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의 죽음과 인간의 한계
사라는 일백이십칠 세를 살았으며, 성경은 이를 그의 향년이라고 기록한다. ‘향년’이라는 표현은 장수를 누렸음을 의미한다.
사라는 뛰어난 아름다움을 지닌 여인이었다. 아브라함의 아내였던 그는 절세의 미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애굽과 그랄에 머물던 시기에도 그 아름다움으로 인해 위기를 겪을 뻔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이미 고령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점은 그의 용모가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아무리 아름다운 사람이라 할지라도 생명의 한계를 넘을 수는 없다. ‘미인박명(美人薄命)’이라는 말처럼, 인간은 누구나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아내였던 사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은 일정한 시간을 살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사랑하는 사람도 결국은 죽는다. 우리는 그 시기를 알지 못하지만, 인간의 생명은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다.
■ 슬픔 속에서도 믿음으로 행동한 아브라함
아브라함은 사라가 죽자 장막에 들어가 아내의 시신 앞에서 슬퍼하며 애통하였다. 그러나 그는 슬픔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헷 족속에게 나아가 자신을 나그네이자 거류민이라고 밝히며 매장지를 요청하였다.
그는 하나님께서 가나안 땅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말씀을 믿고 있었으며, 그 믿음으로 장지를 구하러 나아간 것이다.
헷 족속은 아브라함의 인격과 삶을 존중하여 좋은 매장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하였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그들의 호의를 정중히 사양하고, 은 사백 세겔을 주고 정당한 값을 치른 후 매장지를 구입하였다.
그는 존경받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짜를 택하지 않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길을 선택하였다. 이는 신앙인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다.
■ 신앙은 삶으로 드러나야 한다
신앙은 단순한 고백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삶으로 나타나야 한다. 오늘날 신앙과 삶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는 이러한 부분에서 비롯된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고백할 때, 그분의 약속은 삶 속에서 실천되어야 한다. 신앙은 삶의 방식으로 드러나야 한다.
하나님의 자녀는 사람 앞에서 겸손해야 하며, 물질에 대해서는 정직하고 깨끗해야 한다. 아브라함은 헷 족속 앞에서 여러 차례 몸을 굽혀 예의를 갖추었다. 그의 태도는 겸손의 본을 보여준다.
성경은 “서로 겸손으로 허리를 동이라 하나님이 교만한 자를 대적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신다”고 말한다. 헷 족속이 매장지를 거저 주려 했을 때, 아브라함은 이를 사양하고 정당한 값을 치르겠다고 하였다.
이는 재물이 많아서가 아니라, 타인에게 불필요한 빚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도 빚지지 않으려는 신앙적 원칙이 그의 삶 속에 반영된 것이다.
■ 막벨라 굴, 약속을 붙드는 믿음의 표지
아브라함이 땅값을 지불하고 장지를 구입한 행위는 단순한 거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사람의 호의보다 하나님 앞에서의 바른 태도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가나안 땅의 막벨라 굴은 비록 작은 땅이었지만, 하나님께서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땅의 첫 소유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는 하나님의 약속이 장차 반드시 이루어질 것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아브라함은 슬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일을 분명하게 마무리하였다. 이는 신앙인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분별력과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준다.
막벨라 굴에는 이후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이 묻혔고, 요셉 또한 자신을 그곳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곳은 이스라엘 민족에게 신앙의 뿌리이자 소망의 상징이 되었다.
만약 이 장지를 정당하게 구입하지 않았다면 훗날 소유권 분쟁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분명한 소유권을 확보함으로써 후손들이 약속의 땅을 향한 소망을 이어가도록 하였다.
■ 미래를 바라보는 믿음의 삶
믿음은 현재를 넘어 미래를 바라보게 하는 힘이다. 비록 그 약속이 당대에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믿음의 사람은 그것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는 외국인 선교사들의 묘지가 있다. 그곳에는 어린 자녀들과 함께 묻힌 묘지들도 있다. 이들은 가난과 질병, 낯선 환경 속에서도 한국의 복음화를 바라보며 헌신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은 미래를 바라보는 믿음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그들의 희생과 헌신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성장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 소망을 가진 자의 삶
사라의 죽음은 아브라함과 그의 가정에 큰 슬픔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하나님의 약속을 더욱 분명히 붙드는 계기가 되었다. 신앙인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라 소망을 향한 또 다른 출발점이다.
내세에 대한 소망이 없다면 인생은 허무해질 수밖에 없다. 사람은 자신이 품고 있는 소망만큼 삶의 방향과 깊이가 결정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욱 거룩하고 분별 있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성경은 우리를 택하신 족속이요 거룩한 나라요 하나님의 소유된 백성이라고 말한다. 사라는 127세를 살았고, 아브라함은 175세를 살았다. 그들의 생애는 하나님의 정하신 때에 따라 마쳐졌다.
우리 또한 언젠가 이 땅에서의 삶을 마치게 된다. 그날이 올 때, 기쁨으로 하나님을 맞이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