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에서 강제 개종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고 5월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현지 법원이 기독교 가정 출신 소녀의 공식 출생기록에 의문을 제기하며 의료검사를 통해 실제 나이를 확인하라고 명령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6일, 파키스탄 연방헌법재판소(Federal Constitutional Court·FCC)는 기독교 소녀 소니아 타리크(Sonia Tariq)의 나이를 판단하기 위해 골연령 검사(ossification test)를 실시하라고 명령했다.
소니아의 가족은 그녀가 현재 15세 미성년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소니아 본인은 자신이 20세이며 자발적으로 이슬람으로 개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족 측 변호인인 사킵 질라니 대법원 변호사는 두 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재판부가 국가데이터등록청(NADRA)이 발급한 출생증명서의 신뢰성 자체를 문제 삼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를 맡은 아메르 파루크 판사와 K.K. 아가 판사는 “누가 NADRA 기록이 조작될 수 없다고 말하느냐”고 반문하며, 파키스탄의 공식 기록 역시 충분히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 과정에서 판사는 “이 나라에서는 원하는 대로 기록을 바꾸는 일이 가능하다”며 “안타깝게도 이런 일은 흔하게 벌어진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부모들이 자녀의 나이를 실제보다 낮게 등록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법원이 단순히 행정기록만으로 나이를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소니아는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부 여성 보호시설인 다룰 아만(Darul Amaan)에 머물게 됐다. 법원은 부모가 보호시설에서 딸을 만나는 것은 허용했으며, 다음 심리는 오는 20일 열릴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가족 분쟁을 넘어 종교 자유와 여성·아동 인권, 강제 개종 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논란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 내 소수 기독교 공동체를 중심으로 미성년 소녀들이 강제 개종과 조혼 위험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미성년자 강제 개종 의혹”…2년 가까이 이어진 가족의 싸움
CDI는 소니아의 가족은 그녀가 미성년자 시절부터 강제 개종 압박을 받아왔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 질라니에 따르면 소니아는 13세 무렵 파키스탄 펀자브주 라호르의 한 미용실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이슬람으로 개종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소니아의 아버지 타리크 나딤은 딸이 지난해 11월 7일 퇴근 후 귀가하지 않자 경찰에 실종 및 납치 신고를 접수했다. 이후 그는 소니아의 무슬림 동료 아이샤 아크람과 그의 아버지 아크람 바르카트, 그리고 줄피카르 도가르라는 남성을 지목하며 딸을 납치해 이슬람 개종과 결혼을 빌미로 성적 착취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소니아는 법정 진술에서 자신이 자발적으로 이슬람으로 개종했으며 기독교 가정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가족 측은 이 진술이 압박과 강요 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족은 딸의 양육권 회복을 위해 라호르 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소니아를 가족에게 돌려보내지 않고 여성 보호시설로 보내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법원은 국가 등록기록상 소니아가 미성년자로 보인다고 판단하면서도, 종교 개종 문제가 얽혀 있는 만큼 양육권 판단은 별도의 판사가 결정하도록 했다. 이후 소니아 측과 가까운 인물들은 2025년 1월 보호시설에서 그녀를 데려가기 위해 법원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들은 소니아가 무슬림 친구와 함께 살기를 원한다고 주장했지만, 담당 판사는 이를 기각했다.
판사는 고등법원이 이미 소녀를 자신의 보호 관할 아래 두었기 때문에 보호시설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질라니 변호사는 지난해 6월 또 다른 판사가 보호시설 관계자와 공모해 소니아가 원하는 사람과 함께 떠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주장했다.
가족 측은 이 과정 전반에 걸쳐 사법기관과 보호시설 운영 과정에 여러 문제점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미성년자 보호와 관련된 명확한 기준 없이 사건이 진행되면서 소녀의 안전과 보호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자발적 개종인가, 강요된 선택인가”…계속되는 논쟁
소니아 가족은 이후 파키스탄 대법원에 다시 항소하며, 설령 딸이 개종했다 하더라도 미성년자인 만큼 보호시설에 남겨둘 것이 아니라 부모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건은 이후 연방헌법재판소로 이관됐고, 재판부는 최근 경찰에 소니아를 직접 법정에 출석시키라고 명령했다. 가족 측은 재판에서 “미성년자인 딸이 강제로 개종됐으며 이미 결혼했거나 곧 결혼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 만약 개종이 진정으로 본인의 자유 의사에 따른 것이라면 가족 역시 이를 강제로 막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소니아는 법정에서 부모가 자신에게 다시 기독교로 돌아오라고 압박할 것이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질라니 변호사는 “소녀가 납치범들의 영향력과 압박 속에서 발언하고 있다”며 “18세가 될 때까지 법적으로 부모와 분리된 상태로 둘 수 없다”고 반박했다.
가족 측은 특히 소니아가 이미 결혼했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경찰은 아직 결혼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법원에 설명했지만, 질라니 변호사는 중앙에서 결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경찰 발표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소니아의 아버지인 타리크 나딤은 딸을 되찾기 위해 가족이 거의 2년 가까이 싸워왔다고 말했다. 안과 질환을 앓고 있어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그는 “아내와 두 딸이 가정부로 일하며 가족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경찰이 딸을 찾는 데 협조하기보다 사건을 포기하라고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은 딸이 스스로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결혼했다고 반복해서 말했다”며 “결혼 증거는 보여주지 않은 채 사건을 그만두라고 압박했다”고 말했다.
이어 “딸이 무슬림 동료들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며 “법원이 딸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다시 가족 품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CDI는 라사넨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 역시 종교적 신념과 표현의 자유, 미성년자 보호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점에서 국제 사회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기독교 소수자 가정이 사법 절차 속에서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반복되는 강제 개종 논란…국제사회 우려 커져
CDI는 이번 사건이 파키스탄에서 기독교 미성년자를 둘러싼 강제 개종 및 조혼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연방헌법재판소는 이미 지난 2월에도 비슷한 사건에서 국가 출생기록의 신뢰성을 문제 삼은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13세 기독교 소녀 마리아 샤바즈와 30세 무슬림 남성 셰흐리야르 아흐마드의 결혼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마리아의 가족은 그녀 역시 납치와 강제 개종 피해자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출생등록 지연과 기록상 불일치 등을 이유로 공식 기록만으로는 나이를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결은 국제 인권단체와 기독교 단체들 사이에서 큰 논란을 불러왔다. 특히 파키스탄 내 소수 기독교 공동체는 미성년 기독교 소녀들이 납치와 강제 개종, 조혼의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편, 국제 기독교 감시단체 오픈도어(Open Doors)는 2026년 세계 기독교 박해 감시목록(World Watch List)에서 파키스탄을 기독교인이 살아가기 가장 어려운 국가 8위로 분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