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케냐 독립선거경계위원회(IEBC)와 케냐복음주의연합(EAK)이 2027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적 선거 질서를 지키기 위한 공식 협력에 나섰다고 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양측은 지난 4일 공동 기도 조찬을 열고, 신앙과 공적 책임을 기반으로 한 선거 문화 조성을 목표로 한 파트너십을 출범했다. 이번 만남은 선거 준비를 위한 주요 사전 절차에 필요한 재원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기도 조찬에서 EAK 의장 필립 키토토 주교는 교회의 역할을 ‘성경적 사명’으로 규정하며, 정의와 책임의 가치를 회복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케냐가 독립 50여 년을 지나며 정치적 분열과 폭력, 도덕적 해이에 반복적으로 노출돼 왔다고 지적하고, 이제는 국가가 파괴적인 악순환을 벗어나 정의와 청렴을 중심에 둔 정치 문화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키토토 주교는 교회가 불의와 증오, 폭력 앞에서 침묵할 수 없다며, 평화로운 선거를 위해 국민을 돌보는 목회적 책임을 감당하겠다고 말했다.
EAK는 정치적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국가적 로드맵 수립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선동과 혐오 발언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폭력을 명확히 배격했다. 아울러 교회가 정치 세력의 도구가 아니라 사회의 양심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선관위 “신앙 지도자들과 함께 윤리적 선거 환경 조성”
이에 대해 에라스투스 에둥 에테콘 IEBC 위원장은 이번 기도 조찬이 포용적 선거 관리에 대한 위원회의 의지를 보여주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앙 지도자들이 윤리와 책임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각 교회 공동체 안에 있는 정치인들에게도 투명성과 책임성을 촉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에테콘 위원장은 IEBC가 2022년 총선 경험을 토대로 ‘선거 주기 기반 준비 전략’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현재 2025~2027년 선거운영계획(Election Operations Plan)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으며, 이를 통해 선거 준비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재개된 상시 유권자 등록이 현재도 진행 중이며, 2026년 3월에는 대규모 유권자 등록을 행정구역 단위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신규 유권자 등록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전산 혼잡 문제를 줄이기 위해 시스템 개선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전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디지털 병목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67억 실링 예산 공백… “선거 준비에 중대한 도전”
CDI는 이러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IEBC는 재정 문제라는 중대한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에테콘 위원장은 선거 전 단계 준비를 위한 예산에서 약 67억 케냐 실링, 미화 약 5,190만 달러에 달하는 재정 공백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위원회가 선거 전 과정 전체를 위해 630억 실링 규모의 예산을 제안했으나, 재무부의 조정으로 실제 배정액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선관위는 최근 행정적 변화도 겪고 있다. 지난 2월 3일 마르잔 후세인 마르잔 최고경영자(CEO)가 상호 합의로 사임하면서, 조직 운영의 연속성 확보가 과제로 떠올랐다. 또한 선거관리위원 선발위원회 재구성과 선거자금 관련 법 개정 등 주요 입법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점도 2027년 총선을 앞둔 부담 요인으로 지적됐다.
IEBC는 공정한 선거 준비를 위해 교회뿐 아니라 시민사회, 언론, 보안 기관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EAK의 협력 의지를 환영하면서도,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로드맵의 실효성이 도덕적 호소에만 머무르지 않으려면 제도적 투명성 확보와 선거 관련 법안의 신속한 통과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