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법원 NGO 해외자금 규제 부활, 기독교·인권단체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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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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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후원 통제 강화 논란 속 시민사회 위축 우려, 소수자 인권 보호 활동 영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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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법원이 비정부기구(NGO)와 비영리단체(NPO)에 대한 해외 자금 규제 정책을 부활시키면서 기독교 단체와 인권단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4월 2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박해받는 소수 공동체를 지원해 온 기독교 기반 단체들은 이번 판결이 시민사회 전반의 활동 공간을 좁히고 종교 자유 및 인권 옹호 활동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4월 13일 라호르 고등법원은 외국 재정 지원을 받는 단체의 등록과 운영, 자금 사용을 규율하는 ‘외국 기여금을 받는 지역 NGO/NPO 정책 2022’를 다시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지난해 9월 해당 정책을 위헌으로 봤던 기존 결정을 뒤집은 것으로, 파키스탄 시민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기독교 및 인권단체들은 이번 결정이 단순한 행정 절차 복원이 아니라 정부의 시민사회 통제 확대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해외 후원에 의존하는 인권 옹호 단체와 종교 자유 관련 기관들은 활동 여건이 한층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권한 인정한 법원… 규제 강화 논란 부상

이번 판결은 차우드리 무함마드 이크발 판사와 사이드 아산 라자 카즈미 판사로 구성된 재판부가 연방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이면서 내려졌다. 재판부는 연방정부가 헌법상 권한에 따라 NGO의 외국 자금 수령과 사용을 감독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복원된 정책은 해외 자금을 받는 단체들에 대해 자격 심사와 등록, 모니터링, 승인, 활동 정지 및 책임 규정까지 폭넓게 포함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를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지만, 시민단체들은 행정 당국에 과도한 재량권을 부여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앞서 파키스탄 인권위원회(HRCP), 다스탁(Dastak), 세실 앤 아이리스 초드리 재단(CICF) 등은 이 정책이 입법 근거 없이 내각 승인만으로 시행됐다며 위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들은 해당 정책이 결사의 자유와 합법적 시민 활동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2024년 9월 단독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정책을 무효로 판단했지만, 이번 항소심은 연방정부의 정책 수립 권한을 폭넓게 인정했다. 재판부는 기본권 침해가 명확하지 않은 이상 정책 판단에 대한 사법 개입은 자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또 연방 내각이 단순 승인기구가 아닌 핵심 정책 결정기구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행정부 재량을 인정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이번 결정이 향후 NGO 활동 전반에 대한 규제 강화를 정당화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독교 단체들 “소수자 보호 활동 제약 가능성”

소송을 맡은 사킵 질라니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유감을 표하며 NGO 규제는 행정명령이 아닌 의회의 입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행정 권한만으로 시민단체 활동을 규율하는 것은 권력 분립 원칙과 결사의 자유를 훼손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법 체계에도 감독 장치가 있는 만큼 추가 규제는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기독교 단체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세실 앤 아이리스 초드리 재단(CICF)의 미셸 초드리 대표는 이번 정책이 지나치게 관료적이고 재량적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등록과 갱신, 해외 자금 승인 과정 전반에 광범위한 통제가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권, 소수자 권리, 정부 책임성 같은 민감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에 대해 이 제도가 등록 지연이나 승인 제한, 간접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기독교 여성과 미성년 소녀를 대상으로 강제개종, 강제결혼, 납치, 성폭력 피해 지원 활동을 펼쳐 온 크리스천스 트루 스피릿(CTS)도 비슷한 우려를 나타냈다.

아셔 사르파라즈 대표는 정부 승인을 받지 않은 소규모 단체들의 경우 이번 정책 부활로 운영 역량이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재정 규모가 작은 단체들은 복잡한 승인 절차와 행정 부담으로 존속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종교 자유와 시민사회 미래 향방 주목

이번 논란은 단순한 외국 자금 규제를 넘어 파키스탄 내 종교 자유와 시민사회 공간의 미래를 둘러싼 논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독교 단체들은 강제개종 피해 지원, 소수자 법률 지원, 인권 옹호 활동을 위해 국제적 연대와 후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자금 규제가 강화될 경우 현장 기반 사역과 보호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판결은 파키스탄 기독교 공동체가 직면한 구조적 압박과도 맞물려 주목된다. 오픈도어가 발표한 2026 세계기독교박해순위에서 파키스탄은 기독교인에게 가장 위험한 국가 8위로 지목됐다. 강제개종과 납치, 법적 보호 미비 문제가 주요 우려 요소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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