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다문화희망협회가 이주민 한부모가정과 다문화 미혼모들이 겪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해 법률지원에 나섰다.
한국다문화희망협회는 지난 5월 13일 변호사 오경석 법률사무소와 법률 자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다문화가정과 이주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법적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지원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양측은 이주민들이 자주 겪는 체류와 비자 문제, 귀화와 국적 관련 자문을 비롯해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임금 체납, 산업재해, 노동 분쟁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가정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정폭력, 이혼, 양육권, 상속 등 가족법 분야에 대한 법률 자문도 주요 협력 범위에 포함됐다.
한국다문화희망협회와 오경석 법률사무소는 특히 이혼 후 홀로 자녀를 양육하는 이주민 여성들의 현실에 주목했다. 한국인 배우자와 이혼한 뒤 위자료와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자녀를 키우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양육비 미지급에 놓인 다문화 미혼모·이주민 싱글맘
이주민 한부모가정의 양육비 문제는 일반 한부모가정이 겪는 어려움에 언어, 체류, 경제적 기반의 취약성이 더해지면서 더욱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국 사회와 법 제도에 익숙하지 않은 이주민 여성들은 이혼 이후 양육비 청구나 법적 대응 절차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가족부의 ‘2024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미혼·이혼 한부모의 71.3%는 비양육 부모로부터 양육비를 한 번도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은 실제 다문화 한부모가정과 미혼모가 처한 현실이 통계보다 더 열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이 언론을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국내 양육비 미지급률은 80% 수준으로 제시됐다. 미혼모의 경우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비율이 92%에 이르고, 다문화 여성은 이혼 후 96%가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현지 코피노 처우 개선 활동을 이어 온 구본창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 대표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로 낮은 처벌 수준을 지적했다. 그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도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처벌 강도가 약하기 때문에 미지급이 계속된다며,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처벌 강화와 관련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률 구제 못 받는 이주민 여성 현실 살펴야”
이번 업무협약을 이끈 박종돈 오경석 법률사무소 실장은 이주민 여성들이 한국에서 가정을 이루고 살다 이혼을 경험할 경우 큰 충격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수 이주민 여성이 이혼 과정에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법률적 도움도 충분히 받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 실장은 싱글맘이 된 이주민 여성이 홀로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빈곤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자녀 교육은 물론 건강과 돌봄 영역에서도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가 단순히 한 가정의 어려움에 그치지 않는다고 봤다. 이주민 한부모가정의 자녀들이 적절한 보호와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성장할 경우 한국 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될 수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사회 통합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실장은 현실적으로 이주민 한부모가정을 돕고 싶어도 당사자들의 경제적 여건이 열악해 법률 단체들이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협약은 법률지원의 문턱을 낮추고,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무료 변호 상담과 소송 지원 추진
장윤제 한국다문화희망협회 대표는 그동안 협회가 다문화가정과 자녀들이 대한민국의 일원으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힘써 왔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이혼 이후 자녀 양육까지 떠안은 이주민 여성들이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다 결국 한국을 떠나야 하는 위기에 놓이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주민 여성들이 위자료나 양육비를 받고 싶어도 소송 비용 부담과 언어 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법적 절차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문화가정이 증가하는 만큼 이 문제는 개인의 사정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다문화희망협회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 오경석 법률사무소와 함께 이주민 한부모가정의 위자료와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에 협력할 계획이다. 특히 당장 소송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운 이주민 독신 엄마들을 위해 무료 변호 상담과 무료 소송 지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