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에서 16세 기독교 소녀가 실종된 뒤 강제 개종과 온라인 결혼 의혹에 휩싸이면서 현지 기독교 공동체와 인권단체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5월 1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가족들은 경찰이 미성년자 납치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사건은 파키스탄 내 소수 종교 여성과 아동 인권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파키스탄 펀자브주 베하리 지역 부레왈라 테실 차크 505/WB 마을에 거주하는 리아카트 마시흐는 자신의 딸 지아 리아카트가 지난 4월 3일 실종됐다고 밝혔다. 당시 부모는 무슬림 지주의 농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집에 남아 있던 딸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이다.
성공회 소속 신자인 마시흐는 가족이 곧바로 부레왈라 경찰서에 납치 사건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경찰은 딸의 행방을 찾기 위한 실질적인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마시흐는 “딸이 사라진 당일 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의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SNS 접촉 뒤 온라인 결혼 주장…가족 “성 착취 목적 접근”
가족에 따르면 사건은 SNS를 통한 접촉에서 시작됐다. 마시흐는 지난 4월 8일 한 남성으로부터 왓츠앱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자신을 소하일 리아즈라고 소개한 이 남성은 지아가 자신의 보호 아래 있다고 주장하며 가족에게 사건을 더 이상 추적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가족은 즉시 해당 전화번호를 경찰에 전달했지만 이후에도 수사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뒤늦게 확인된 내용에 따르면 리아즈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누이와 매형을 통해 지아를 데려가도록 했다는 것이다.
가족 측은 리아즈가 SNS를 통해 지아에게 접근한 뒤 결혼을 빌미로 심리적 관계를 형성했고, 결국 성 착취 목적으로 이용하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경찰은 가족에게 지아가 자발적으로 이슬람으로 개종했으며 지난 4월 15일 리아즈와 온라인 니카(이슬람 결혼)를 진행했다고 통보했다. 해당 결혼은 펀자브주 카모케 테실 구니얀 지역 행정기관에 등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족은 지아가 아직 16세 미성년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러한 결혼 자체가 법적으로 성립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미성년 증거 있는데도 외면”…경찰 대응 도마
가족은 경찰의 소극적인 대응에 항의하기 위해 상급 경찰 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에는 지아가 미성년자라는 공식 서류가 존재함에도 경찰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가족은 항의 이후 경찰 태도가 오히려 더 거칠어졌다고 주장했다. 마시흐는 어느 날 경찰로부터 용의자들이 구자라트 지역에서 발견됐으니 함께 급습 작전에 참여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수 시간 동안 현장에서 기다렸지만 경찰과 연락이 닿지 않았고, 이후 다시 구지란왈라로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당시 두 명의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설명했지만, 누구를 체포했는지는 끝내 알려주지 않았다고 가족은 주장했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4일 가족은 지아가 법정에 출석해 자신은 성인이며 자발적으로 이슬람으로 개종했고 리아즈와 스스로 결혼했다고 진술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가족은 해당 심리에 대해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으며, 지아의 실제 나이나 상황을 설명할 기회조차 없었다고 반발했다. 지아의 진술 이후 경찰은 체포했던 용의자들을 풀어줬고, 가족은 경찰이 납치 사건 자체를 무력화하려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마시흐는 “가난한 사람들, 특히 종교적 소수자에게 이 나라의 정의는 너무 멀게 느껴진다”며 “딸은 아직 미성년자인데도 경찰과 법원 누구도 나이를 제대로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인권단체 “강제 개종·아동 결혼 구조적 문제 여전”
이번 사건을 돕고 있는 인권운동가 알버트 파트라스는 지아의 개종과 결혼 과정 전체에 법적 문제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이 미성년자 보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가족을 위축시키고 사건 자체를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도 함께 조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트라스는 “소녀의 진술은 가족과 법률 대리인이 없는 상태에서 작성됐고 압박 속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법원은 단순한 구두 진술이 아니라 공식 문서를 통해 나이를 검증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가족은 현재 해당 법원 절차에 대해 고등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다.
파키스탄 펀자브주는 최근 남녀 모두의 법적 결혼 가능 연령을 18세로 상향하고 아동 결혼 처벌도 강화했지만, 현장 집행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파트라스는 “경찰과 법원이 법 정신을 실제로 집행하지 않는다면 관련 법률은 사실상 의미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소수 기독교 여성 강제 개종 사건
최근 파키스탄 법원은 소수 종교 미성년 여성의 강제 개종 및 결혼 사건에서 공식 출생 기록의 신뢰성을 잇따라 문제 삼고 있다. 지난 5월 6일에는 연방헌법재판소가 또 다른 15세 기독교 소녀 사건 심리 과정에서 국가데이터등록청(NADRA) 출생 기록의 신뢰성을 공개적으로 의심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공식 문서 역시 조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단순히 행정 기록만으로 나이를 확정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13세 기독교 소녀 마리아 샤바즈가 30세 무슬림 남성과 결혼한 사건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불거졌다. 가족은 납치와 강제 개종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결혼을 인정했고, 이후 판결문에서 출생 기록과 증언 간 불일치를 이유로 공식 서류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같은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파키스탄 내 기독교 공동체는 소수 종교 미성년 여성들이 여전히 강제 개종과 조혼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오픈도어(Open Doors)가 발표한 ‘2026 월드워치리스트’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기독교 박해가 심각한 국가 순위에서 세계 8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