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형사책임 연령을 기존 16세에서 14세로 낮추는 청소년 사법 개혁을 단행하면서 법조계와 인권단체, 종교계에서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고 1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서명한 이번 조치는 공식 관보를 통해 공포됐으며, 14세와 15세 청소년도 살인, 성범죄, 납치, 강도 등 중범죄에 대해 형사 절차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새 제도는 성인 법원과는 구분된 청소년 전용 사법체계를 유지하지만, 최대 15년형까지 선고가 가능해지면서 청소년 범죄 대응 방식에 큰 변화를 예고했다.
형사책임 연령 하향…국제 기준과 맞춘 개혁
이번 개정은 라틴아메리카 여러 국가와 유사한 기준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볼리비아, 칠레, 콜롬비아, 파라과이, 페루, 베네수엘라 등은 형사책임 연령을 14세로 설정하고 있으며, 브라질과 에콰도르, 파나마는 12세로 규정하고 있다.
기독교 법률단체 ACIERA 소속 변호사 카를로타 로페스는 이번 개정이 낡은 법체계를 보완하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는 “1981년 제정된 기존 법은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며 “이번 개정은 국제 기준에 부합하고 피해자 참여 확대와 대체 처벌, 형사 조정 등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며 “이 제도는 어디까지나 청소년을 위한 별도의 체계로, 성인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법만으로는 해결 안 돼”…예방과 사회 역할 강조
전문가들은 법 개정만으로 청소년 범죄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로페스는 “법 하나로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며 “청소년들이 교육과 건강한 환경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시민사회와 교회 등 다양한 주체의 참여가 예방에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처벌 중심 접근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했다.
사회 불안 반영한 조치…필요성 인정 의견도
반면 일부 법조인은 이번 조치가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공공변호인실 소속 구스타보 로시아노 변호사는 “청소년 범죄 증가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제도가 미성년자를 성인 교도소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시설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재활 시설의 예산 부족과 운영 문제를 지적하며 “더 많은 청소년이 사법체계에 들어오면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작권·구조적 문제까지…비판적 시각도 존재
변호사 로사나 파렐라는 “현실을 반영한 입법이라는 점은 인정되지만, 효과는 다른 정책과 함께 추진될 때 나타날 것”이라고 말하며 교육과 가치 형성, 일자리 제공 등 사회적 기반이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날리아 셀라다 변호사는 보다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번 조치는 범죄 증가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대응한 것”이라면서도 “청소년은 범죄 구조에서 가장 약한 고리일 뿐”이라고 지적하는 동시에 조직적 범죄 구조의 상층부는 여전히 처벌받지 않는 현실을 문제로 제기했다.
“사회 재통합이 핵심”…제도 효과는 미지수
논쟁의 핵심은 처벌 강화보다 재활과 사회 통합에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에두아르도 오비에도 변호사는 이번 개정을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청소년 재활 시스템의 부재를 주요 문제로 꼽았다. 그는 “16세 미만 처벌 불가능 구조가 오히려 범죄 조직에 이용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재활 프로그램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청소년이 범죄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청소년이 수용시설에 있는 동안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