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무력 충돌이 격화되면서 레바논 전역에서 대규모 피란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동의 한 신학교 지도자가 전 세계 교회에 레바논과 중동을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고 1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아랍침례신학교(ABTS) 위삼 나스랄라(Wissam Nasrallah) 총장은 지난 10일 발표한 서한을 통해 레바논과 중동 지역의 평화를 위해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함께 기도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특히 전쟁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던 수많은 피란민과, 현장에서 구호 사역을 펼치고 있는 기독교 단체들을 위해 기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
나스랄라 총장은 서한에서 “레바논은 다시 한 번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전쟁 속으로 들어가게 됐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가족들이 사랑하는 집과 삶의 터전을 뒤로한 채 최소한의 짐만 들고 길 위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헤즈볼라 충돌 격화…레바논 대규모 피란 사태
CDI는 이번 기도 요청은 최근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군사적 충돌이 확대되면서 레바논 전역의 인도적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 3월 2일 헤즈볼라가 로켓 공격을 시작한 이후 대규모 군사 작전을 개시했다. 헤즈볼라는 해당 공격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벌인 분쟁 과정에서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한 데 대한 보복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레바논 당국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현재까지 약 600명이 사망하고 약 70만 명의 주민이 피란길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군은 남부 레바논과 베이루트 남부 교외, 베카 계곡 등지에서 수백 개의 헤즈볼라 거점을 목표로 공습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나스랄라 총장은 이번 상황을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닌 인간적 비극으로 표현했다. 그는 “불과 며칠 사이 수십만 명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다”며 “통계 속 숫자 뒤에는 한 사람의 이름과 한 아이, 한 어머니, 한 할아버지가 있고 이제는 텅 비어버린 집이 있다”고 말했다.
아랍침례신학교, 캠퍼스 개방해 피란민 가족 지원
CDI는 레바논 베이루트 인근에 위치한 아랍침례신학교가 현재 전쟁으로 피란한 가족들을 위해 캠퍼스를 개방하고 있다고 밝혔다.
1960년에 설립된 아랍침례신학교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기독교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신학교다. 나스랄라 총장은 이번 충돌이 시작된 초기부터 학교 시설을 피란민을 위한 임시 거처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 게스트하우스와 캠퍼스 공간이 갈 곳을 잃은 가족들을 맞이하고 있다”며 “협력 사역 단체들도 식사를 제공하고 필요한 지원을 조율하며 피란민들을 돕고 있다”며 "이러한 대응은 위기 속에서 기독교 공동체가 보여야 할 신앙적 실천이다. 피란민을 맞이하는 일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신’ 예수님의 마음을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속에서도 신학교 교육 지속…온라인 수업 운영
CDI는 전쟁 상황 속에서도 아랍침례신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나스랄라 총장은 현재 약 250명의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통해 신학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 학생들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여러 국가에 흩어져 있으며, 지역 교회를 섬길 지도자로 훈련을 받고 있다.
그는 이번 분쟁이 향후 중동 지역의 정치적 질서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하며 “이번 사태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중동의 지역 질서와 안보 구조를 규정할 새로운 체제가 등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기독교인의 희망이 정치적 결과가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믿음에 있다며 “그리스도인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지만 현실에 굴복하지도 않는 사람들”이라며 “우리는 지금 벌어지는 일의 심각성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지만 두려움에 굴복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끝으로 나스랄라 총장은 전 세계 교회가 레바논과 중동을 위해 계속 기도해 줄 것을 요청하며 “이번 위기 속에서 복음이 말로만이 아니라 자비와 섬김의 행동으로도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