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문화 속에 흔들리는 신앙의 자리

이춘성 박사, 자극 중심 사회와 느림의 기독교 신앙 성찰
이춘성 박사. ©기독일보DB

이춘성 박사(한기윤 선임연구위원)가 최근 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원장 신원하, 이하 한기윤) 홈페이지에 ‘도파민 터지는 문화와 느림보 크리스천’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자극 중심의 현대 문화 속에서 기독교 신앙과 예배가 직면한 과제를 진단했다.

이 박사는 “넷플릭스의 ‘솔로지옥’과 SBS Plus·ENA의 ‘나는 솔로’는 이러한 감각의 문법을 정확히 읽어낸 대표적인 콘텐츠다. 제한된 공간, 촉박한 시간, 급변하는 관계 속에서 사랑을 찾는 이야기지만, 시청자는 설렘보다 갈등에 더 크게 반응한다. 누군가의 실수와 오해, 스튜디오의 탄식을 따라 우리는 화면 속 인물의 감정에 동조한다”며 “분노하고, 응징을 기대하며, 때로는 댓글을 통해 직접 개입한다. 감정의 고저가 클수록 다음 장면을 누르는 손가락은 더 빨라진다”고 했다.

이어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자극이 특히 10대와 20대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현대 사회에서 청소년들과 청년은 디지털 영상 콘텐츠가 제공하는 즉각적인 보상 시스템과 달리 길고 느린 보상을 견디며 살아간다”고 했다.

또한 “입시의 시간은 길고, 취업의 문은 좁고 언제 열릴지 불분명하다. 인턴과 계약직, 스펙과 공모전이 이어지는 동안 ‘잘하고 있다’는 신호는 드물다”며 “노력과 보상의 간격이 넓을수록 뇌는 더 짧고 확실한 보상을 찾는다. 연애 리얼리티는 그 틈을 파고든다. 한 회차 안에서 만남과 배신, 선택과 탈락이 모두 일어난다. 현실은 불확실하지만 편집된 서사는 빠르게 결론을 향해 달린다. 시청자는 짧은 시간에 ‘감정의 완결’을 경험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도파민을 단순한 ‘행복 물질’로 보면 안 된다. 도파민은 현재의 만족이라기보다 ‘곧 얻을 것 같다’는 기대와 동기를 만드는 신호”라며 “그래서 우리는 화면을 계속 넘기고, 다음 화를 누르며, 새로운 자극을 찾아 나아간다. 기다림 자체가 이미 보상이 된다”고 했다.

그는 “인간은 단지 자극에 반응하는 신경 회로 이상의 영적인 존재다. 그러므로 기독교는 그 근본 원인을 보다 깊은 차원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오늘날 우리가 겪는 과도한 자극 추구는 단순한 뇌의 오작동이 아니라, 현대인이 직면한 믿음 체계의 붕괴에서 비롯된 불안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기대어 설 기둥이 없다고 느낄 때, 사람은 확실한 진리보다 즉각적인 보상에 몸을 맡긴다. 도파민은 원인이기보다 증상일지 모른다. 붙들어야 할 믿음과 신뢰가 무너질 때, 인간은 더 강력한 자극으로 그 빈자리를 대신 채우려 들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예배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불안한 시대에 사람들은 확신을 갈망한다. ‘괜찮다’는 선언, ‘하나님이 반드시 복 주신다’는 약속, ‘지금 이 자리에서 회복된다’는 즉각적인 선언과 체험 등. 그리고 긴 찬양과 고조되는 사운드, 집단의 열기가 만들어내는 감정의 파도는 잠시나마 불안을 잠재운다”며 “그 순간만큼은 사람들은 혼자가 아니라고 확신하며 열광한다. 그러나 의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감정의 고조가 사라진 뒤에 우리의 불안은 사라졌는가. 눈물과 결단 이후, 월요일의 현실은 달라졌는가. 반복되는 삶의 자리에서 여전히 우리는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라고 했다.

더불어 “도파민은 균열을 잠시 가려 준다. 그러나 균열을 메우지는 못한다. 기독교 신앙이 본래 제시했던 길은 다른 방향이었다”며 “신앙은 불안을 즉시 제거하는 기술이 아니라 불안 속에서도 함께 머무는 관계였다. 시편의 기도는 늘 담담했다. ‘언제까지입니까’라는 탄식과 ‘그럼에도 나는 주를 신뢰합니다’라는 고백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확신은 폭발적 체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신뢰의 연습 속에서 자란다”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1980년대 평범한 찬송가 한 절을 매주 부르며, 일상의 음성으로 기도하며, 조근조근한 설교를 듣는 시간은 격렬하지 않다”며 “그러나 그 시간은 우리의 감정을 흥분시키기보다 우리의 존재를 천천히 들여다보게 한다. 믿음은 도파민의 급격한 상승 곡선이 아니라 서서히 이어지는 완만한 곡선에 가깝다”고 했다.

이어 “불안한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자극이 아니라 더 견고한 관계”라며 “하나님과의 관계, 그리고 서로를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공동체의 관계, 화려하지 않아도 요란하지 않아도 매주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사람들,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고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과의 관계 말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평범한 예배는 감동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도파민에 속고 있기 때문에 밋밋해 보이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밋밋함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단단해질 것”이라며 “불안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해도 불안과 고통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힘을 기른다. 도파민의 공화국에서 어쩌면 우리가 회복해야 할 예배의 모습은 느리지만 신뢰하는 믿음의 감각인지 모른다. 도파민의 감정이 터지는 순간이 아니라, 조용히 버티는 것 말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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