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인도의 대표적 힌두 민족주의 준군사 조직으로 평가받는 국민의용단(RSS·Rashtriya Swayamsevak Sangh) 지도부가 자신들을 ‘반기독교 단체’로 규정하는 시각을 정면으로 부인하면서, 인도 내 종교 박해와 힌두 민족주의를 둘러싼 국제적 논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4월 2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RSS 총서기 다타트레야 호사발레는 최근 미국 워싱턴 D.C. 허드슨연구소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RSS가 기독교와 종교 소수자를 적대시한다는 비판은 미국 사회에 형성된 인도에 대한 오해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했다.
호사발레는 허드슨연구소의 월터 러셀 미드와의 대담에서 “수십 년간 RSS를 힌두 우월주의 집단, 반기독교적이고 반소수자적이며 반현대화 조직으로 묘사하는 서사가 형성돼 왔다”며 그러한 인식이 왜곡된 내러티브라고 반박했다.
1925년 의사이자 힌두 민족주의 사상가 비나야크 다모다르 사바르카르의 영향을 받은 케샤브 발리람 헤드게와르에 의해 창설된 RSS는 현재 400만 명이 넘는 회원을 가진 거대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 전역에서 매일 8만3000여 개 이상의 모임이 운영되는 것으로 전해지며, 사회봉사와 재난 구호 활동을 통해 폭넓은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RSS는 오랫동안 힌두트바(Hindutva) 이념을 확산시키며 종교 소수자를 주변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힌두 문화를 인도 국가 정체성의 핵심으로 보는 이 이념은 종교 다원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아 왔다.
특히 인도 집권당 인도국민당(BJP)은 RSS의 정치적 축으로 평가받아 왔으며,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비롯한 인도 핵심 지도자 상당수가 RSS와 오랜 연관을 가진 인물들로 알려져 있다.
모디 총리는 구자라트 주총리 시절이던 2005년, 2002년 반무슬림 폭동과 관련한 책임론과 종교 자유 침해 의혹 속에 미국 입국이 금지된 바 있다. 이후 2014년 총리 취임 후 제재가 해제됐고, 이후 미국과의 전략 협력 확대를 상징하는 인물로 부상해 왔다.
“힌두교는 우월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는 주장
호사발레는 이날 대담에서 RSS를 미국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의 인도판으로 보는 일부 비판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힌두 철학과 문화는 우월주의를 용납하지 않는다. 온 세계를 한 가족으로 보고 모두를 형제자매로 인식하는 것이 힌두 사상의 기초”라며 힌두교 자체가 배제와 지배의 논리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이어 “힌두인들은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를 침략하거나 타 민족을 노예화한 적이 없다”며 “힌두인들이 사과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은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와 국제 인권 감시단체들의 평가와는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USCIRF는 최근 수년 연속 인도를 ‘특별우려국(CPC)’으로 지정할 것을 미국 정부에 권고해 왔으며,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BJP와 RSS가 공유하는 힌두트바 이념을 인도 내 체계적 종교 박해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특히 최근 연례보고서에서는 RSS를 종교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 책임 주체 중 하나로 규정하며 미국 정부가 표적 제재를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도 정부는 이러한 평가에 편향성이 있다고 반발해 왔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인도 기독교 박해와 종교 자유 문제를 둘러싼 우려가 오히려 확대되는 분위기다.
인도 기독교 박해 증가와 반개종법 논란
기독교 인권단체들과 종교 자유 감시기구들은 모디 정부 출범 이후 인도 내 기독교 박해가 꾸준히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 연합기독교포럼(UCF) 자료에 따르면 2025년은 인도 독립 이후 기독교인을 향한 폭력이 가장 심각했던 해로 기록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인도복음주의연맹(EFI) 종교자유위원회의 최신 연례보고서는 지난해 기독교인을 상대로 한 사건 약 750건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공공장소 폭행, 교회 훼손, 예배 방해, 성도 협박 등 다양한 형태의 학대 사례가 포함됐다.
특히 인도 여러 주에서 강화되고 있는 이른바 ‘반개종법(anti-conversion laws)’이 이러한 공격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인권 변호사들과 기독교 활동가들은 해당 법이 자발적 종교 선택까지 범죄화하는 방식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해 조세 파파찬 목사 부부가 관련 법률에 따라 유죄 판결과 실형을 받은 첫 기독교 사례로 기록되면서 더욱 커졌다. 기독교계는 이 사건이 향후 유사 처벌의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또 다른 논란은 외국 기부금 관련 법 개정 움직임이다. 일부 인도 국회의원들이 추진한 개정안은 정부가 기독교 단체의 자산과 재산에 보다 폭넓게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으며 기독교 지도자들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해당 법안 표결은 이달 초 7월로 연기됐다.
국제 박해감시단체 오픈도어선교회의 ‘월드워치리스트 2026’에서 인도는 기독교 박해 국가 순위 12위에 올랐다. 오픈도어는 인도 내 약 7200만 명 기독교인이 직면한 박해 상당수가 힌두 민족주의 세력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힌두교 배경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신자들이 가장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으며, 다시 힌두교로 돌아가라는 지속적 강요에 직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도어는 이미 2016년에도 RSS가 인도를 사실상 힌두 국가로 만들려 한다는 종교 소수자들의 우려를 소개한 바 있으며, 당시 RSS가 조직 내 기독교 구조 도입을 제안했을 때도 기독교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숨은 의도를 의심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종교 자유와 다원주의 시험대 오른 인도
인도 기독교 박해 문제는 단순히 특정 종교 공동체의 안전 문제를 넘어, 인도 민주주의와 종교 다원주의의 미래를 가늠하는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반개종법을 둘러싼 논란은 개인의 양심과 신앙의 자유, 국가 권력의 개입 범위라는 보다 근본적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인도 기독교 박해와 힌두 민족주의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할 인권 이슈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인도 관계 속 부각되는 종교자유 쟁점
호사발레의 이번 발언은 허드슨연구소가 백악관 인근에서 개최한 ‘뉴 인디아 콘퍼런스’ 도중 나왔다.
이 행사는 인도의 지정학적 부상, 모디 정부 아래 경제 변혁, 향후 미·인도 관계 전망을 집중 조명하는 자리였다. 다음 달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인도 방문도 예정된 가운데 양국 관계가 민감한 외교 국면을 맞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행사 당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보수 성향 팟캐스터 마이클 새비지의 인도 비판 발언을 공유하면서 또 다른 논란이 일었다. 새비지는 인도를 비하하며 인도 이민자들이 미국 이민 시스템을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인도 정부는 이를 “무지하고 부적절하며 품격 없는 발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RSS 지도부가 반기독교 성향을 부인하며 해명에 나섰지만, 국제 종교 자유 기구들과 인권단체들의 우려, 그리고 현장에서 보고되는 박해 사례들은 이 논쟁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남는 질문들… 해명과 현실 사이 간극
CP는 이번 논란이 RSS 지도부의 해명과 국제기구들이 제기하는 우려 사이 간극을 다시 부각시켰다고 밝혔다.
한편에서는 RSS가 자신들의 철학을 오해받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인도 기독교 박해와 힌두 민족주의 확산을 보여주는 각종 보고서와 현장 사례들이 상반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