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전역서 기독교인 납치·살해 이어져… 교회 불안과 공포 확산

국제
중동·아프리카
최승연 기자
press@cdaily.co.kr
성직자 납치부터 대규모 예배 중 집단 피랍까지, 국제사회서 종교 박해 우려 제기
보보 파스칼 신부의 모습. 그는 지난해 11월 17일 무장 세력에 의해 납치된 뒤 61일 만인 지난 1월 17일 석방됐다. ©Facebook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나이지리아 곳곳에서 기독교인을 겨냥한 납치와 살해가 이어지며 교회 공동체의 불안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고 1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최근 성직자가 장기간 억류 끝에 풀려났지만, 지역 주민들은 반복되는 폭력 속에서 여전히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카두나주 카가르코 지역 쿠셰 구그두 마을에 위치한 성 스테파노 가톨릭 본당의 보보 파스칼 신부는 지난해 11월 17일 무장 세력에 의해 납치된 뒤 61일 만인 지난 1월 17일 석방됐다. 카두나 대교구에 따르면 파스칼 신부는 새벽 미사를 준비하던 중 납치됐다.

CDI는 그의 석방에도 불구하고 마을 분위기는 여전히 무겁다고 밝혔다. 지역 지도자인 이노센트 야쿠부는 "파스칼 신부가 납치된 날 풀라니 목동으로 알려진 무장 세력이 마을을 습격해 또 다른 기독교인을 살해했다. 이 사건이 공동체 전체에 깊은 충격을 남겼다"고 전했다.

야쿠부 이어 "수년간 이어진 공격으로 주민들이 극심한 불안 속에 살고 있다. 반복되는 습격으로 생계 수단이 파괴되고 삶의 터전이 위협받고 있다. 기독교인들이 일상 속에서 지속적인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파스칼 신부 납치 사건 당시 같은 교인이 현장에서 숨졌으며, 또 다른 교인 두 명이 함께 납치돼 현재까지 억류 상태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회 지도자들은 이 같은 사건이 일회성이 아니라, 주변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해 온 폭력의 연장선이라고 밝혔다.

인근 주민은 "지난 1월 말과 2월 초에도 아리비, 웅완 파, 도곤 다지, 쿠르민 레무 마을이 잇따라 공격을 받았다"며. "무장 세력의 습격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점차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CDI는 카두나주 쿠르민 왈리 마을에서 예배 도중 납치됐던 기독교인 166명은 지난 2월 5일 새벽 모두 석방됐다고 밝혔다. 북부 나이지리아 기독교협회(CAN) 회장인 조셉 하야브 목사는 성명을 통해 이들이 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가족들에게 인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야브 목사는 교회 차원에서 몸값을 지불하지 않았으며, 협상은 정부가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기독교인은 지난 1월 18일 교회 예배에 참석하던 중 무장 세력에 의해 집단 납치됐다.

이 같은 상황은 국제사회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는 나이지리아에서 반복되는 살해와 납치, 대규모 강제 이주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전 미국 국제종교자유대사 샘 브라운백은 나이지리아를 글로벌 테러의 최전선으로 규정하며,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들의 공격이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나이지리아가 전 세계에서 기독교인이 가장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된 국가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 전 위원장 스티븐 슈넥 역시 권위주의와 종교 민족주의, 취약한 국가 통치가 종교 자유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이지리아와 시리아, 수단을 신앙 공동체가 특히 위험에 처한 국가로 언급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장 크리스 스미스 의원은 나이지리아 정부가 기독교인 대량 학살을 부인하는 태도를 문제 삼으며, 나이지리아를 ‘특별우려국(CPC)’으로 지정하고 제재와 외교적 압박을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그는 또한 종교 폭력을 방조하거나 묵인하는 세력에 대한 제재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국법률정의센터(ACLJ)가 유엔에 제출한 ‘나이지리아 기독교인 집단학살’ 관련 청원도 빠른 속도로 국제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ACLJ에 따르면 청원 게시 하루 만에 수십만 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ACLJ의 조던 세쿨로우 대표는 전 세계에서 신앙을 이유로 살해된 기독교인의 대다수가 나이지리아에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기독교인이 납치와 고문, 살해의 위협 속에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의회 초당적 국제종교자유그룹(APPG)은 풀라니족 전체를 극단주의 세력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도, 일부 풀라니 무장 세력이 보코하람이나 이슬람국가 서아프리카지부(ISWAP)와 유사한 전략으로 기독교 공동체를 공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독교 지도자들은 나이지리아 중부 지역에서 벌어지는 공격이 단순한 충돌을 넘어 토지 장악과 이슬람 강요라는 목적과 맞물려 있다고 보고 있다. 사막화로 생존이 어려워진 목축 환경이 갈등을 더욱 격화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오픈도어(Open Doors)의 ‘2026 세계 기독교 박해 지수’에 따르면, 2024년 10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신앙을 이유로 살해된 기독교인 가운데 70% 이상이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했다. 보고서는 북중부 지역 농촌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극단주의 폭력이 계속되고 있으며, 납치와 성폭력, 도로 검문 살해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한 폭력이 남부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북서부에서는 라쿠라와(Lakurawa)로 알려진 새로운 지하디스트 조직이 등장했다고 전했다. 이 조직은 말리에서 활동하는 알카에다 계열 무장 세력과 연계된 것으로 분석됐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 #나이지리아 #기독일보 #기독일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