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헌 개정을 통한 ‘1인1표제’ 도입을 공식화하며 민주당의 당 운영 구조 전반에 변화를 예고했다. 한 차례 부결을 겪은 끝에 중앙위원회를 통과한 이번 당헌 개정안과 관련해 정 대표는 당내 계파 정치가 약화되고 당원 주권이 실질적으로 강화되는 전환점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표결 과정에서 찬성률이 이전보다 낮아진 점을 두고는 당 안팎에서 엇갈린 해석과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1인1표제 통과… “정당 민주주의 실현의 출발점”
정 대표는 3일 오후 국회 본청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인1표제 중앙위원회 통과 소식을 직접 전했다. 그는 “민주당 역사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됐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당원 한 사람, 한 사람의 표로 선출하는 정당 민주주의를 구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당헌 개정은 단순한 선거 방식의 조정이 아니라 민주당 운영 방식 전반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가 시행되면 당이 추진해 온 당원주권 공천 시스템 역시 완성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계파 중심의 공천 구조가 점차 해소될 것”이라며 “국회의원, 지방의원, 기초·광역단체장 등 선출직 공직자들이 특정 계파나 이른바 계파 보스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당원들의 평가와 선택만으로 공천 기회를 얻게 되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 내부에서 당원 주권이 제도적으로 작동하는 체제로 전환되는 신호라는 설명이다.
◈중앙위 표결 결과와 달라진 찬반 구도
이번 중앙위원회 표결에는 전체 중앙위원 590명 가운데 515명이 참여해 투표율 87.29%를 기록했다. 그 결과 찬성 312표, 반대 203표로 찬성률 60.58%를 얻어 당헌 개정안은 가결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5일 재적 과반 미달로 부결됐던 당시와 비교하면 투표 참여 인원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당시에는 찬성 271표, 반대 102표로 찬성률이 72.65%에 달했으나, 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통과되지 못했다.
투표 참여자가 증가한 반면 찬성률이 하락한 점을 두고는 1인1표제에 대한 반대 여론이 이전보다 결집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최근 불거진 합당 논란이 표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경기에서는 스코어보다 결과가 중요하다”며 “1대0이든 3대0이든 이긴 것은 이긴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몇 퍼센트로 통과됐는지보다 제도가 통과돼 실제로 시행된다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둔다”고 강조했다.
◈계파 정치 논쟁과 당내 시각 차이
정 대표는 찬성률과 투표율을 두고 개인적으로 큰 부담이나 유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는 “수치상의 디테일보다 민주당이 1인1표제로 나아갔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며 “이를 당의 체질 개선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1인1표제의 효과로 당내 계파 해체를 언급하면서, 당내 최대 계파로 거론되는 친명계에 대한 질문에는 “대통령은 계파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당헌 개정안 가결로 정 대표는 한때 제기됐던 리더십 위기 국면에서 다소 벗어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한 차례 부결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대표의 핵심 공약 추진력과 당내 장악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중앙위원회를 통과시키며 제도 개편을 관철했다는 점에서는 일단 고비를 넘겼다는 분석이다.
반면 당내 일각에서는 이번 표결 결과를 마냥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민주당 의원은 “지방선거 공천룰과 관련된 다른 당헌 개정안은 80%를 넘는 찬성률로 중앙위원회를 통과했는데, 이번에는 반대 표가 크게 늘었다”며 “이는 정 대표의 당헌·당규 운영 방식에 대한 당내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 역시 합당 논의 과정에서 형성된 비판 여론이 이번 투표에 일정 부분 반영됐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전당대회부터 적용… 향후 정치적 파장 주목
1인1표제는 오는 8월 예정된 전당대회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 제도가 실제 선거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정 대표가 연임에 도전할 경우 제도 변화가 어떤 정치적 변수로 작용할지에 대해서도 당 안팎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당헌 개정을 계기로 당원 참여 확대와 공천 구조 개편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추진하게 됐다.