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기독교 신분 오류… 법원 명령에도 정정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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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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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데이터베이스 종교 오기 수정 지연…기독교 가족 사회적 압박·생계 위기 직면
법원 명령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 국가 데이터베이스에서 기독교 신분을 인정받지 못한 나심 비비와 그녀의 아들들의 모습. ©Christian Daily International-Morning Star News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에서 한 기독교 가족이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잘못 등록된 종교 정보를 바로잡지 못한 채 사회적 압박과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사례가 드러나면서 종교 자유와 소수자 권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1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현지 소식에 따르면 펀자브주 카수르 지역 하벨리 락하 출신의 나심 비비와 그의 자녀 4명은 행정 오류로 인해 여전히 이슬람 신자로 등록된 상태다. 해당 오류는 2016년 남편이 사망한 이후 확인됐다.

비비는 남편의 사망진단서에 그의 종교가 이슬람으로 기록되어 있었고, 이름 또한 ‘무하마드 이크발 소하일’로 기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후 조사 과정에서 자신과 자녀들 역시 국가 데이터베이스 등록기관(NADRA)에 이슬람 신자로 등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라호르에서 공장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비비는 브레드런 교회 소속 신자로, 여러 차례 지역 NADRA 사무소를 찾아 정정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법원 판결에도 종교 정정 미이행…행정기관 책임 논란

비비 가족은 행정기관의 거부로 인해 결국 법적 대응에 나섰다. 2023년 10월 데팔푸르 민사법원에 신분 기록 정정을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아들들의 이름에서 ‘무하마드’라는 접두어를 삭제하고 종교 항목을 수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수개월의 재판 끝에 법원은 NADRA에 해당 기록을 정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실제 이행 과정에서는 일부 조치만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비는 아들들의 이름에서 ‘무하마드’는 삭제됐지만, 종교 항목은 여전히 이슬람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당국은 법원 명령이 이름 수정에만 해당하며 종교 변경은 권한 밖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파키스탄 기독교 신분 오류 문제를 넘어 법치주의 훼손 논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종교 신분 오류로 사회적 압박·이주 발생…생계에도 영향

CDI는 종교 신분 오류로 인한 영향은 가족의 일상 전반에 걸쳐 나타났다고 밝혔다. 비비는 이 사실이 지역사회에 알려지면서 주변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았다고 전했다.

일부 주민들은 이 가족이 이슬람에서 개종하려 한다고 오해했고, 이에 따라 배교자로 취급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가족은 결국 기존 거주지였던 하벨리 락하를 떠나 라호르로 이주했다.

경제적 상황도 악화됐다. 비비는 신분증 갱신 문제로 인해 기존의 월급제 근로에서 일용직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자녀들 역시 취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결혼한 딸은 자녀의 출생 등록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키스탄 기독교 신분 오류 문제는 단순한 행정 실수를 넘어 생계와 기본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소수자 권리·법치주의 논란 확산…국제사회 우려 지속

이 사건을 지원하고 있는 기독교 인권운동가 알버트 파트라스는 이번 사례가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원의 명확한 명령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행위이며,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헌법적 보호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종교 신분의 오기나 잘못된 등록은 개인을 차별과 사회적 압박, 심리적 피해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권단체들도 파키스탄 내 소수자들이 법적 구제와 공공 서비스 접근에서 구조적인 장벽을 겪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특히 종교 관련 신분 기록 문제는 취업, 교육, 선거권, 사법 접근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파키스탄에서 공식 기록상의 종교 변경이 매우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 행정 오류의 경우에도 정정이 쉽지 않으며, 특히 무슬림으로 등록된 경우 종교 변경 절차는 법적·제도적 장벽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에는 배교 자체를 처벌하는 명시적 법은 없지만, 종교 감정을 훼손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존재하며 최대 10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일부 사례에서는 신성모독 혐의가 군중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전체 인구의 96% 이상이 무슬림인 파키스탄은 국제 기독교 감시단체들로부터 기독교인에게 가장 어려운 국가 중 하나로 지속적으로 지목되고 있다. 2026년 오픈도어즈 ‘세계 기독교 박해 지수’에서도 파키스탄은 8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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