안락사를 요구하는 환자들의 심리 이면에는 홀로 남겨지는 것에 대한 근원적인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임종을 앞둔 환자들이 가족과 교회, 지역 공동체의 철저한 지원과 돌봄 시스템 속에 머물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안락사 논쟁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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