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더블링 수업 현실화… 24·25학번 69% “교육 질 저하 체감”

정부 의대 정원 연평균 668명 확대 방침 속 강의실 부족·실습 과밀 우려 확산… 교수·학부모도 인프라 보강 촉구
조윤정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이 최근 열린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던 모습. ⓒ뉴시스

정부가 향후 5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연평균 668명씩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이른바 ‘더블링(동시 수업)’을 겪고 있는 24·25학번 의대생 다수가 교육의 질 저하를 체감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교육 여건을 고려한 증원 규모라고 설명하며 인력과 시설 확충 지원 방침을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의대 증원에 따른 교육 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18일 민영통신사인 뉴시스가 보도한 ‘전국 의과대학 24·25학번 교육환경 인식 및 실태조사 종합 보고서’에 따르면, 24·25학번 의대생의 69%(2138명)는 강의실 부족 등 수업 환경 변화로 교육의 질이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해 11월 전국 40개 의과대학 24·25학번 재학생 3109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의과대학생 대표자 단체가 교육부에 제출한 자료다.

◈더블링 수업과 공간 부족…24학번 체감도 더 높아

조사 결과, 입학 초기 기존 정원 체제를 경험했던 24학번의 체감도가 특히 높게 나타났다. 24학번의 84%(1076명)가 교육의 질이 저하됐다고 응답했으며, 25학번은 59%(1062명)가 같은 인식을 보였다. 학번별로 체감 차이가 드러났지만, 전반적으로 의대 증원 이후 교육 환경 변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모습이었다.

강의실과 좌석 수 부족에 대한 인식도 광범위했다. 응답자의 50%(1532명)는 강의실 좌석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고, 57%(1771명)는 강의실 부족으로 실제 수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과 더블링 수업이 물리적 공간 부족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비정규 강의실을 정규 강의실로 전환해 사용하면서 구조상 절반의 학생이 교수에게 등을 돌린 채 수업을 듣는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지방 사립대에서는 본래 강의용으로 설계되지 않은 공간을 전공 강의실로 활용했고, 칠판과 전기 콘센트가 부족해 수업과 학습에 불편을 겪었다는 응답도 나왔다.

◈본과 실습 과밀 우려…학생 95% “수용 한계 걱정”

본과 진입 이후의 실습 환경에 대한 우려는 더욱 높았다. 24·25학번의 95%(2954명)는 실습 인원 과밀, 병원의 수용 한계, 인턴 정원 부족 등을 걱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의대 증원이 임상 실습 단계에서 병목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의과대학생 대표자 단체 관계자는 “학교도 나름대로 대응하고 있지만, 정부 지원이 충분하지 않고 개선 속도도 더딘 상황”이라며 “의학 교육의 붕괴를 막기 위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시급한 과제로 교육시설 확충(1023명·33%)과 교육과정의 불확실성 해소(1018명·33%)를 꼽았다. 학번 간 공간 분리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25%(780명)였으며, 학교 측과의 소통 강화를 요구하는 의견도 제시됐다. 응답자의 83%(2601명)는 교육 환경이 개선된다면 학교와 제도를 신뢰할 수 있다고 답했다.

◈교수·학부모도 우려 제기…정부 “시설·기자재 확충”

교수단 역시 의대 증원에 따른 교육의 질 저하 가능성을 지적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휴학·복귀·유급은 의학교육 현장의 과밀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며 “재직 정원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경우 실제 강의실과 실습실에서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의대교수협에 따르면 24·25학번의 휴학 인원은 1586명이며, 2027년 복귀 예정 인원은 749명이다. 협의회는 “이 복귀 인원만 반영해도 추가 증원 없이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거론된 최대 한계와 충돌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학부모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전국의대학부모연합 관계자는 “더블링을 넘어 일부 학교에서는 트리플링, 쿼드러플링 상황까지 벌어졌다”며 “예과 단계에서는 대강의실로 대응할 수 있을지 몰라도 본과 실습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 인력과 병원 실습 대책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대 증원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대학별 정원에 맞는 인력과 시설, 기자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강의실과 실험·실습실 등 교육 기본 시설을 신속히 개선하고, 학생 편의 시설도 단계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초의학 실험·실습, 임상술기 실습 등 교육 단계에 필요한 기자재를 연차적으로 확보하고, 대학별 교원 확보 현황과 충원 계획을 반영해 교육의 질을 보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의대 증원 정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더블링 수업과 교육 인프라를 둘러싼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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